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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러시아 프로젝트 - ‘동토’ 녹이고 롯데 깃발 드날린다

신동빈의 러시아 프로젝트 - ‘동토’ 녹이고 롯데 깃발 드날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올 6월 롯데호텔 모스크바 부분 개장식에서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올 6월 롯데호텔 모스크바 부분 개장식에서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코카콜라일까.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다. 2000~2009년 2820만 달러에 이르는 수출을 기록했을 정도. 이를 250mL로 계산하면 1억3000만 캔이 팔려 나간 셈이다. 러시아인 10명 중 9명이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밀키스는 고급 음료로 평가 받는다”며 “일상생활뿐 아니라 중요한 행사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글로벌 기업이 몰려든다. 러시아의 관문으로 불리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 모스크바는 글로벌 기업의 격전장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가 속속 둥지를 틀고, 명품 전시장도 곳곳에 들어선다. 러시아 고객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멍석이 이미 깔렸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 삼성, 현대·기아차, LG, 대한항공, KT, CJ 등 국내 40여 개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적극적 행보를 하는 곳은 롯데다. 특히 이 기업의 러시아 진출 전략은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손수 챙기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9월 모스크바점을 열었다.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의 해외 진출. 동양권에서 서양권으로 영역을 넓힌 첫 사례이기도 하다. 1930년 일본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이 서울에 점포를 낸 지 80여 년 만에 백화점 수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스크바의 심장부로 불리는 ‘노브이 아르바트(New Arbat)’ 거리에 위치한 모스크바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 명품·패션·가전·가구를 한번에 쇼핑할 수 있는 한국형 원스톱 백화점이다. 모스크바점의 차별화 전략도 ‘한국형’이다. 한국형 마케팅과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이다. 모스크바점은 러시아에 있는 백화점 중 최초로 최우수 고객 전용 ‘MVG라운지’를 설치했고, 맞춤형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2018년 글로벌 톱10 백화점’이라는 세부 비전을 설립했다. 이를 위해 올해 1조4000억원을 글로벌 전략과 신규 사업 개발에 투자한다. 현재 모스크바에 해외 1호점을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국 최고 백화점을 넘어 상품·마케팅·서비스가 어우러진 ‘한국형 유통’의 세계화 시대를 모스크바 성공을 통해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 격전장 러시아롯데그룹 계열의 화학업체 케이피케미칼은 러시아와 인근 독립국가연합에 PET 패키지용 수지를 판매한다. 시장 점유율은 30%를 웃돈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로 인기몰이 중인 롯데제과는 올 9월 모스크바 남서쪽으로 110㎞ 떨어진 칼루가주에 생산공장을 완공한다. 초기엔 초코파이만 생산할 계획. 향후 생산라인을 빼빼로·자일리톨 등으로 확대할 방안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역량을 집중하는 곳은 호텔 분야다. 올 6월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부분 개장한 롯데호텔은 리츠칼튼·파크하얏트 등 14개 글로벌 특급 호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9월 중순 전면 개장한다. 러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동양권 호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컨셉트는 규모든 가격이든 서비스든 ‘무엇이든지 최고’다. 좌상봉 롯데호텔 대표는 “우리가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6성급 초럭셔리 호텔로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7117㎡의 부지에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다른 호텔과 달리 초현대식 스타일로 설계한 게 특징. 호텔 인테리어도 러시아에 진출한 다른 특급 호텔보다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로비와 중앙계단에 설치된 샹들리에는 개당 1억원이 넘는 초고가품. 현관은 웅장한 대리석 기둥이 받친다.

최초로 도입한 것도 많다.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 ‘미슐랭 3스타’를 9년 연속(2001~2009년) 거머쥔 ‘르 메뉴 파 피에르 가니에르’를 입점한 것은 대표적 사례. 일본식 퓨전 레스토랑 ‘메구’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 자동차 등 대형 전시물을 직접 운반할 수 있는 5t 화물 엘리베이터를 러시아 최초로 설치했고,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겨울을 감안해 온열 바닥과 비데도 도입했다. 이 역시 러시아 최초다.

▎최초·최고를 표방한 롯데호텔 모스크바 내부 모습.

▎최초·최고를 표방한 롯데호텔 모스크바 내부 모습.





토종 브랜드로 글로벌 호텔 체인과 겨뤄

▎자료:롯데그룹

▎자료:롯데그룹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객실은 개수·크기 모두 최대다. 객실 수는 304실로, 러시아에 있는 호텔 중 가장 많다. 객실 크기는 다른 호텔보다 평균 20㎡ 이상 크다. 여기에 한국의 뛰어난 IT기술을 접목한 것도 강점. 가령 고객이 체크인하면 복합형 전화기 형태의 객실 관리 컨트롤러를 통해 국적에 걸맞은 언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자국어 안내로 객실 온도와 조명, 음악감상, 호텔 및 관람정보, 교통정보 탐색도 쉽게 할 수 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리츠칼튼·파크하얏트 등 경쟁 호텔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한국식 서비스로 극복할 방침이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손님을 맞는 한국의 정통 인사법을 도입하기 위해 10여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좌 대표는 “롯데호텔의 인사 매뉴얼인 15도, 45도 인사법과 미소법을 모든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정(情)을 강조한 롯데호텔의 한국식 서비스는 러시아 호텔 업계에서 통용되던 서비스 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효과는 벌써 나타난다.

최근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정규직 300명을 채용했는데 현지 호텔리어 2000여 명이 지원했다. 그중엔 리츠칼튼·파크하얏트 호텔리어도 많다는 게 롯데 관계자의 말. 현지 호텔리어가 롯데호텔 모스크바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좌 대표는 “신규 호텔 오픈 외 위탁경영·기술지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2018년까지 국내외에 20여 개의 체인 호텔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호텔 체인에 맞서 토종 호텔 브랜드의 저력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거점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롯데그룹의 러시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신 부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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