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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 건축 ‘사합원’ 호텔로 대변신

중국 전통 건축 ‘사합원’ 호텔로 대변신


중국 베이징에 있는 사합원 호텔의 전경.

베이징 곳곳에서 최근 2년 동안 사합원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사합원(四合院)이란 베이징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본채와 사랑채 등 4개 건물이 ‘ㅁ’자 형태로 둘러싼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을 말한다.

사합원의 호텔 개조에 부동산 개발업체와 대형 호텔그룹은 물론이고, 일반인과 산시(山西)성 석탄 재벌까지 뛰어들었다. 총 길이가 수백 미터에 불과한 베이뤄구 골목. 이곳에만 크고 작은 사합원 호텔이 10여 개나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최근 개업한 것으로 홍목(紅木) 대문에는 여전히 페인트 냄새가 스며있다. 요즘에도 좁은 골목을 지나다 보면 호텔로 개조하기 위해 공사 중인 사합원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사합원 호텔의 최대 고객은 외국인이다. 이 때문에 일부 호텔은 영어 전공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기도 하며, 하루 숙박료는 최소 100달러 이상 주어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신규 호텔이 대거 생겨났다. 2007년 한 해 동안 호텔 수는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올림픽 개최로 인한 특수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들은 크게 실망했다. 실제 올림픽 개최 당시 호텔의 공실률은 30~40%에 달했다. 그러나 사합원 호텔은 상대적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일부는 올림픽 개최 1년 전에 이미 전 실이 예약 완료되었다. 전통적인 기존 호텔과 비교해 사합원 호텔은 투숙객들로 하여금 베이징 토박이와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는 외에도 조용한 분위기와 환경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베이징의 인기 있는 사합원 호텔인 지칭탕(吉慶堂)의 가장 큰 특색은 아담함이다. 이곳은 방수가 6개에 불과하며, 가격은 하루 1000위안 이상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번잡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화된 맞춤형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세일즈 매니저인 장옌(張艶)은 말했다.

지칭탕은 소유주인 지칭밍(吉慶明)의 사유 재산으로 그가 보유하고 있는 4개 사합원 중 가장 작은 곳이다. 장옌은 사장이 수집한 도자기 등 골동품을 보여 주며, 주인이 중국 전통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투자자금 회수보다는 이곳을 찾는 고객이 진정한 중국 문화의 참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고 말했다.

특히 예전 자금성을 수리한 경험이 있는 건축 팀에게 이곳의 재개축을 의뢰함으로써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 모두 베이징의 전통 사합원 양식에 맞춰 엄격하게 다시 꾸몄다. 주인은 사합원 구입에서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총 2000만 위안을 투입했다. 장옌 매니저는 이러한 소규모 사합원은 특히 작은 단체나 대가족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하고, 이곳에서 중국 전통의 대가족 생활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지난 10월 국경절 당시 평소 멀리 떨어져 살던 대가족이 이곳을 이용한 적이 있다. 이 가족은 90세 생일을 맞는 할아버지를 위해 이곳을 통째로 빌렸다. 이 가족은 이렇게 한 지붕 아래 같이 모인 것이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지칭탕과 정반대로 롄화뤼서(蓮花旅舍)는 규모가 꽤 크다.

1300여㎡의 면적에 2개의 작은 건물까지 있다. 40여 개의 방에 백여 개의 침대가 세계 각지로부터 이곳을 찾은 배낭 여행자를 반긴다. 비록 일부 방이 습해 벽지가 벗겨지고 공동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이러한 것이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성수기 때는 회의실에도 간이침대를 놓고 손님을 맞을 정도다.

인기 높은 원인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스탠더드 룸이 240위안으로 일반 비즈니스 호텔 요금과 비슷하다. 가장 저렴한 6인실의 1인당 요금은 60위안으로 10달러가 채 안 된다. 천이빙(陳一兵) 사장은 베이징 사합원은 특히 유스호스텔을 열기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의 문화를 체험하기 원하는 배낭족들은 투숙 조건에 대해 까다롭지 않다. 다양한 문화체험과 친구 사귀기가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사합원 유스호스텔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

또 하나의 사합원 호텔인 위에웨이좡의 자랑거리는 8개의 허니문 스위트룸이다. 이방에는 고가로 구입한 명청 시대 고가구를 배치했다. 고가구 잔해를 구매한 다음 전문가를 통해 다시 손질하고 일일이 한 조각씩 정성스럽게 끼워 맞춤으로써 고고한 세월의 흐름과 고상한 운치를 그대로 살려냈다.

전통 원목가구에서 침대보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것은 모방할 수 있으나 사합원 호텔만이 가진 진정한 특색을 구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중국적인 서비스 제공이다. 과거 베이징 특급 호텔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장옌은 당시 종업원들에게 손님에게 인사할 때 어깨의 높이와 각도까지 세심한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사합원 호텔에서는 별다른 유니폼도 입게 하지 않는다.



중국적인 서비스로 승부

5성급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폼과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은 손님에게 거리감을 두게 하는 것이므로 이곳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에웨이좡의 가장 큰 목표는 손님이 ‘친정’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30여 개의 방을 보유한 이곳은 종업원도 30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호텔의 객실 수와 종업원 수의 비율이 10:3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고객의 만족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곳에 투숙한 손님이 불만을 제기하면 돈을 받지 않는다. “우리의 주된 영업 경로는 인터넷, 특히 외국의 전문 여행 사이트다. 이곳을 찾는 외국 손님 중 90%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예약한 것으로, 따라서 고객의 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톈(田) 사장은 말했다.

일반 호텔과 비교해 사합원 호텔의 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임대료는 연간 수십만 위안 정도이고, 개조와 인테리어에 약 100만 위안 정도가 투입될 뿐이다. 일상적인 경영관리비 역시 낮은 수준이다. 톈 사장에 따르면 성수기에는 이윤 폭이 5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이윤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합원 호텔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올림픽 특수는 실종되었고, 경영관리 면에서 다른 호텔과 차별화되지 않은 대다수는 실망의 한숨을 쉬고 있는 실정이다.

사합원 호텔 경영에 있어 첫 번째 어려움은 10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의 보수다. 사합원을 재개조하기 위해서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난방 등 모든 것을 새로 손봐야 하고 인테리어도 호텔 기준에 맞춰 새롭게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택관리소, 환경보호국 등 관련된 모든 기관과도 왕래를 가져야 하고 비용이 수반된다.

아무리 수리를 꼼꼼하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물이 새거나 냄새가 나기도 한다. 더욱 쉽지 않은 것은 어떻게 사합원 호텔로 손님을 끌어 모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베이징의 경우 관광업에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뚜렷하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에 이르기까지 약 반 년이 비수기이다.

티베트 분리 독립운동이 문제시되었을 때는 150여 개에 달하는 예약 중 절반이 취소되었고, 수족구병이 발생했을 때는 가족단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경영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객의 수요에 근거해 모든 사항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뿐이다. 장옌은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경쟁자가 있어야 이 분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사합원 자체가 아주 희소한 자원이기 때문에 선발 진입자가 결국 기회를 잡는다고 보고 있다. 그녀는 최근 또 하나의 사합원 호텔을 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8월 8일 더성먼(德勝門)에 새로운 호텔을 오픈한 두 사장 역시 베이징은 물론, 시안(西安)과 쑤저우(蘇州), 상하이(上海) 등지에도 사합원 호텔 체인점을 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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