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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음 읽어야 건강 베스트셀러

독자 마음 읽어야 건강 베스트셀러

찜통 더위다. 건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 건강 관련 책을 찾는 손길이 많다. 어떤 책이 좋을까? 가장 먼저 눈을 끄는 것이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서적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이코노미스트가 건강 부문 베스트셀러를 대해부했다.



2010년 7월 말 기준으로 강남교보문고에 배치된 건강서적은 1500종에 이른다. 모든 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책을 내지만 쪽박을 차기 일쑤. 실제로 대부분의 건강서적이 1000권 기준 1쇄를 넘기기 힘들다. 1500종이 넘는 책 중에 독자의 선택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극히 소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가.

인쇄수와 발행연도를 참고로 건강서적 30권을 선정, 해당 책의 편집자를 인터뷰해 그 비결을 분석했다. 해외에서 검증됐거나, 독자의 마음을 살핀 책, 새로운 시각에서 쓴 책, 명의 또는 유명인이 쓴 책, 방송에서 화제가 된 내용을 새롭게 엮은 책이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 검증된 책이 최고?베스트셀러로 뽑힌 건강서적 30권 중 3분의 1인 11권이 번역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권이 일본 책. 일본은 같은 동양권이라 체질이 비슷해 건강법을 적용하기 더 쉽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사랑에만 국경이 없는 것이 아니다. 건강에도 국경이 없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이미 검증 받은 책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부담을 덜어 준다. 출판사에는 쪽박의 위험을, 독자에게는 정보에 대한 불신감을 줄여준다. 그래서 출판사는 “이 건강법이 최고”라는 말 대신 “이미 해외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점을 강조한다.

번역서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내몸 사용설명서』(김영사·2007년 간·83쇄)다. ‘건강나이(Real Age)’ 개념의 창시자인 마이클 로이젠 뉴욕주립대 의대 교수와 메멧 오즈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심장에서 뇌, 뼈, 소화기관, 면역체계에 이르기까지 몸에 대한 모든 지식이 망라돼 있다. 국내 출간 이후 무려 25만 부가 팔린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해외에서 검증됐다는 것. 원서가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같은 저자의 『내몸 다이어트 설명서』(김영사·2008년 간·21쇄) 역시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된 ‘화려한 실적’을 갖고 있다.

신야 히로미 박사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아소·2006년 간·25쇄)과 『불로장생 탑 시크릿』(맥스미디어·2010년 간·8쇄)은 일본에서 각각 150만 부, 20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그가 말하는 건강법의 핵심은 5000종 이상의 체내 효소 원형인 ‘미라클 엔자임’을 소모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 있다. 육류, 생선, 달걀 등 동물성 식사를 줄이고 우유 등 유제품을 멀리하라고 권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포 브론슨과 애슐리 메리먼이 쓴 『양육 쇼크』(물푸레·2009년 간·15쇄)는 육아와 건강을 다룬 세계적 명저로 특히 “아이의 수면장애는 납에 노출된 것만큼 지능을 해칠 수 있다”며 숙면을 강조했다.

안티에이징 전문의인 사이토 마사시 스루라이프 클리닉 소장의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나라원·2010년 4월 간·7쇄)는 일본에서 52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차지했고, 25년간 면역학을 연구한 아보 도루 니가타대 대학원교수가 쓴 『면역혁명』(부광·2003년 간·10쇄)은 10만 부가 팔리면서 일본에 면역 신드롬을 일으켰다.





독자의 마음을 잡아라건강서적의 많은 독자는 환자거나 환자 가족.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단순히 ‘과학’만을 강조해 건조하게 쓰인 책은 일반 독자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건강지식은 기본이고 환자를 위하는 진심이 있어야 베스트셀러 ‘후보’에라도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그린비)는 이런 점에서 크게 성공한 책. 1997년 처음 발간한 이래 무려 59쇄를 찍었고 60만 부를 팔았다. 인쇄수가 아닌 판매부수로 따지면 베스트셀러 1위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국제 모유 수유 전문가인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이 쓴 이 책은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담았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육아·건강 분야의 바이블로 통한다”고 평한 그린비의 주승일 편집팀장은 “저자는 자신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집어냈다”고 말했다.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마라』(동아일보사·2006년 간·12쇄)를 쓴 고창순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대장암, 십이지장암, 간암 판정을 받은 ‘지독한’ 암환자인 탓이다. 이 책은 의료서적인 동시에 50년 동안 세 번의 암을 이겨낸 한 개인의 수기이기도 하다. 그는 “내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며 “환자는 정신을 무장해 치료하는 또 한 명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당뇨병엔 밥 먹지 마라』(이아소·2005년 간·10쇄) 를 쓴 에베 고지 일본 다카오병원 이사장 역시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그는 2001년 자신이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후 의욕적으로 당뇨병 치료법을 연구했다. 밥·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주식을 제한하는 ‘당질 제한식’이 그가 내놓은 해결책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질 제한식을 하면 약과 인슐린 주사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살기 위해 자연식한다』로 유명해진 암환자 송학운씨의 아내로 평범한 주부에서 요리강사로까지 나선 김옥경씨의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동녘라이프·2009년 간·9쇄)도 환자의 마음을 알뜰살뜰 헤아려 준다. 넉넉한 인상으로 17년 동안 남편의 밥상에 지극정성을 다한 그는 암환자를 살리려면 가족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랑 전령사이기도 하다. 삼성출판사가 낸 『임신·출산·육아 대백과』(2006년 간·21쇄)는 큰 판형에 400쪽 올 컬러로, 제목 그대로 임산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쓴 『허리 디스크 수술 없이 완치할 수 있다』(느낌이있는책·2007년 간·8쇄)는 수술을 두려워하는 디스크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전 경희대 한방병원장인 신현대 박사의 『평생 살 안 찌는 몸 만들기』(동아일보사·2009년 간·11쇄)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독자가 주저 없이 호주머니 돈을 내도록 만들었다. 『당뇨병 다스리는 최고의 밥상』(동아일보사·2004년 간·19쇄)은 일상적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식단을 제시해 요리에 자신이 없는 평범한 주부를 파고들었다.



새로운 시각에서 보라



EBS 제작팀이 쓴 『아이의 사생활』(지식채널·2009년 간·41쇄)은 주로 주관적 가치관을 기초해 쓰였던 기존의 자녀 양육 책의 흐름을 바꿨다. 실험을 통해 얻은 객관적 사실에 전문가들의 평가를 더해 ‘양육의 기준서’를 만들었다. 다음은 책에 나온 실험 중 하나. 생후 15개월 된 세 쌍의 남녀 쌍둥이 앞에 장난감을 늘어놓으면 남자아이는 자동차나 로봇을, 여자아이는 인형을 집는다. 쌍둥이임에도 성별에 따른 취향만 보인다. 이는 많은 교육학자가 주장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학습된다’는 이론을 뒤집는 것이다. 저자는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양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의사 이유명호 원장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웅진지식하우스·2004년 간·22쇄)은 ‘자궁’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저자는 여성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호평을 받았다. 여성성이 완결됐다는 의미에서 그는 ‘폐경(閉經)’ 대신 ‘완경(完經)’이란 단어를 쓰자고 주장한다. 또 ‘오장육부’란 자궁 없는 남성에게만 해당된다며 자궁이 있는 여성은 ‘육장육부’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의사 김재성 박사가 쓴 『하루 108배, 내 몸을 살리는 10분의 기적』(아롬미디어·2006년 간·25쇄)은 108배가 종교적 수행이나 절이 아닌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 책으로 108배 운동법의 ‘시초’다. 산속에서 수십 년 동안 산 기인 김영길씨가 쓴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사람과사람·2004년 간·19쇄)는 “모든 병의 근원은 간에 있다”거나 “나이와 성욕은 관계가 없다”는 등의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식이요법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다페이 시가즈의 『웰빙 야채 수프 건강법』(으뜸사·2006년 간·17쇄)은 건강을 기원하는 성인에게 매일 맛없는 야채 수프를 먹게 한 일등공신이다.

일본의 식이요법 전문가 야마무라 신이치로가 쓴 『얼굴을 보면 병이 보인다』(쌤앤파커스·2008년 간·19쇄) 역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얼굴을 인체 장기에 비유한 건강진단법을 소개한 이 책은 얼굴이 일종의 질병지도라고 주장한다. 코의 윗부분은 비장과 췌장, 아랫부분은 위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얼굴의 뾰루지만 봐도 몸의 어느 부위가 안 좋은지 알 수 있다.



독자는 명의를 원한다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첫째 기준은 의사다. 감기 등 작은 병도 그렇지만 특히 심장병이나 당뇨, 암처럼 무서운 병에는 ‘명의’를 간절히 원한다. 건강서적도 마찬가지다. 독자는 이름난 명의를 찾고, 출판사는 명의의 유명세를 활용한다.

『스트레칭 30분』(넥서스북·2001년 간·45쇄)이 대표적인 사례. 요가나 스트레칭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았으나 관련 서적은 많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출간돼 현재 45쇄까지 찍은 베스트셀러다. 당시만 해도 국내 스트레칭 관련 서적은 연예인 등 유명인을 내세운 몸매 만들기가 대부분이었다.

『스트레칭 30분』은 이 허점을 노린 책으로 저자 밥 앤더슨은 LA 다저스, LA 레이커스 등 유명 스포츠 팀과 일한 미국 최고의 스트레칭 권위자다. 이 책은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으로 누구나 따라 하기 쉽게 편집했다.

『불로장생 탑 시크릿』과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의 저자 신야 히로미 교수는 40년 동안 암 재발률 0%를 실현한 세계 의학계의 거장이다. 그의 명성은 국내 출판 전 이미 건강 동호회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에는 당연히 그의 이름값이 한몫했다.



『현미밥 채식』(페가수스·2009년 간·12쇄)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양의면서 고혈압, 당뇨, 뇌혈관병 등을 수술 없이 치료하는 황성수 박사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과장인 그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현미밥 채식을 처방했고, 실제로 많은 환자가 오랫동안 복용해오던 약을 끊고 건강을 되찾았다.

『암은 없다』(청림출판·2009년 간·9쇄)의 저자 황성주 박사는 우리나라 대체의학의 권위자이자 ‘황성주 두유’ 등 건강식품 기업 창업자로, 『위암 완치 설명서』(헬스조선·2009년 간·3쇄)의 저자 노성훈 연세대 교수는 세계적 명의로 잘 알려져 있다.



방송의 힘은 세다방송을 타라. 특히 건강 부문에서는 그렇다. 워낙 관심이 큰 탓에 시장까지 요동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버섯이 무슨 암에 효과가 있었다는 방송이 나가자 다음날 시장에서 그 버섯이 동났다거나,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말에 자연휴양림을 찾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 등의 얘기는 새롭지도 않다.

이 같은 방송의 영향력이 책 판매에 미치는 효과는 크다. 관심을 끈 방송 내용을 책으로 내는 것이 방송의 힘을 타는 가장 좋은 방법. E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대로 달고 나온 『아기 성장 보고서』(예담)는 2009년 발행돼 2년 만에 14쇄를 찍었다. 이 책의 편집자 오유미 팀장은 “방송 내용을 크게 보완하기는 했지만 결국 방송의 힘이 판매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어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른 책은 그 밖에도 많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이 내놓은 『108번의 내려놓음』(랜덤하우스코리아·2009년 간·8쇄)과 신동환 PD가 쓴 『간암·간장병 이렇게 하면 산다』(한국방송출판·2003년 간·13쇄)는 KBS, 방송제작팀이 직접 쓴 『고혈압, 목숨 걸고 편식하다』(쿠폰북·2009년 간·4쇄)는 MBC의 전파를 타며 발간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들이다.

하지만 방송을 탄 후 낸 책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이미 발간된 책 내용이 전파를 타며 대박을 치는 사례도 있다. 『항암식탁 프로젝트』(비타북스·2009년 간·33쇄)가 그렇다. MBC가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항암식탁 만들기’는 바로 이 책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암협회와 한국영양학회가 3년간 암과 음식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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