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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들의 축제는 끝났다

눈먼 돈들의 축제는 끝났다

우리의 ‘선진’ 금융 시스템이 요즘처럼 처참하게 무너진 원인이 뭘까? 이를 정확히 규명하는 일은 금융 역사학자들조차 쉽지 않을 듯하다. 그동안 금융계에선 불합리하고 어리석으며, 애당초 터무니없어 보였던 일들이 발생했다. 예컨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무려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규제를 받지 않고 투명성이 결여된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의 규모는 62조 달러나 된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을 500억 달러어치나 사들였다. 심지어 헤지펀드조차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런 거래를 성사시킨 사람들은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천재로 추앙 받았다.

그들은 이른바 ‘똑똑한 투자자’(Smart Money)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어리석은 투자자’(Dumb Money: ‘눈먼 돈’이란 뜻도 있다)였음이 드러났다. 어떻게 미국 자본주의의 왕관(금융 서비스 산업)이 가짜 다이아몬드 모자로 바뀌었을까? 어떻게 한 나라가 이처럼 매끄럽게 닷컴 거품 시대에서 더욱 광범위한 거품인, 주택·신용 거품 시대로 넘어가게 됐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탓할 데는 많다. 허술한 규정, 공화당 정권 8년간의 실패한 경제 철학, 월스트리트에 우호적이고 개혁을 방해하는 데 가담한 민주당, 주택 구입 붐을 조장한 초당적인 노력, 월스트리트의 탐욕, 부패한 CEO들, 서투른 구제 노력, 참담할 만큼 오판을 잘하는 중앙은행 총재 등. 버나드 메이도프 같은 거물 금융인들의 범죄 행위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발생한 손실의 대부분은 법규를 준수해온 훌륭한 일반시민이 감당했다. 개인, 일반회사, 금융기관, 정부 등 모두가 어리석음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1990년대처럼 우리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에도 거품을 키웠다. 거품은 주택 부문뿐 아니라, 부채·투기·도박 부문에서도 있었다.

자산 운용사 대표인 제러미 그랜섬은 “이번 위기의 중심에는 위험 감수의 거품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닷컴 거품 시절처럼 우리의 금융 시스템과 문화는 지나치게 경기순행적(procyclical)이었다. 미국의 경제 운영 시스템에 내장된 요소들, 즉 정부 정책, 민간 기업, 언론, 대중문화 등이 제동장치보다는 가속장치로 작동했다.

일단 돈 벌기 열풍이 불면, 너도나도 편승하고 싶어 했다. 정부 정책은 거품을 촉발하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1840년대 미국 의회는 최초의 전신선 가설 작업을 위탁하면서 철도 회사들에 광대한 토지를 제공했다. 주택 거품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모기지 금리 공제(고액 대출에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세금 공제 혜택도 커졌다)에 소요되는 비용은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늘어나 2000년 550억 달러에서 2003년엔 660억 달러가 됐다.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거품을 키웠다. 이들의 대출 한도는 평균 주택 가격에 연동됐다. 집값이 오를수록 더 많은 돈을 대출하고 보증해 줬다.

그리고 대출이 늘어나면 다시 집값이 올랐다. 2000~2004년에 이른바 자동 대출 한도는 25만2700달러에서 33만3700달러로 3분의 1가량 높아졌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호황기에는 보험료를 받지 않았다. 유사시에 대비해 적립하는 기금이 전체 지불 보증 예금액의 1.25% 수준에 있는 한 그렇게 했다.

은행들의 재무구조가 크게 부실해졌는데도 그랬다. FDIC의 그런 조치는 마치 3년간 태풍이 없었으니 홍수보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보험회사나, 작은 집 대신 값비싼 고층 주택을 짓는 바닷가 주민들과 비슷했다. 당시 몇 년간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저리 신용대출 확대 덕분에 금융권에 태풍이 없었다.

2004년 6월 유타주의 소규모 에브라임은행이 파산한 이래 952일 동안 은행 파산은 없었다. 1940년대 중반 609일의 기록이 깨졌다. 파산이 없자 은행가들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금융계는 셰익스피어의 충고(“돈은 빌리지도 말고, 빌려 주지도 말라”)를 뒤집었다. 모두가 돈을 빌리고 빌려주고 싶어 했다.

기존 은행들은 도심 번화가에 융단폭격을 하듯 지점 수를 늘렸다. 신설 은행 수도 2002년 91개에서 2006년 178개로 증가했다. 2004~2007년에는 630개 은행이 새로 설립됐다. 은행은 주택 관련 신용대출을 확대해 원하는 모든 이에게 돈을 빌려줬다. 기업 대출의 부도율이 낮아지자, 시티그룹·메릴린치 같은 대형 투자은행은 사모펀드 회사들에 수천억 달러를 대출했고, 이 돈은 LBO식 기업 매수(매수할 회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자금을 조달)에 쓰였다.

월스트리트에서(그리고 일반사회에서도) ‘거품 정신’을 열렬히 받아들인 사람들은 큰 수익을 올렸다. 1990년대에 인기 있는 정보기술(IT) 회사들의 상장을 주도한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투자 귀재로 각광 받았다. 그 ‘눈먼 돈’의 시절엔 더 많은 돈을 빌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사회적·금전적 자산을 획득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직접 저리 융자를 얻어 아파트를 사고팔면 중개 수수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마찬가지로 대형 투자은행들은 단순한 대리인보다는 거래 당사자가 되기로 작심했다. 신중한 투자를 설교하는 경영자들은 거의 외면당했다. 거품 시절에는 시장이 호황이라는 견해가 존중되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큰 발언권과 신뢰를 얻었다.

반면에 한 바구니에 계란을 지나치게 많이 담았다고 경고하는 신중론 또는 비관론자들은 무시당했다. 전미부동산업자협회의 수석 경제전문가 데이비드 러레이아는 경제 뉴스 채널인 CNBC 방송에 고정 출연해 집값 상승을 부각시켰다. 그는 2005년 2월 ‘당신은 부동산 붐을 놓치고 있는가?(“Are You Missing the Real Estate Boom?”)’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주택의 가치가 영구적인 부동산 호황기에서 중간쯤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주택 관련 융자와 마케팅의 변화나 인구 증가가 그런 붐의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집값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투자하라고 부추겼다. 이제 주택은 “한 세대 만에 찾아오는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러레이아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겼다. 거품기에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곤 최근의 파티는 훨씬 더 큰 연회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나는 이런 성향을 ‘견적(見積)질병’이라고 부른다. 어떤 가정에 의거해 추정하는 행위인 견적 계산은 경영학 석사(MBA) 과정과 사업 계획 작성의 기초다.

최근의 호황기 특성이 미래에도 영원히 지속된다고 추정하는 강박관념적인 태도는 견적 질병의 주요 증상이다. 1990년대에 금융시장에 눈뜬 사람들은 주식 가격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믿었다. 마찬가지로 21세기의 첫 10년대에 경제적으로 성년이 된 사람은 금리와 집값이 각자 한 방향으로만(금리는 하향으로, 집값은 상향으로만)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래서 침실 5개짜리 호화주택을 턱없이 비싼 값에 구입하고도 마음이 편했다. 그 집을 더 높은 가격에 재빨리 되팔거나, 혹은 손쉽게 추가 융자를 얻어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귀족들도 똑같이 맹목적인 경기순행적 사고방식에 물들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했다.

별로 실력도 없는 주식 ‘전문가’들조차 눈 먼 돈의 힘으로 현자 내지는 새로운 성공 모델로 격상됐다.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 그룹의 공동 설립자 스티븐 슈워즈먼은 저명한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W 애버럴 해리먼처럼 ‘진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존 D 록펠러 2세의 소유였던 파크 애비뉴의 아파트를 포함해 록펠러의 이미지를 풍기는 장식물들을 사들이기도 했다.

거품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자 또 다른 위태로운 풍조가 나타났다. 금융 기술자들은 저리 융자금을 굴려 큰돈을 벌어들인 자신의 천재성을 다른 낯선 산업 부문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믿게 됐다. 예컨대 2003년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인 에드워드 램퍼트는 파산한 K마트를 인수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05년에는 시어스 백화점을 사들여 무려 3800개의 매장을 거느린 공룡 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소매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의심스러웠다. 2007년 2월 시카고의 부동산 투자 사업가 샘 젤은 대형 사무용 건물의 소유와 관리 업체인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스를 380억 달러에 블랙스톤 그룹에 매각했다.

젤은 부동산을 적시에 매매하는 자신의 능력이 고전 중이던 신문업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LA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시카고 커브스 등을 소유한 트리뷴 그룹을 82억 달러에 인수했다. 젤은 그 구입 가격 중 4%(3억1500만 달러)만 자기 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융자금으로 충당했다.

결국 그 회사의 부채는 130억 달러로 불어났다. 젤은 부실 신문사를 회생시키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트리뷴 컴퍼니는 2008년 12월 파산을 신청했다. 차입 자본 이용(레버리지: 지렛대라는 뜻도 있다)은 마치 정교한 도르래 장치와 비슷해서 소박한 소비자부터 교만한 사모펀드 회사 CEO까지 누구나 거대한 중량을 들어올리게 해주었다.

그러나 2008년 그 도르래 장치가 고장 났다. 질량과 중력의 힘이 합세해 엄청난 중량의 장치가 무너져 내렸다. 눈먼 돈의 힘은 호황기뿐만 아니라 불황기에도 경기순행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확산된 과잉 확신이 무모한 대출을 부추겼듯이, 갑작스럽게 확산된 자신감 결핍은 대출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거의 하룻밤 새에 금융 시스템이 모두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모두를 불신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말했듯, 장기적 전망의 실현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거품도 꺼진다. “그럴 때 우리의 태도는 180도 바뀐다. 풍요감이 공포감으로 변한다.” 모두가 아무에게나 원하는 만큼 돈을 빌려주고자 했던 분위기(2006년)에서 모두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2009년)로 바뀌었다.

눈먼 돈 경제(주택·보험·부동산·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지난 10년간의 경제성장을 대부분 지워버렸다. 2008년 말 주가는 1997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주택 압류의 확산으로 2008년 3분기의 주택 소유율은 2002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손쉬운 저리 융자의 기회를 박탈당한 눈먼 돈 시대의 귀족들은 평민으로 전락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규제 강화는 머지않아 분명히 이뤄진다. 그러나 의회의 규제 입법은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의회는 회계 부정 추문이 수없이 발생한 뒤인 2002년에야 사베인-옥슬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법에 따라 기업 CEO들은 회계 장부를 정확히 확인한 뒤에 서명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사실상의 규제 강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약금과 적절한 서류가 없으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규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던 대출 기관이 대부분 파산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투기를 규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거품은 미국인의 정신세계에 내재된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품은 사람을 신 나게 한다. 자산 거품은 부자라는 느낌을 준다. 한 사업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다른 500명의 사람이 그것을 모방한다. 규제 장치가 있다고 해도, 여덟 번째 온라인 애완동물 가게와 7567번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사람, 또 마이애미의 137번째 고층 아파트와 52번째 에탄올 공장에 투자하는 사람은 늘 존재하게 마련이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어떤 새로운 유행이 있을 때, 그 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들에겐 일종의 자동 제어장치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금융 시스템과 문화를 덜 경기순행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품성 중 일부가 제거되고 삶의 즐거움이 약간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대신 우리의 파괴적인 속성도 줄어들 것이다.

특히 시티그룹 같은 대형 은행들의 불충분한 자기자본 비율은 회생을 방해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은행이 자기자본을 확충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호황기다. 영업이익이 늘고 자본 유치가 쉽기 때문이다. 불황기엔 이미 사실상 망가진 상태라 자본 확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료의 수준을 은행의 규모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경영 실패가 금융권 전체를 침몰시키는 시티그룹 같은 대형 은행은 지점이 6개뿐인 소형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험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 호황기에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이번 금융위기의 무대가 됐던 자산 운용 업계가 시스템 붕괴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공동 소장인 딘 베이커는 주식이나 여타 자산의 거래에 세금(예컨대 거래대금의 0.25%)을 부과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이처럼 거래세를 부과하면 투기 목적의 거래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커는 “이런 종류의 세금은 1년에 1000억 달러가량을 쉽게 거둔다”고 말한다. 헤지펀드나 여타 광적인 트레이더들로부터 거둔 거래세는 구제금융 자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시카고대 경제학자 리처드 탤러는 주택금융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경기순행적 영업 방식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택 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집값이 오르면 대출 기준이 낮아졌다는 점이다”고 지적한다. 주택에도 주가수익률(PER)과 비슷한 지표가 있다. 바로 주택 임대수익률(PRR)인데, 주택의 시장가격을 임대수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만약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높아지는 PRR만큼 더 많은 주택 할부금을 요구하고, PRR이 낮아지면 할부금을 더 적게 요구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했다면 거품 절정기에 모기지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지금 같은 불경기엔 모기지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탤러 교수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눈먼 돈 시절에는 좀 더 우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들이 쉽게 수익을 올리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인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주택이나 기술주 투자로 쉽게 돈을 버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도 그런 데 뛰어들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후회를 최소화하려고 유행에 편승하게 마련이다.” 이를 피하려면 거품의 유형을 잘 살펴봐야 한다. 몇몇 우발적인 요소와 장기적인 흐름을 혼동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눈먼 돈의 종말은 죽음과 비슷했다. 수십 개의 금융기관, 수백만 개의 일자리, 수많은 꿈과 천문학적인 가치의 자산이 사라졌다. 그 후유증과 씨름하는 우리의 모습은 비탄에 이르는 5단계 심리 과정을 밟아가는 듯하다. 첫 단계는 부인(否認)이었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둘째 단계는 분노였다. 우리는 구제금융의 규모와 방식에 분개했다. 셋째는 흥정이었다. 지난해 가을 우리는 납세자들이 구제금융으로 오히려 이익을 볼지 모른다는 주장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께 넷째 단계인 침울함이 시작됐다. 나는 이 심리 과정이 넷째 단계에서 끝나길 바란다. 마지막 단계인 수용으로 옮겨간다면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수용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이 위기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생에 한 번뿐인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만들어낸 지극히 해롭고 파괴적인 산물이었다. 그 폐해를 청산하려면 오랫동안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는 분노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더 똑똑해져야 한다.

이 기사는 대니얼 그로스의 저서 ‘눈먼 돈: 미국의 금융계 천재들이 국가를 파산시킨 경위’(From DUMB MONEY: How OUR GREATEST FINANCIAL MINDS BANKRUPTED THE NATION by caniel Gross. ⓒ2009 by daniel gross. published as e-book by Simon & Schuster.)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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