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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할 핵융합 기술의 비밀

지구를 구할 핵융합 기술의 비밀

밖에서 볼 땐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동쪽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거리에 있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단지의 우중충한 10층짜리 건물이었다.

그러나 10월의 어느 화창한 날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이 연구소를 방문해 에드워드 모지스를 만나서 곧 세상을 뒤바꿀 기술을 목격하던 때의 이야기를 언젠가 손자에게 해주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낙관주의자이거나 아니면 너무 순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저 이곳을 운영하는 60세의 과학자 모지스를 만난 뒤 매일 아침 복용하는 멀티비타민 정제 크기만한 작은 알갱이를 그가 보여주면서 그것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하게 된다고 장담했을 때 그의 말을 믿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은 어처구니없게 단순하면서 아주 그럴 듯해 보였다. 모지스가 손에 든 알갱이는 모형이지만 실물에는 물에서 추출 가능한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3중수소 몇 mg이 담긴다. 강력한 레이저로 그 알갱이를 파괴하면 태양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같은 반응이 발생한다.

그 반응을 활용하면 지구상에 하나의 항성을 두는 셈이다. 그 별에서 나는 열로 아무런 오염도 배출하지 않는 전기의 생산이 가능하다. 핵발전소, 석탄, 석유 또는 풍력이나 태양광은 모두 필요 없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태양광 발전”이라고 모지스는 말했다. 모지스가 설명하는 방식은 통제된 핵융합이다.

일반 핵분열 발전소와는 달리 핵을 분열하지 않고 융합하는 방식이다. 핵분열에서는 우라늄 원자의 핵이 두 개의 작은 원자로 분열돼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서 전력을 생산한다. 융합 반응에서는 이 과정의 후반부(열이 증기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원자 핵을 분열시키지 않고 중수소 핵과 3중수소 핵을 결합(융합)시키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게 되면 헬륨이 만들어지면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려 노력해 왔지만 이제껏 실패만 거듭해 왔다. 융합 자체가 달성 불가능하지는 않다.

융합은 수소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한다. 융합을 조절해서 한 번의 폭발에 그치지 않고 작고 통제 가능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 점이 관건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앞으로 40년만 있으면 실현 가능하지만 그 40년이 만년 40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모지스는 국립점화시설(NIF)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연구소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는다. 융합이 직면한 최대 난제는 파워의 부족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이저로도 두 개의 핵이 충돌하고 또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 만한 에너지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선 건물이 그렇게 큰 이유(미식축구장 3개만 한 넓이)는 거대한 레이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192개의 동일한 레이저를 합쳐서 작은 연료 알갱이가 들어 있는 직경 약 10m의 둥근 방으로 쏘아 파괴하는 시스템이다. NIF의 레이저를 건조하는 데 10년이 걸려 올해 초에 완성됐다.

이 레이저는 그 동안 개발된 어떤 레이저보다 60배나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아직도 시험단계에 있지만 내년에는 모지스 팀이 중수소-3중수소 연료를 가득 담아서 불을 붙일 수 있을 전망이다. 모지스는 입력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 통제된 ‘점화’의 달성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냉소적인 유머감각에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지닌 레이저 과학자 모지스는 NIF 시설을 두루 안내하면서 전과정을 설명했다. NIF는 방대하고 아름답고 탄성을 자아내는 장치다. 금속 튜브가 몇 마일에 달하고 비할 데 없이 복잡하다.

모두 작은 광선으로 시작해 그 광선을 기계장치로 통과시켜서 특수 제작한 크리스털과 수천 개의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 강도를 증폭시킨 뒤 발사해서 끝으로 후추열매 크기만 한 표적을 맞히도록 광선을 조준하는 시스템의 일부다. 이 전 과정이 100만 분의 1초에 일어난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 모두가 첨단과학의 환상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모지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그와 그의 연구팀이 하는 말을 하나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약장수”라고 1997년 구상 단계부터 NIF 프로젝트를 주시해온 천연자원보호협회의 선임 과학자 토머스 코크란은 말했다.

코크란은 NIF 레이저의 강도가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강도가 충분하다고 해도 “장비가 너무 크고 비싸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리학자 스티븐 보드너 같은 이들은 NIF 레이저가 작은 표적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봤다고 비판했다.

보드너는 워싱턴 DC 소재 해군 리서치 연구소의 레이저융합 연구팀장으로 일하다가 1999년 은퇴했다. 모지스는 NIF가 이미 표적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한다. 그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음을 잘 알지만 과학자와 기술자 500명으로 이뤄진 자신의 팀이 성공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상사인 로런스 리버모어의 조지 밀러 연구소장은 물리학 박사이며 모지스가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지 잘 안다. “실제로 성과를 얻을 때까지 하나도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NIF를 만들어서 이것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는 알아봐야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커다란 혁신 기술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얻는 법이다. 성공할 때까지는 항상 가망이 없고 밑 빠진 독처럼 비용만 많이 들어가는 듯해 보인다.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도 불가능해 보였지만 수천 명의 과학자가 성공했다. 13년 동안 정부가 30억 달러를 지원하고 민간기업이 투자한 결과였다.

유전체 프로젝트처럼 융합 에너지도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이팟 차기 버전이나 새로운 페이스북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 과학자는 우리가 보유한 최첨단의 지식을 바탕으로 물질의 작은 분자를 조작하는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융합이 성공한다면 최상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NIF에는 과학자들이 우주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예컨대 별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환경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NIF가 실패한다 해도(이 연구소 전체가 35억 달러를 집어삼킨 채 문을 닫는다 해도) 그런 모험을 감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듯하다.

NIF 팀은 그래도 레이저 디자인, 광학연구, 소재 과학에서 작은 혁신을 다수 이루고 레이저 과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뒤에 다시 도전하려고 더 큰 레이저 건조 자금을 찾아 나서지 않을까. 모지스가 옳고 NIF가 성공한다면 NIF의 과학자들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바로 그런 까닭에 일본·프랑스·영국·중국의 연구소들도 모두 융합 에너지 연구에 열을 올린다. 모지스 자신은 정말로 한 가닥 의구심도 없는 듯하다. 물론 기술상 커다란 난제는 많다. 그러나 그의 팀은 그 장벽을 하나씩 허물어왔다고 그는 말했다.

“만일 누군가 내게 상용 융합 발전소 모델 개발을 맡기면서 ‘10년 기한을 주겠다’고 한다면 그 일을 맡겠다”고 모지스는 말했다. 그와 한 동료는 이미 자신들이 개발 중인 제품의 이름을 LIFE(Laser Inertial Fusion Energy, 레이저 관성 융합 에너지)라고 지었다. 이 이름은 적어도 일부 과학자가 이미 마케팅도 어느 정도 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모지스는 2020년에는 전력회사들이 ‘LIFE 엔진’이라고 불리는 발전소 초기 모형의 구축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2030년에는 실제 융합 발전소가 건설돼 가동되고 2050년에는 일반화되리라고 그는 말했다. 전력회사들이 이 기술을 받아들여 투자한다면 2100년에는 미국에서만 무려 1000개의 융합 발전소가 가동될지도 모른다고 그는 내다봤다.

모지스의 말이 맞다면 이는 금세기 최대의 혁신기술일지도 모른다. LIFE는 값싸고 풍부한 연료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융합 옹호론자들은 10갤런의 물로 초대형 유조선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비유를 즐겨 인용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고, 외국산 석유 의존도가 줄고, 핵분열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가 없어지며 따라서 핵무기용으로 추가로 농축할 만한 우라늄이 없어지게 된다.

융합은 인터넷처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와해성 기술일지 모른다. 미국이 가장 먼저 융합을 상용화한다면 반 세기 정도 그린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면서 발전소를 해외에 판매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선수를 빼앗기면 그들로부터 발전소를 사들여야 한다.

융합 에너지는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잠재적인 해결책도 제시한다. 세계 인구는 해마다 어림잡아 1억 명씩 불어난다. 중국과 인도가 지금은 미국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의 훨씬 적지만 개도국이 산업화함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게다가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전력 수요는 한없이 증가할 듯하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세계 전력 생산량이 2006년 수준에 비해 8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회사들은 이미 로런스 리버모어를 순례하기 시작했다. “전력회사들은 미래를 내다보지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만들 방도가 없다. 지금은 재생 에너지도 만들기 어렵고 너무 비싸다”고 모지스가 말했다.

반가운 소식은 지난 3월 모지스 팀이 대형 레이저를 발사했을 때 사상 어느 때보다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는 점이다. 1메가줄(에너지 단위)을 약간 웃도는 양은 모지스의 말로는 1마일(1.6km) 달리기에서 마의 4분 벽을 깨는 것과 같았다. NIF는 하루에 서너 번만 레이저를 발사하며 중수소만 약간 있고 3중수소가 없는 캡슐을 파괴한다.

그 시스템을 시험하면서 서서히 단계를 높여간다는 생각이다. 모지스는 이를 처음으로 페라리를 몰아 보는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운전을 시작하는 모습에 비유한다. 몇 달 뒤에는 3중수소와 약간의 중수소가 든 더 강력한 연료 캡슐로 단계를 올릴 계획이다. 2010년에는 중수소와 3중수소 연료를 모두 정량 포함한 캡슐을 파괴하기 시작하고 레이저 강도를 1.4메가줄로 높일 계획이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2012년 NIF는 모지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복 가능하고 믿을 만한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이는 전력회사들이 융합 원자로 초기모형 건설에 사용할 만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모지스는 야심적인 일정표와, 상용 LIFE 엔진 발전소를 예술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실린 안내책자를 보급한다.

수십 억 달러를 쏟아 부은들 NIF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실패작이라는 비판에는 모지스가 어깨를 으쓱 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발전이 멈춘 세계 속에서 산다. 그들은 한 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1960년대에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1960년대에 휴대전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지금도 못 만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물론 융합 에너지의 실용화는 휴대전화 개발보다 약간 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모지스 팀이 성공한다면 그들의 발명품은 지상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게 된다. NIF가 실패한다 해도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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