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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연관된 10개의 위험 요인

상호 연관된 10개의 위험 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라는 미국 국내의 주택문제는 영국 은행의 예금인출 소동을 낳고, 독일의 중견 은행까지 커다란 손실을 입게 했다. 증권화라는 복잡한 금융구조를 통해 위험이 전 세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금융기관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소비감소와 주가하락, 통화수축 등을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는 그 밖에 또 어떤 지뢰를 안고 있을까. 유가하락으로부터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까지 10가지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불똥이 유럽까지 튄 데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요인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의 도표가 보여주듯, 예를 들어 미국의 신용위기는 엔캐리 트레이드(저리의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의 청산을 통해 엔고를 초래했다. 미국의 소비가 줄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하면 중국의 주식과 자산의 거품도 붕괴하기 쉽다. 미국 경제가 약해져도 중국을 앞세운 신흥국이 대신 성장을 견인한다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이론이 인기지만 세계 경제는 어느 때보다 더 밀접하게 얽혀 든다. 일견 개인적으로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위험이라도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위험 1

유가 급등 2007년 세계 경제의 핵심적 위험요인은 배럴당 약 100달러까지 치솟은 유가였다. 다행히도 2008년엔 기름값이 화두가 되지 않을 듯하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혹은 또다른 지정학적 대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믿는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때문에 오히려 유가가 대폭 떨어질 가능성마저 있다(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될 확률은 50%며, 그 연쇄적 파급효과는 세계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석유와 세계 경제 침체는 닭과 달걀의 관계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경제전문가 나리만 베흐라베시는 “만일 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맴돈다면, 미국 경제는 침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유가가 90달러 선으로 내려가도 미국은 여전히 경기침체에 매우 근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가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은 이미 신흥시장들의 성장세를 한풀 꺾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많은 경제전문가는 믿는다. 예를 들어 베흐라베시는 유가가 2008년 말과 2009년 초까지는 배럴당 75~80달러로 떨어지리라 전망한다. 뉴욕 소재 번스타인 연구소의 경제분석가인 벤 델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좀 더 약화된다는 전망 아래 “내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70~72달러 선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8년의 석유 수요량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으면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사용을 더욱 줄여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이란에 군사 공격을 가하면 앞서의 모든 전망은 백지화된다. 베흐라베시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150달러로 치솟은 뒤 그 선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행히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믿는다. 따라서 이런 전망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의 효과다. 제재 때문에 이란은 핼리버튼이나 슐럼버거 같은 서방 에너지 서비스 회사들의 기술과 조언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산유량이 늘어나지 않고, 이는 전 세계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유가 행진을 지속시킨다.


RANA FOROOHAR


위험 2

중국 증시 거품 중국 증시는 지난 1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래서 큰폭의 조정이 임박했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진다. CLSA 증권에 따르면,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2005년 말부터 2007년 8월 31일 사이에 무려 446% 올랐다. CLSA의 중국 증시 전략가인 앤디 로스먼은 상하이 A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는 추측이 나돈다고 전했다. “일각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 증시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년 어느 시점에서 폭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예측하듯, 증시 폭락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 로스먼은 중국 정부가 증시의 대부분 측면을 통제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폭락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폭락은 불가피하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장기업들의 주식 중 국가 소유분의 대다수는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사이에 완전히 거래가 자유화된다. 그리고 시장에 유동성 이 더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로스먼은 중국 경제가 “폭락을 막아내지는 못하겠지만” A 증시 폭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믿는다. “소매 매출과 기업 이익의 성장세가 몇 분기 동안 약간 둔화되는 정도”라는 입장이다. 그는 상하이 A 증시가 생긴 지 15년이 넘었지만 중국 경제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해왔음을 지적한다. “그런 만큼 A 증시가 가까운 미래에 붕괴한다고 해도,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 혹은 기업 실적의 현저한 감소 때문에 A 증시가 붕괴될 경우엔 얘기가 전혀 다르다고 로스먼은 덧붙였다.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상하이 A 증시의 폭락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작을 듯하다. JP모건 체이스 은행 상하이 지점의 최고운영책임자 칼 월터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QFII)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증시에 투자되는 해외 자본은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큰 액수가 아니다. CLSA에 따르면 QFII 투자금이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 정도다. 그러나 ‘중국 전략 자문위원회’(CSA)의 대니얼 로젠은 만일 내년에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미국은 물론 여타 시장 분석가들은 결국 중국 시장도 세계 다른 지역의 취약성을 상쇄시킬 만큼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PAUL MOONEY


위험 3

신흥시장 신흥시장 경제가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간다. 인도는 새해에도 9%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7%선을 유지하고, 중국은 11%를 넘어설 듯하다.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이동은 2002년 이래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신흥시장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해외 순자본 유입 비율은 1997년의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총자본 유입 비율은 이미 과거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신흥시장 증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지난여름 잠시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가을에는 다시 상승세로 복귀해 손실을 메우고 신고점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신흥시장 증시의 하락 가능성이 줄어든 건 아니다. 그러나 골드먼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파티는 끝나기 직전에 가장 재미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골드먼삭스가 동일한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의 호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결론의 핵심적 근거는 오늘날의 신흥시장들이 1990년대의 마지막 거품기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이동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보다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시장조사 기관 비즈니스 모니터의 국가 위험 분석 책임자인 테리 알렉산더는 그 이유를 “이들 신흥시장이 순채권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나라의 신흥 중산층은 내수를 견인한다. 무역 규모도 GDP 규모에 비해 큰 편이고 비교적 다각화돼 있다. 또 그들 나라의 통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준다. 20년 전에는 연간 5% 이상의 GDP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나라가 20여 개국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90개국이나 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 90개국이 세계 평균 수준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지는 못할 듯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다. 중국은 미국 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막아줄 나라로 경제전문가들의 기대를 받는 나라다. 현재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여타 주요 신흥시장들은 미국 소비자 다음으로 주요한 성장엔진이다. 그런 신흥국들이 비틀거리면 나머지 나라들도 흔들리게 된다.


RANA FOROOHAR


위험 4

핫머니 지난해 핫머니(투기적인 단기자금)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난 받았다. 달러화 약세, 유가 급등,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터진 부동산 거품 등이 모두 핫머니 탓으로 여겨졌다. 핫머니가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10년간 많은 신종 자산이 증권화(securitization)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헤지펀드, 데이트레이더, 국부펀드 같은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금융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희소식은 이런 투기성 자금이 2008년에는 비교적 잠잠해질 듯하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많은 투기 자금이 몰렸던 석유 부문을 예로 들면, 2008년의 석유 수요가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일부 투기 세력은 이익을 챙기고는 석유시장에서 빠져나오려는 조짐을 보인다. 아시아 각국 금융당국의 불안감도 진정될 듯하다. 금융 분석가들에 따르면 신흥시장이 새해에 핫머니의 공략 목표가 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의 국가 위험 분석 책임자인 테리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비해 내년에는 핫머니 문제가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주된 이유는 요즘 신흥시장에는 단기성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연금기금은 단기운용자금이 아니라 장기운용자금이다.” 터키에서는 벌써 이런 동향이 보인다. 터키는 지난해 지정학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 모습을 보였다. 과거 같았으면 단기 투자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 공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핫머니는 2008년에 어디로 갈까? 미국의 주식 시장과 특히 미국 단기 국채로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 부문은 이미 투기 대상이 될 만한 여건이 성숙했다. 핫머니가 마지막으로 금융위기를 촉발한 곳은 특히 아시아의 신흥시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시장이 근심의 원천으로 부상했고, 머지않아 핫머니의 공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매우 역설적이다. 물론 여러 신흥국의 통화도 투기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각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상승하게 돼 있다. 또 그들 나라끼리의 환율 변동도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투기 세력에 새로운 환차익 기회를 만들어줄 듯하다.


RANA FOROOHAR


위험 5

서브프라임 수렁 대다수 분석가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2008년에도 2007년 수준으로 상황이 나쁘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티뱅크의 분석가 루이스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했다. “선진국들의 2008년 경제 전망은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와 관련 금융시장의 혼란에 따라 좌우된다.” 경제 예측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향후 1년간 추가로 5% 떨어지며, 2009년 중반쯤에는 10%까지 하락해 총 2조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전망이다. 골드먼삭스를 비롯한 몇몇 투자은행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발생하는 자산 평가 손실액이 2008년 한 해에만 추가로 4000억~5000억 달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다.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아시아 금융 분석가인 앤디 맥파드진은 “대형은행들은 투명성이 결여됐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뭔가란 다름 아닌 은행들의 불량 채권이 더욱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율은 64%에서 69%로 높아졌다. 지금 시점에선 분명히 지속되지 못할 수준의 비율이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복잡한 금융공학에 따라 자잘하게 세분화된 파생증권으로 변형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다시 매매된다. 그렇기 때문에 또다른 대형 은행의 지급불능 사태나 헤지펀드의 파산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날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티뱅크의 경제전문가 루이스 알렉산더는 “누가 그 위험을 떠안게 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이미 신용위험을 재평가하는 광범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이는 2008년까지 계속될 듯하다. 은행들이 서로 자금을 빌려주기를 꺼리면서 또다른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의 지출이 줄어든다. 주요 선진 공업국에서는 자금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진 기업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다. 은행의 대출 축소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줄어들면 그 여파는 신흥시장에까지 미치면서 성장을 둔화시키게 된다. 요컨대 서브프라임 사태는 2008년에도 금융계의 재앙이 된다는 얘기다.


RANA FOROOHAR


위험 6

신용카드 부채 미국의 모기지 산업이 심각한 곤경에 처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아직까지는 자신의 신용카드 채무를 충분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미국에 신용카드 부채 위기가 없다. 그러나 2008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경제전문가 마크 잰디는 신용카드를 “이용 실적이 가장 우수한 대출 상품”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연체율은 (아직은 낮지만) 점차 높아지는 추세며, 신용카드로 결제한 자동차 할부 대출금의 연체율은 1990년대 이후 수준으로 높다고 잰디는 지적한다. 그는 또 모든 가계 부채의 총 연체율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수준으로 높은 상태에서 점차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며 당분간은 안정될 조짐이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 부채 위기가 불거지면 결국엔 미국 경제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고용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올라가면, 신용상태가 우량한 가계들도 점차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율이 높아진다고 뉴욕 소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선임 경제전문가 미키 레비는 설명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출기관들이 신용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카드 소지자들의 최저 상환금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레비는 “실업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레비의 설명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5.5%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선 분명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 등 고가품의 구입을 줄이게 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 지출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주택 건설이 계속 감소하면, 경제는 침체기로 들어간다.” 완만한 경기후퇴도 미국인들의 신용 상태를 현저하게 악화시키게 된다. 레비는 그런 상황이 2008년에 발생할 가능성을 약 33%로 본다. 그러나 사태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위기상황은 없을 것으로 레비는 전망한다. 극단적 사태란 신용카드 부채의 불량화에 대비해 위험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금융상품들의 거래가 동결되는 사태다. 그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예방하는 힘은 궁극적으로 신용카드 소지자들에게 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부채를 제때 완전히 갚는 일이다.

ROBERT E CALEM


위험 7

달러 약세 2008년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떨어질까 하는 의문이 있다. 이미 달러 가치는 지난 2년간 10%나 떨어졌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경제전문가 나리만 베흐라베시는 “달러 가치가 2008년에 추가로 25%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이는 이라크에서 또다른 전쟁이 발생해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하는 비현실적인 가능성은 배제했을 경우다). 그럴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첫째, 석유 거래의 결제 통화가 현재의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뀔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달러를 주고 석유를 구입해온 사람들로선 에너지 비용이 훨씬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는 바로 미국의 얘기다. 그럴 경우 미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된다. 둘째, 달러에 통화를 연동시키는 제도를 폐지하는 나라도 늘어난다. 이는 신흥경제국들이 인플레이션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국에 수입되는 외제품의 가격은 더욱 비싸진다. 이는 미국인들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각국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을 줄이게 되면(이미 중국은 2008년부터 외환보유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급격히 늘어난 외채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선 외채를 달러로 갚지 못하고, 보다 비싼 유로·엔·파운드화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미국 경제에 큰 고통을 안겨주고, 그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게 된다. 여기서 큰 의문이 생긴다. 미국 경제의 쇠퇴로 생긴 공백을 신흥경제국들이 메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과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급증하는 신흥 중산층 소비자들이 구매력이 약화된 미국 소비자들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까? 그것은 미지수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 소비자들은 기존의 예상만큼 구매력이 크지 않다. 그러나 달러 약세에는 밝은 면도 있다. 결국엔 세계 무역의 균형을 다시 잡아주게 된다는 점이다. 벌써 미국의 수출 증가(달러 약세로 미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는 국제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시작했다. 달러 약세는 또 미국인들의 무절제한 지출과 차입을 억제한다는 측면에서도 세계 경제의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된다.
RANA FOROOHAR


위험 8

부동산 거품 부동산 거품은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 서부 해안 지대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대도시 근교까지 수많은 지역에서 지난 2년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다. 그런데도 다른 많은 지역에서 새로운 거품이 형성된다. 유럽에서는 스페인과 영국의 부동산 거품이 터질 조짐을 보인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경제전문가 나리만 베흐라베시는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서 큰폭의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997~2005년 170% 오르고, 주택 보유율이 80%를 넘기 때문이다(스페인이 영국인과 여타 유럽인 사이에서 별장을 구입할 장소로 큰 인기를 끈다는 사실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최근 몇 년간 투기꾼들이 수많은 부동산을 구입했다가 곧바로 팔아 치우는 바람에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영국에서도 호시절은 끝났다. 그동안 영국의 주택 담보 대출은 미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대출 기준이 느슨해진 데다,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시티뱅크의 수석 경제전문가 루이스 알렉산더는 지적했다.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고든 브라운 신임 총리는 벌써부터 거품 붕괴를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영국의 부동산 거품은 그가 재무장관 시절 내놓은 정책의 영향도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분명히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 상하이·홍콩·싱가포르에서 끓어오르는 부동산 열기를 보고도 하락을 예상하지 않기란 어렵다. 일부 부자 동네의 주택 가격은 매년 60% 이상씩 오른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곳은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예측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7%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최대 부동산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5% 폭락이 예상된다. 그 지역의 해변 조망권을 갖춘 호화 주택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모든 상황이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렸다(미국의 주택담보 채권은 여러 형태의 파생증권으로 변형돼 국제적으로 거래된다). 2008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출 금리가 상향조정된다. 세계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몇몇 은행이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 채권의 파생증권을 너무 많이 보유했다가 파산했다.


RANA FOROOHAR


위험 9

중국 부실채권 2007년 말 중국의 부실 채권 규모는 전년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1조2500억 위안이다. 그래서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규정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부실채권의 증가세를 둔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중국은행규제위원회는 11월 발표에서 2007년의 여신 증가율 목표치인 15%를 초과하는 대출을 억제하라고 은행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Y)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부실채권은 GDP의 40% 규모다. E&Y는 또 중국이 이미 GDP의 25~30%에 상당하는 돈을 부실 은행의 구조개선 자금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런 공적자금 제공을 일자리 보장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만큼, 부실채권으로 허덕이는 은행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국영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대량 실업으로 이어진다. 또 수많은 사람이 일거에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은행 돈을 빌리기가 쉬워지면 이미 설비과잉을 보이는 부문에조차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고 우려한다. 과잉 설비투자는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경우 부실채권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2007년 1~10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사회기간시설과 공장에 대한 투자 지출의 주요 지표다)는 26.9% 늘어난 8조9000억 위안이었다. 중국전략자문위원회의 댄 로젠은 한 기고문에서 부실채권과 관련된 문제의 상당수가 중국의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기업 대출이나 주택 대출이 차입자의 불완전한 신용 기록, 이중장부, 불충분한 회계감사 보고서 등에 의거해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일반 가계들이 은행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데도 계속 저축한다는 가정, 기업이 채무를 반드시 상환한다는 가정, 또 정부가 지방정부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가정 등도 “모두 의심스럽다”고 로젠은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에 어떤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경제도 놀라운 성장을 계속하고 국고에는 돈이 넘치므로 은행권 위기를 예상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변할 경우, 정부가 계속 통제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PAUL MOONEY


위험 10

중동 정세 분석가들이 끊임없이 거론하는 주제 중에 석유가격의 ‘위험 프리미엄’이란 개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서 석유가 생산된다는 사실이 1배럴의 가격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뉴욕 번스타인 연구소의 분석가 벤 델은 현재의 위험 프리미엄을 배럴당 약 10달러로 산정하는데, 2008년에도 그 수준은 변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이라크 상황이 개선돼간다. 산유량이 안정적이고, 쿠르디스탄 지역의 산유량은 늘었다. 또 이라크에서 전반적인 테러 공격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델은 설명했다. 그러나 터키와 이라크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된다. 이는 분명히 위험 프리미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경제전문가 나리만 베흐라베시는 “만일 터키가 이라크를 침공하면, 그것은 엄청난 사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세계는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베흐라베시는 “한동안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랬다 해도 일부 분석가는 그런 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회의적인 델은 그럴 확률을 15분의 1 정도로 본다(다른 분석가들, 예컨대 베흐라베시는 그 가능성을 좀 더 높은 15%로 본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따라서 “이런 잠재적 사건들의 위험성은 대부분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런던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국제경제 전문가 줄리언 제솝은 말했다. “석유는 분명히 위험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한동안 고유가 행진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케임브리지 에너지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대표이자 저명한 시사해설가인 대니얼 예르긴도 최근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석유의 역사를 다룬 저서 ‘더 프라이즈(The Prize)’로 퓰리처상을 받은 예르긴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적으로 석유시장에 불안감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현재의 100달러 수준에서 유가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유가가 100달러를 훨씬 넘으면, 예컨대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거나 또다른 대규모 역내 분쟁이 일어나 유가가 150달러로 급등하면, 세계 경제에는 파국적인 영향을 미친다. 틀림없이 경기침체가 뒤따른다. 그런 침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 우리가 정말로 세계적인 대공황에 빠져들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모를 일이다.

RANA FOROO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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