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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전 총성 이미 울렸다

유치전 총성 이미 울렸다

평창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성공적으로 대회가 치러질 것이다.” 안데르스 베세베르그(노르웨이)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회장의 말이다. 지난 2월 14일부터 9일 동안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2009년 바이애슬론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해 경기장을 두루 살펴보고 나서 밝힌 소감이다.

이번 대회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알레 아이너 비요르달렌(노르웨이) 선수는 평창의 바이애슬론경기장이 “다른 여느 경기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만족해 했다. 바이애슬론은 스키와 사격을 혼합한 종목이다. 유럽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동계 스포츠의 하나다. 주요 경기가 열릴 때마다 TV로 생중계 한다.

이번 평창 대회는 1958년 대회 창설 이후 50년 만에 아시아는 물론 비유럽권에서는 처음 열렸다. 42개국 선수단 565명을 비롯해 관계자 1500여 명이 참가했다. 스프린트, 추적, 개인·집단 출발, 계주 등 남녀 각 5종목과 혼성계주 등 11개 종목에서 선수들이 열전을 벌였고 경기마다 1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베세베르그 회장은 “경기장 인프라가 동계 스포츠 강국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아네 링퀴스트(스웨덴), 모하메드 므잘리(튀니지), 패트릭 차문다(잠비아), 마누엘라 디 첸타(이탈리아) 등 IOC 위원들도 ‘최고의 시설’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는 TV 중계를 지켜본 2억여 명의 세계인에게 평창이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인 2월 18일 평창 보광 피닉스파크에서는 또 다른 행사가 열렸다. 동계 스포츠 꿈나무 육성 행사인 ‘2009 드림 프로그램’이었다.

2004년에 시작된 드림 프로그램은 동계 스포츠를 접해보지 못한 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열렸다. 김영범 강원도 국제스포츠정책관은 “강원도가 IOC에 제안해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행사로,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평화 조성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 올해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유럽 등 29개국에서 온 청소년과 임원진 116명이 참가했다. 9박10일 동안 국내 지도자들로부터 빙상, 스키 종목 등의 강습을 받고,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를 참관했다. IOC 위원 등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 행사 참가자는 2008년까지 모두 39개국 578명에 이른다.

이 두 행사를 치르는 강원도의 원모(遠謀)는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있다. 드림 프로그램 개막식에서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참가 청소년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2018년에 평창에서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이애슬론 대회론 ‘세계적 수준의 경기장 인프라’를 자랑하고, 드림 프로그램으론 동계 올림픽 유치에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IOC와의 약속은 지킨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목적이었다.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강원도는 올해 들어서만 모두 5개의 동계 스포츠 국제대회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는 2009 FIS(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였다. 1월 14일부터 11일 동안 횡성 현대성우리조트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50개국 1200여 명이 참가했다. 2월 18일부터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는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세계선수권대회가 벌어졌다.

두 대회 모두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다. 3월 21일부터는 2009 컬링 세계선수권대회(강릉빙상경기장), 9월 5일부터는 FIS 스키점프 서머그랑프리월드컵대회(알펜시아 리조트)가 예정돼 있다. 강원도는 이를 두고 “국제 동계 스포츠 무대에서 평창이 착실히 쌓아온 세계적 인지도와 위상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런 대회를 통해 동계 올림픽 개최 여건과 능력을 대내외에 다시 한번 과시하려는 목적이다. 2010년 대회 유치전 당시 세계 무대 속 평창의 인지도는 거의 바닥이었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평창을 북한의 평양으로 보도할 정도였다. 일부 IOC 위원마저 그렇게 착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0년 대회는 캐나다 밴쿠버에 3표, 2014년 대회는 러시아 소치에 4표를 뒤져 눈앞에서 개최권을 놓쳤다.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만큼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지금 동계 스포츠 분야에서 평창의 국제적 지명도는 어느 경쟁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평창이 가진 2018년 대회 유치의 가장 큰 자산이다. 평창이 벌써부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쟁쟁한 도시들이 경쟁자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2018년 대회 유치 의사를 밝힌 곳은 5~6개국 10여 개 도시에 달한다. 뮌헨(독일), 소피아(불가리아), 알마티(카자흐스탄), 하얼빈(중국) 등이 우선 꼽힌다. 프랑스는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자국 후보 도시들 간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안시, 니스, 그르노블, 펠부 등이 프랑스 안에서 경쟁을 벌인다.

이 중에서도 뮌헨이 가장 앞서 나가 이미 유치위원회를 구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평창은 앞서 두 번의 유치 과정을 통해 경쟁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경기 인프라’도 큰 강점으로 내세운다. 2014년 대회 유치를 앞두고 2007년 2~3월 진행된 IOC 실사 단도 이 점을 인정했었다. 당시 IOC는 그해 6월에 발표한 공식 조사평가보고서를 통해 “경기장 컨셉트는 훌륭하고, 수송은 요구사항을 충분히 충족했으며, 장애인 올림픽은 잘 고안되었고, 재정은 달성 가능하다”고 명시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평창의 경기 인프라는 훨씬 더 보완됐다. 현재 평창과 강릉을 중심으로 7개 경기장이 이미 들어섰다. 알파인 대회전·회전,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은 평창에, 컬링 경기장은 강릉에 있다. 앞으로 알파인 활강·수퍼G(정선),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평창),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쇼트트랙, 아이스하키 Ⅰ·Ⅱ(강릉) 등 6개 경기장을 신설하면 경기장 시설은 대부분 완성된다.

그러나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인 뮌헨은 경기장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한다. 빙상 경기가 주로 열리는 뮌헨은 1972년 하계 올림픽 개최 당시 시설을 재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시 뮌헨은 4㎞ 북서쪽에 올림피아파크를 새로 건설했다. 8만 명 수용 규모의 그 메인 스타디움에서 개·폐회식을 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컬링 경기장은 수영장을, 아이스하키장은 올림피아홀을 각각 개조해 만든다는 식이다. 설상 경기장이 있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은 뮌헨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다. 독일 최고봉 주그스피츠(해발 2962m) 자락에 경기장이 자리해 스키의 고장으로 유럽에서 명성이 높다. 이 도시 내에 있는 각종 설상 경기장은 15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 도시는 70여 년 전인 1936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러나 그 후 별다른 변화가 없어 제반 시설이 대체로 취약한 편이다. 예를 들면 스키 점프대만 하더라도 이미 K98(98m), K125(125m)로 기준이 바뀐 지 오래됐지만 이곳은 K90(90m), K120(120m)으로 옛 규격대로다. 선수촌, 음식점, 위락시설까지 큰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의 현재 구상대로라면 평창은 뮌헨에 비해 경쟁력 면에서 상당한 우위에 있다. 그 핵심으로 이미 건설됐거나 건설 예정인 각 경기장이 가까운 거리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꼽힌다. 대회본부가 설치될 평창을 중심으로 강릉, 정선까지 각 경기장 모두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닿도록 할 계획이다.

주요 경기장이 있는 평창~강릉 45㎞, 평창~정선 46㎞, 평창-면온(보광 피닉스파크) 37㎞ 등이어서 충분히 가능하다. 평창은 이를 ‘콤팩트’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IOC가 2014년 대회 실사 보고서에서 “훌륭하다(Excellent)”고 평가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평창이 모든 경기장의 30분 이내 이동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통 인프라 개선은 필수적이다. 강원도는 이에 따른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110㎞에 달하는 원주∼강릉 간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가장 긴요한 사업으로 꼽고 있다. 실시설계에 들어간 이 복선 철도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평창까지는 1시간40분, 강릉까지는 2시간이면 닿는다. 올해 착공한 경기도 광주∼원주 간 제2영동고속국도(약 60㎞)도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될 예정이다.

이 고속국도가 완공되면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3시간 이내 주파가 가능해진다. 정선까지 이어지는 59번 국도도 개선 공사가 예정돼 있다. 반면 뮌헨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뮌헨 역시 대회본부와 빙상경기가 열릴 뮌헨, 설상 경기장이 있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가 벌어질 쾨니제 등 3곳에서 분산해 대회를 치를 생각이다.

그리고 독일은 세 도시 간 거리가 평창보다 2~4배가량 멀다. 뮌헨~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85㎞, 뮌헨~쾨니제 151㎞, 쾨르미슈파르텐키르헨~쾨니제 210㎞ 등이다. 시속 100㎞의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뮌헨의 경우 경기장을 오가는 데 대략 1~2시간씩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동계 올림픽 유치가 꼭 시설과 관련 인프라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2014년 대회를 유치한 러시아 소치의 경우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당시 소치는 잘츠부르크를 포함한 최종 후보 도시 3곳 중 인프라 부문이 가장 취약했다. 2007년 IOC 실사는 “러시아에서 첫 번째로 세계 수준의 스키 시설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목표 성취에 촉매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쉽게 말하면 동계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경기장 시설이 사실상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전체적인 평가 등급은 ‘매우 좋음(Very good)’이었다. 1차 투표 결과도 평창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대회 개최권은 결국 소치가 차지했다.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IOC는 경기장 외에 올림픽 이념이나 유산, 숙박, 재정, 수송, 장애인 올림픽 준비, 프레젠테이션, 정보 제공 등 모두 17개 항목을 대상으로 꼼꼼히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IOC 위원들이 표심을 결정한다. 어느 한 항목이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또다시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는 점을 두 번의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체험했다. 평창에 캐나다 캘거리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희망의 빛이다. 두 도시는 세 번의 도전 끝에 동계 올림픽을 거머쥔 ‘선배’이기 때문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캘거리는 1964년, 1968년에, 솔트레이크시티는 1972년, 1998년에 각각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캘거리는 1988년 대회를,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 대회를 따내는 끈기를 보여줬다. 평창은 앞서 두 차례의 유치 과정에서 축적된 ‘풍부한 인적·물적 토대와 노하우’가 2018년 대회 유치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IOC 위원 등 국제 스포츠계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물적 토대’에 해당하는 경기장 관련 인프라나 대회 개최 능력 또한 동계 스포츠 대회를 여럿 열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입증했다. 박종훈 강원도 국제스포츠위원회 홍보부장은 “평창의 도전 여하에 따라 2018년 동계 올림픽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외국 도시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평창의 경쟁력이 출중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주경기장 예정지 ‘평창 알펜시아’는 공사중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대회본부, 미디어센터, 선수촌 등은 필수 부대시설이다. 동계 올림픽 개최 때 핵심이 될 시설들을 모아 건설 중인 곳이 알펜시아 단지다. 이 단지는 크게 동계 스포츠 지구, 골프 빌리지 지구, 리조트 빌라 지구 등 3곳으로 나뉜다. 동계 올림픽 종목 중 스키 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장도 이 안에 있다.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루지/봅슬레이 경기장도 여기에 설치될 예정이다. 골프장 등 리조트 시설도 함께 들어서는 알펜시아 단지의 전체 공정률은 2009년 1월 말 기준 54.3%다. 구체적으로는 동계 스포츠 지구가 76%로 4분의 3 선을 넘어섰다. 골프 빌리지 지구(49.0%), 리조트 빌라 지구(44.2%)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공정률을 보인다.

이런 공정률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다. 강원도는 ‘세계 경제의 침체’ ‘시설 보완과 설계 변경’ 등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특히 알펜시아의 상징인 스키 점프대(K98, K125, 연습장)는 올해 5월말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관중석은 나중에 따로 지어진다. 오는 9월 세계스키점프 하계 그랑프리대회를 이미 유치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

골프장, 스키장, 콘도미니엄, 특1급 호텔, 빌라 일부(63세대)는 5월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특2급 호텔, 콘퍼런스센터, 워터파크 등 나머지 시설은 올 6월 말 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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