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terview] “난 국민은행을 1등으로 안 봐”
[人 terview] “난 국민은행을 1등으로 안 봐”
■ 이명박 당선인 그렇게 어려운 줄 몰라 ■ 이 당선인 일하는 거 쫓아가려면 참모들 혼 좀 날 것 ■ 제대로 된 금융인 키우려면 10년 걸려 ■ 고객 니즈 만족시키는 전략적 업무 강화 ■ 아시아 이끄는 리딩 뱅크 되는 게 목표 ■ ‘토종’ 내세우는 것, 앞으로는 안 통해 ■ 회장·행장 아닌 금융 선배로서 인정받고 싶어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특히 금산 분리 완화, 국책은행 민영화 등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는 금융 개혁에 대한 공방이 거세다. 이런 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이 김승유(65)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이자 금융계의 파워 CEO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빌딩에서 김 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뜻밖에도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차 한잔 하자”는 요청에 김 회장은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 때문에 언론 접촉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전화를 건 기자가 민망할 정도였다. 김 회장은 이렇게 기대(?)와 달리 아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요즘 여러 가지로 바쁘시지요? “뭐…. 그런 거 없습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는 물론이고, 요즘엔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데요. “아, 전혀…. 그런(공직 진출) 능력 저한텐 없어요. 민간 금융인 출신이 될 가능성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난 아냐. 허허.” 자신이 ‘금융정책 수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김 회장은 “난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을 먼저 물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 회장과 이명박 당선인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두 사람이 무척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친하긴 뭘, 그런 거 없어요.”
-사적인 자리에서 따로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시나요? “둘이 만날 일이 있나? 공적인 자리에서나 보지. 1월 24일 고려대 경영대 행사 때는 내가 동창회장이라 초대했어요. 한 20~30분 있다가 가셨지요. 근래에는 만난 기억 없어요. 허허.”
“MB는 집사람이 감탄한 남자”
-가끔 운동도 같이 하시지요? “골프, 그것도 다 옛날 일이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전혀 못했어요.”
-학부 시절부터 친했습니까? “사실 별로 안 친했어요. 난 솔직히 그렇게 (이 당선인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줄 몰랐어. 전혀 못 느낄 만큼 본인이 철저하게 관리했어요. 그때 교복을 입긴 했지만 자유 복장이어도 아무도 몰랐을걸. 철두철미했거든.”
-김 회장도 금융계에서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하잖습니까. “나야 뭐, 지금도 보세요. 엄청 부지런하잖아. 이 당선인은 7시 반에 회의한다지요? (이 당선인이) 일하는 거 쫓아가려면 참모들이 아마 혼 좀 날 거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우리 집사람이 감탄한 일이 있었어요. 20년 전인가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갔는데 다섯 쌍인가 밤새 술을 마셔서 다들 좀 취했지. 근데 그 사람이 일일이 다니면서 친구들 베개 챙겨주고 이불 덮어주고 그러더라는 거예요. 난 못 봤고 집사람이 요즘도 두고두고 그 얘기를 해요. 사람이 겉보기와 다르게 정이 많았어….”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까? “나야 뭐(김 회장은 인터뷰하는 동안 이 말을 자주 썼다), 그쪽(인수위원회)에서 맡은 일 잘해주기만 바라지요. 좀 걱정스러운 건 지금 국민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모든 게 한 번에 바뀌겠어요?”
-이 당선인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당선자가 한 얘기 중에 마음에 드는 말이 있어요. ‘5년이란 시간이 참 짧다. 그 시간 동안 지금 마음이 안 변하도록 하겠다’고 했지요.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말, 하나금융그룹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설립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마침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공약 중 하나가 자사고 200개 설립이지요. “결코…. 내가 옛날부터 (자사고 설립을) 하려고 했어요. 물론 거기에 대해 (이 당선인과) 같이 얘기한 적은 있지요. 이 사람(이 당선인) 때문에 하려는 게 아녜요. 예전에 파스퇴르에서 민족사관학교를 맡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하고 싶었지만 그쪽에서 이름을 바꾸면 안 된다는 거야. 난 당연히 ‘하나고등학교’로 하고 싶었지. 그래서 접었는데 마침 이 당선인이 그 얘기를 하기에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에요.”
“백화점서도 금융인재 데려와야”
-자사고를 설립하려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우리 직원들 중에 기러기 아빠가 많아요. 이건 교육 문제를 넘어서 사회 문제더라고. 애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자고, 밤에 학원 갔다가 학교 가서 또 자고. 자사고에 기숙사·수영장·헬스장을 같이 지어서 오후 4시에 수업 끝내고, 2시간 동안 운동하고, 8시부터 원어민 영어수업 받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꿈이었어요.”
-기러기 아빠는 직접 경험하신 건가요? “아니, 나는 그런 거 안 해봤어요. 간다는 걸 못하게 했어요.”
-‘하나고등학교’가 설립되면 졸업생들이 금융계로도 오겠군요. “10년 후 다 인재가 될 아이들입니다. 서울시장을 한번 뵙고 투자계획을 얘기하려고 해요.”
-요즘 금융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 훈련해야지요. 근데 제대로 된 금융인 하나 키우려면 몇 년 걸리는 줄 아세요? 10년이 넘어요. 요즘 떠들썩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나 2003년 신용카드 대란, 97년 외환위기 같은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을 두 번은 겪어봐야지요. 지금 당장 안 되면 밖에서 데려오고요. 나는 왜 금융권에서만 데려와야 하는지 궁금해요. 왜 종합상사·백화점에서는 안 되냔 말이지요. 무슨 금융인이 따로 있습니까. 유통업 하던 사람한테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만 붙여주면 고객이 필요한 것을 딱 찾아서 상품으로 패키징(packaging)해 주잖아요. 안에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려와서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 회장은 금융인들이 일반기업보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 회장은 직원들의 ‘한 번 실수’는 눈감아준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한 번 실수를 경험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김 회장 자신도 “외환은행·LG카드 인수에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금융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을 인수합병(M&A)할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M&A는 정상적 업무의 일환입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할 수 있어요. 국경을 뛰어넘어서 할 수도 있고요.”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기업은행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가동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주회사로 체제를 바꾼 후 ‘4등 은행’으로 떨어진 하나은행에 이번 새 정부 출범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소문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하나은행을 두고 국민·신한·우리에 이어 ‘3등에 많이 처진 4등’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웃으면서) 외부에서 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지요. 고마운데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서브프라임 사태 보세요. 금융시장이란 게 확확 바뀌거든요. 앞으로 또 달라질 거예요.”
-규모가 너무 차이 난다고들 하는데요. 지난해 4월에는 PB(프라이빗뱅커) 수를 대폭 줄이면서 하나은행의 특화된 경쟁력에 손실을 입었다고도 합니다. “4위는 4위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아 코멘트(언급)하기가 좀 그렇네요.” 은행부문의 실적 부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김종열 하나은행장의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임기가 다한 김 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대신 행장으로서의 권한은 상당 부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규모로 보면 국민은행을 1등 은행이라고 하지요. 확실히 소매 영업에서는 제일 잘해요. 하지만 전 국민은행을 1등 은행으로 안 봐요. 어떻게 1등 은행입니까. 온라인 거래가 늘면 스프레드(예대마진의 차이)가 많이 줄 텐데 거기에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어딘가 생각해 보세요. 금융시장이 변하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길게 보면 국민은행이 꼭 1등이다 그렇게 볼 수 없어요.” 그는 규모가 아닌 조직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모가 크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요. 1만t급 배랑 1000t급 배가 태평양을 건너는데 풍랑을 만나면 1만t짜리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 정도지. 어차피 침몰의 위험에서 해방되는 건 아니거든요. 규모는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금융인으로서 꿈 다 이뤄”
-규모가 아닌 하나금융지주가 내세울 문화는 무엇입니까. “고객우선주의지요. 모든 것의 출발은 ‘고객’입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는 전략적 업무를 강화할 겁니다.” 요즘 김 회장의 화두이자 고민은 ‘고객’이다. 그는 고객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금융기업 최초로 ‘매트릭스 조직’으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계열사들의 업무를 수평적으로 엮는 조직체계를 말한다. “3월이 지나면 매트릭스 체제로 갈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적 추세에 맞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까 미리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어요.” ‘준비’라고 말했지만 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자주 언급하며 조직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금융지주법·은행법·공정거래법으로는 당장 시행하기 어렵지만 꼭 바뀌어야 할 부분이지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한 금융창구에서 고객이 원하는 은행·증권·보험 업무를 원 스톱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조직이 성립되지 않으면 지주회사를 세우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주회사를 세우는 이유는 법인끼리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니까요.”
-또 다른 의미로서 1위 은행이 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하나금융지주의 목표는 뭡니까? “저기 한번 보세요.” 김 회장은 접견실 한쪽 벽을 가리켰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아시아를 이끄는 리딩 뱅크 플레이어(Leading Bank Player)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에서 기반을 닦고 있지요.”
-해외지점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지금은 ‘파일럿 타임테이블’(실험적으로 하는 편성)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는 단계예요.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이번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사람도 뽑았지요. 금융계도 이제 마음을 좀 열어야 해요.”
-새 정부에 바라는 금융정책이 있다면요? “하나·국민·신한 주주를 보세요. 외국 지분이 60~80%잖아요. 주주의 60%가 미국계 기관투자가인 노키아를 핀란드 기업이냐, 미국 기업이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우리은행이 ‘토종’ 은행을 마케팅으로 내세우는 것도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거예요. 상황이 달라지고 있거든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금융인 김승유’의 꿈을 물었다. “다 이뤘어요. 회장하고, 그런 것만 해도 다 이뤄진 거지요. 제 나이도 그렇고. 직원들한테 고맙네요.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이런 말할 필요 없지만…. 회장, 행장이 아닌 금융 선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김 회장은 소원을 다 이뤘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은 끝이 없다”고 했다. “돈을 버는 게 1차 목표라면 돈을 왜 버는지 아는 게 그 다음 할일입니다. 새 정부 아래서는 금융이 잘해서 나라가 잘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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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뜻밖에도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차 한잔 하자”는 요청에 김 회장은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 때문에 언론 접촉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전화를 건 기자가 민망할 정도였다. 김 회장은 이렇게 기대(?)와 달리 아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요즘 여러 가지로 바쁘시지요? “뭐…. 그런 거 없습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는 물론이고, 요즘엔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데요. “아, 전혀…. 그런(공직 진출) 능력 저한텐 없어요. 민간 금융인 출신이 될 가능성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난 아냐. 허허.” 자신이 ‘금융정책 수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김 회장은 “난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을 먼저 물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 회장과 이명박 당선인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두 사람이 무척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친하긴 뭘, 그런 거 없어요.”
-사적인 자리에서 따로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시나요? “둘이 만날 일이 있나? 공적인 자리에서나 보지. 1월 24일 고려대 경영대 행사 때는 내가 동창회장이라 초대했어요. 한 20~30분 있다가 가셨지요. 근래에는 만난 기억 없어요. 허허.”
“MB는 집사람이 감탄한 남자”
-가끔 운동도 같이 하시지요? “골프, 그것도 다 옛날 일이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전혀 못했어요.”
-학부 시절부터 친했습니까? “사실 별로 안 친했어요. 난 솔직히 그렇게 (이 당선인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줄 몰랐어. 전혀 못 느낄 만큼 본인이 철저하게 관리했어요. 그때 교복을 입긴 했지만 자유 복장이어도 아무도 몰랐을걸. 철두철미했거든.”
-김 회장도 금융계에서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하잖습니까. “나야 뭐, 지금도 보세요. 엄청 부지런하잖아. 이 당선인은 7시 반에 회의한다지요? (이 당선인이) 일하는 거 쫓아가려면 참모들이 아마 혼 좀 날 거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우리 집사람이 감탄한 일이 있었어요. 20년 전인가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갔는데 다섯 쌍인가 밤새 술을 마셔서 다들 좀 취했지. 근데 그 사람이 일일이 다니면서 친구들 베개 챙겨주고 이불 덮어주고 그러더라는 거예요. 난 못 봤고 집사람이 요즘도 두고두고 그 얘기를 해요. 사람이 겉보기와 다르게 정이 많았어….”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까? “나야 뭐(김 회장은 인터뷰하는 동안 이 말을 자주 썼다), 그쪽(인수위원회)에서 맡은 일 잘해주기만 바라지요. 좀 걱정스러운 건 지금 국민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모든 게 한 번에 바뀌겠어요?”
-이 당선인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당선자가 한 얘기 중에 마음에 드는 말이 있어요. ‘5년이란 시간이 참 짧다. 그 시간 동안 지금 마음이 안 변하도록 하겠다’고 했지요.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말, 하나금융그룹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설립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마침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공약 중 하나가 자사고 200개 설립이지요. “결코…. 내가 옛날부터 (자사고 설립을) 하려고 했어요. 물론 거기에 대해 (이 당선인과) 같이 얘기한 적은 있지요. 이 사람(이 당선인) 때문에 하려는 게 아녜요. 예전에 파스퇴르에서 민족사관학교를 맡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하고 싶었지만 그쪽에서 이름을 바꾸면 안 된다는 거야. 난 당연히 ‘하나고등학교’로 하고 싶었지. 그래서 접었는데 마침 이 당선인이 그 얘기를 하기에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에요.”
“백화점서도 금융인재 데려와야”
-자사고를 설립하려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우리 직원들 중에 기러기 아빠가 많아요. 이건 교육 문제를 넘어서 사회 문제더라고. 애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자고, 밤에 학원 갔다가 학교 가서 또 자고. 자사고에 기숙사·수영장·헬스장을 같이 지어서 오후 4시에 수업 끝내고, 2시간 동안 운동하고, 8시부터 원어민 영어수업 받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꿈이었어요.”
-기러기 아빠는 직접 경험하신 건가요? “아니, 나는 그런 거 안 해봤어요. 간다는 걸 못하게 했어요.”
-‘하나고등학교’가 설립되면 졸업생들이 금융계로도 오겠군요. “10년 후 다 인재가 될 아이들입니다. 서울시장을 한번 뵙고 투자계획을 얘기하려고 해요.”
-요즘 금융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 훈련해야지요. 근데 제대로 된 금융인 하나 키우려면 몇 년 걸리는 줄 아세요? 10년이 넘어요. 요즘 떠들썩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나 2003년 신용카드 대란, 97년 외환위기 같은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을 두 번은 겪어봐야지요. 지금 당장 안 되면 밖에서 데려오고요. 나는 왜 금융권에서만 데려와야 하는지 궁금해요. 왜 종합상사·백화점에서는 안 되냔 말이지요. 무슨 금융인이 따로 있습니까. 유통업 하던 사람한테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만 붙여주면 고객이 필요한 것을 딱 찾아서 상품으로 패키징(packaging)해 주잖아요. 안에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려와서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 회장은 금융인들이 일반기업보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 회장은 직원들의 ‘한 번 실수’는 눈감아준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한 번 실수를 경험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김 회장 자신도 “외환은행·LG카드 인수에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금융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을 인수합병(M&A)할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M&A는 정상적 업무의 일환입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할 수 있어요. 국경을 뛰어넘어서 할 수도 있고요.”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기업은행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가동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주회사로 체제를 바꾼 후 ‘4등 은행’으로 떨어진 하나은행에 이번 새 정부 출범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소문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하나은행을 두고 국민·신한·우리에 이어 ‘3등에 많이 처진 4등’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웃으면서) 외부에서 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지요. 고마운데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서브프라임 사태 보세요. 금융시장이란 게 확확 바뀌거든요. 앞으로 또 달라질 거예요.”
-규모가 너무 차이 난다고들 하는데요. 지난해 4월에는 PB(프라이빗뱅커) 수를 대폭 줄이면서 하나은행의 특화된 경쟁력에 손실을 입었다고도 합니다. “4위는 4위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아 코멘트(언급)하기가 좀 그렇네요.” 은행부문의 실적 부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김종열 하나은행장의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임기가 다한 김 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대신 행장으로서의 권한은 상당 부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규모로 보면 국민은행을 1등 은행이라고 하지요. 확실히 소매 영업에서는 제일 잘해요. 하지만 전 국민은행을 1등 은행으로 안 봐요. 어떻게 1등 은행입니까. 온라인 거래가 늘면 스프레드(예대마진의 차이)가 많이 줄 텐데 거기에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어딘가 생각해 보세요. 금융시장이 변하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길게 보면 국민은행이 꼭 1등이다 그렇게 볼 수 없어요.” 그는 규모가 아닌 조직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모가 크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요. 1만t급 배랑 1000t급 배가 태평양을 건너는데 풍랑을 만나면 1만t짜리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 정도지. 어차피 침몰의 위험에서 해방되는 건 아니거든요. 규모는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금융인으로서 꿈 다 이뤄”
-규모가 아닌 하나금융지주가 내세울 문화는 무엇입니까. “고객우선주의지요. 모든 것의 출발은 ‘고객’입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는 전략적 업무를 강화할 겁니다.” 요즘 김 회장의 화두이자 고민은 ‘고객’이다. 그는 고객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금융기업 최초로 ‘매트릭스 조직’으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계열사들의 업무를 수평적으로 엮는 조직체계를 말한다. “3월이 지나면 매트릭스 체제로 갈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적 추세에 맞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까 미리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어요.” ‘준비’라고 말했지만 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자주 언급하며 조직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금융지주법·은행법·공정거래법으로는 당장 시행하기 어렵지만 꼭 바뀌어야 할 부분이지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한 금융창구에서 고객이 원하는 은행·증권·보험 업무를 원 스톱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조직이 성립되지 않으면 지주회사를 세우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주회사를 세우는 이유는 법인끼리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니까요.”
-또 다른 의미로서 1위 은행이 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하나금융지주의 목표는 뭡니까? “저기 한번 보세요.” 김 회장은 접견실 한쪽 벽을 가리켰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아시아를 이끄는 리딩 뱅크 플레이어(Leading Bank Player)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에서 기반을 닦고 있지요.”
-해외지점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지금은 ‘파일럿 타임테이블’(실험적으로 하는 편성)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는 단계예요.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이번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사람도 뽑았지요. 금융계도 이제 마음을 좀 열어야 해요.”
-새 정부에 바라는 금융정책이 있다면요? “하나·국민·신한 주주를 보세요. 외국 지분이 60~80%잖아요. 주주의 60%가 미국계 기관투자가인 노키아를 핀란드 기업이냐, 미국 기업이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우리은행이 ‘토종’ 은행을 마케팅으로 내세우는 것도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거예요. 상황이 달라지고 있거든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금융인 김승유’의 꿈을 물었다. “다 이뤘어요. 회장하고, 그런 것만 해도 다 이뤄진 거지요. 제 나이도 그렇고. 직원들한테 고맙네요.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이런 말할 필요 없지만…. 회장, 행장이 아닌 금융 선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김 회장은 소원을 다 이뤘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은 끝이 없다”고 했다. “돈을 버는 게 1차 목표라면 돈을 왜 버는지 아는 게 그 다음 할일입니다. 새 정부 아래서는 금융이 잘해서 나라가 잘되면 좋겠어요.”
김승유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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