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휴양지 佛 생 트로페
꿈의 휴양지 佛 생 트로페
솔직히 말해 프랑스 남동부의 휴양지 생 트로페 여행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1960년대 소년 시절 뱅 드 솔레유 선탠 로션 광고가 나오면 그 에로틱한 모습에 매료돼 새로 들여놓은 컬러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최면을 걸듯 CM송이 흘러나오며 저 멀리 지중해에서 구리 빛의 탄탄한 몸매를 가진 선남선녀들이 바닷물을 튀기며 뛰어다녔다.
“뱅 드 솔레유, 생 트로페에서 선탠한 느낌.” 그것은 여름의 표상이었다. 수십 년이 걸렸지만 지난 7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 바닷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출발 전 가본 적도 없는 친구들이 생 트로페는 이미 한 물 갔다느니, 프랑스 사교계의 화려한 본무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은 지났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평범한 어촌 마을에서 브리지트 바르도의 도움으로 제트 여행족의 천국으로 탈바꿈한 생 트로페에 막상 도착해 보니 그들의 말과는 전혀 달랐다. 디오르, 푸치, 수퍼드라이스토어(포뮬러 원 레이스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과 데이비드 베컴이 명품 캐주얼 의류를 쇼핑하는 곳) 등 새로 문을 연 부티크들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활기 넘쳤다.
역시 생 트로페는 쇼핑객들의 성지였다. 부티크 호텔만한 크기의 요트들이 한 쪽 선착장에 정박된 가런 광장에는 새 단장한 푸치 그리고 기타 고급의류와 보석 매장 수십 개가 들어섰다. 3만 유로짜리 브라이틀링 시계라면 이런 곳에서 구입해야 제격일 듯 싶었다. 또 호텔 쉬브의 발코니 위에 자리잡은 바에 앉아서 프로방스산 로제 와인을 홀짝이며 항구를 내려다보는 기분도 아주 그만이었다.
도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호텔은 오랫동안 구미 작가와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다. 그 뒤 내부를 다시 꾸몄지만 창조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살아있다. 인근 세네퀴에 케이크숍에서 달걀 흰자, 꿀, 피스타치오로 만든 부드럽고 쫄깃한 누가(설탕·아몬드 등으로 만든 과자)를 판매한다.
항구에서 도보로 불과 3분 거리에 있는 좁은 조르주 클르망소 거리를 따라 단발성 부티크 매장들이 문을 열고 수제품을 판매한다. 아틀리에 론디니(16번)는 샌들을 맞춤 제작하고 마리네트(4번)는 아름다운 테이블 장식, 리넨, 양초를 판매한다. 생 트로페 노천시장에서는 화요일과 토요일 오전 7시~오후 1시 사이 형형색색의 밀짚 바구니, 프로방스산 리넨, 돈육 제품, 이색적인 향료를 판매한다.
전설적인 록스타의 파티 장소인 호텔 비블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호텔의 401호에서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첫번째 부인 비앙카에게 청혼했고 그 뒤 결혼식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이곳에서 했다(byblos.com, 594유로). 물론 파티는 아직도 계속된다.
같이 데려간 10대 아들이 일러줘 알게 됐지만 아침식사 때 호텔에서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 음악이 흘러나왔다. 온종일 그런 음악으로 파티 분위기를 조성한다. 풀장 가에 차려지는 만찬은 스페인식 전채요리 타파스와 칵테일로 이뤄진다. 젊고 섹시한 재즈 밴드가 브라질 삼바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요즘엔 믹 재거가 보이지 않는 대신 퍼프 대디, 톰 크루즈, 나오미 캠벨, 엘르 맥퍼슨 등이 눈에 띈다. 아래층에는 호텔 부설 야외 음식점 ‘알랭 뒤카스의 스푼’이 있는데 야간 파티의 관문 역할을 한다. 나이트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서 캘리포니아식 스시 롤과 감칠 맛 나는 반숙 달걀, 아스파라거스, 곰보버섯 요리로 배를 든든히 채운다.
비블로가 파티의 전당이라면 라 레제르브는 평화와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메카다. 이 리조트는 인근 라마튀엘 마을의 절벽 꼭대기에 지난 7월 문을 열었다(객실료 400유로부터, lareserve-ramatuelle.com). 활짝 열린 여닫이 유리문 앞에 드리워진 순백의 전면 리넨 커튼이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춘다.
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바닷가를 바라보기만 해도 그동안 쌓인 피로가 모두 씻겨나가는 듯했다.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급 스파가 정신 수양하는 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생 트로페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최대 매력은 물론 해변이다. 클럽 55에서 하루 50유로 정도에 라운지 의자와 우산을 빌려주지만 그보다 클럽의 천막 식당을 이용해야 제맛이다.
하얀 의자와 연푸른색 식탁보도 산뜻하지만 이곳의 진수는 25유로짜리 초대형 모둠 야채(deconstructed salad)다. 커다란 꽃양배추, 소프트볼 만한 크기의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형태의 버섯·당근·무·양파·오이를 섞지 않고 통째로 두터운 코르크판 위에 예술적으로 배치해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골라 썰어 먹도록 했다.
한 마디로 눈과 입이 즐겁다. 백사장은 청춘남녀의 로맨스가 펼쳐지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최신 디자이너 수영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거나 알몸의 피서객들은 모두 상당한 멋쟁이처럼 보인다. 이번 여행에 따라온 10대 아들이 자기 카메라에 현지 풍습 몇 컷을 저장할 메모리 공간을 만들었다는 정도만 말해 두겠다.
생 트로페가 지닌 매력은 무엇보다 아무나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통사람들 입장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비싸다는 점은 차치하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도시 외곽 10km 지점에 있는 활주로는 길이가 짧아 자가용 비행기만 이용한다. 가장 가까운 공항이 두 시간 이상 떨어진 니스에 있다.
이용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유로 스타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80유로, eurostar.com). 몇 시간 간격으로 파리에서 툴롱까지 운행하며 4시간 30분이 걸린다. 툴롱에서 다시 자동차로 한 시간 가량 이동해야 한다. 보통 호텔들이 역에 교통편을 준비해둔다. 그러나 바로 이런 배타성이야말로 생 트로페가 칸느나 니스보다 더 고급스러운 꿈의 관광지로 꼽히는 이유다.
다른 사람은 거의 구경도 못하는 아름답게 배치된 모둠 야채를 먹고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때 거닐었던 백사장을 산책하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1960년대 아름다운 멜로디의 선탠 로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그런 이미지는 실로 생 트로페의 전부나 다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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