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자위의 힘’
신통방통 ‘자위의 힘’
보수 정치인 크리스틴 오도넬이 킨제이 연구소의 소장이 아니라 미국 상원의원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중이니 어쩌면 섹스, 특히 자위 문제를 보는 그녀의 견해에 왈가왈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위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인류의 생존까지 걸린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도넬은 1990년대 중반 자위가 생식기관으로 ‘장난을 치는’ 행동이며 대체로 아기의 생산을 저해한다고 비난하면서 반대운동을 벌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코끼리, 다람쥐, 인간의 사례를 보면 자위는 상식과는 달리 건강한 아기를, 그것도 많이 생산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가족 가치 중 ‘가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과학 이론은 간단명료하다. 동물의 왕국에서 어떤 행동이 보편화되면 생물학자들은 거기에 적응기능이 있지 않나 의심한다. 다시 말해 그 행동으로 동물 개체의 생존율이 더 높아지고 그 행동을 하지 않는 동물보다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 행동의 유전자가 다른 개체로 퍼져 결국에는 종족 전체의 기본적 특질이 된다. 이 이론은 물론 아주 일반화된 자위 행위에도 적용된다. 10월초 ‘사이언스 인 세컨즈’ 블로그에 쓰였듯이 ‘spanking the monkey(원숭이 볼기 치기)’ ‘charming the snake(뱀 홀리기)’ ‘freeing willy(고래 풀어주기)’ 등 자위를 뜻하는 상당수의 속어 표현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자위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 행동은 일본 짧은꼬리원숭이, 긴팔원숭이, 개코원숭이, 침팬지, 코끼리, 개, 고양이, 말, 사자, 당나귀 그리고 지느러미로 성기를 때리는 바다코끼리의 사례에서 확인됐다.
그렇다면 자위의 적응기능은 무엇일까? 적자생존 전쟁에서 동물이 승리하는 데 자위가 어떤 도움을 줄까? 다행히 과학자들이 그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네 가지 기본 이론이 있으며 각자 동물 한두 종의 사례가 뒷받침한다(자위가 적응력을 주기보다 성적흥분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는 성적 배출구 가설은 제외했다).
1 자위가 노쇠하고 병든 정자를 생식기관에서 제거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건강하고 빠른 정자의 비율이 높아져 남성이 아빠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인간의 경우 자위는 여성 생식기관 내의 정자 수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정자의 질을 높인다(젊은 정자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고 센트럴 플로리다대의 생물학자 제인 워터먼이 저널 플로스 원에 새로 발표한 논문에서 설명했다. 1993년에도 자위를 하면 다음번 그 남성이 섹스할 때 파트너에게 전달하는 정자 수는 줄지만 그 여성의 몸에 남는 정자 수는 줄지 않는다고 생물학자들은 주장했다. 그들은 “자위는 정자의 활동성을 높이려는 남성의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한 과학 학술회의에 제출된 연구결과도 이 건강한 정자 이론을 뒷받침했다. 7일 동안 매일 사정한 남성의 DNA 손상도를 측정했더니 정자의 질이 향상됐다. 3일 동안 금욕한 뒤 표준방식으로 측정했을 때는 평균 손상도가 34%였지만 7일 동안 사정한 뒤엔 손상도가 ‘나쁘지 않은(fair)’ 정자품질 범위인 26%로 떨어졌다. 정자 손상도가 감소한 남성만 보면(일부 어떤 이유에선지 손상도가 더 높아진 경우도 있었다) 평균 손상도가 ‘우수한(good)’ 범위인 23%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정자의 운동성도 크게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더 많이 나을 가능성이 커진다.
2자위가 일종의 광고가 될지도 모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위를 하는 수컷은 경쟁자뿐 아니라 짝짓기 후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정력이 왕성한지를 과시한다. “수컷은 자신의 정자가 많으며 어느 정도는 버려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자신의 왕성한 정력을 광고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워터먼이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짝짓기를 더 하고 아기를 더 낳아 가족이 더 많아진다. 아 참, 광고행위로서의 자위는 인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얼른 덧붙여야겠다(정말 그렇기를 희망한다).
3자위는 승리를 자축하는 일종의 ‘세리모니’일지도 모른다. 몇몇 동물은 짝짓기 후 자위를 한다.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이 이를 알기 때문에 자위는 그 행위를 하는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선택을 받은 파트너였음을 나타낸다. 아직도 짝을 찾는 암컷은 그 정보에 이끌려 그들의 선택을 따를지도 모른다. “저 암컷을 만족시킨 수컷이라면…”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짝짓기가 많아져 새끼를 더 많이 낳는다.
4자위에 위생기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수컷이 자위를 하는 이유는 생식기관을 깨끗이 해서 최근 다른 파트너와 관계한 뒤 자신과 짝짓기를 한 암컷으로부터 성병이 옮을 확률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성병 감염이 줄고 성생활 위생이 개선되어 짝짓기를 더 하고 아기를 더 낳는다.
성병예방 기능은 워터먼이 나미비아의 케이프 땅다람쥐(Xerus inauris)를 2000시간 동안이나 관찰한 뒤 자위의 기능을 추론한 정보다. 플로스원에 실린 그녀의 설명을 보자. “수컷이 앉은 자세로 머리를 숙여 발기된 성기를 입 안에 넣고 입(펠라치오)과 두 앞발(마스터베이션)로 자극하면서 하체를 앞으로 던지듯 전후로 움직이다가 마침내 사정을 하는 듯 절정에 이른다. 구강자위의 사례다.” 이런 행동은 암컷의 수정이 가능한 날 더 자주 나타났다. 그리고 주로 짝짓기 후 일어났다. 이는 난자의 수정 확률이 가장 높을 때 아주 많은 숫자의 정자를 낭비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다른 많은 수컷과 교미했던 암컷과 짝짓기한 수컷이 자위를 더 했다는 관측도 이상하다(케이프 땅다람쥐 암컷은 3시간의 가임 기간 동안 최대 10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그러나 짝짓기 후, 그리고 특히 관계가 문란했던 암컷과 짝짓기했을 때 자위를 더 많이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한 가지 이론이 있다. 자위는 수컷이 성병 감염 확률을 줄이는 한 가지 방편이라는 주장이다. 침에 항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성병이 생식력을 훼손하기도 하기 때문에 자위를 통한 성적 위생은 수컷 다람쥐가 계속 아기를 생산하는 한 방편이 된다.
그렇다면 암컷의 경우는 어떨까? 야생에서 자위하는 암컷을 관찰한 사례는 훨씬 적다. 다만 보노보(콩고의 유인원)는 이뿐만 아니라 온갖 형태의 성애행위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암컷이 자위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한 가지 일반 이론은 정확하지 않다. 즉 오르가슴(짝짓기 중 또는 직후)이 정자를 난자 쪽으로 세게 밀어 보낼지도 모른다는 이론이다. 정반대로 과학자들은 2002년 논문에서 이렇게 보고했다. “질과 자궁의 수축이 정자를 빠르게 이동시켜 수정을 촉진한다고 잘못 해석됐지만 그렇게 세게 밀어 보내면 정자가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며” 따라서 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대신 암컷의 경우 그것은 단지 “감각적인 쾌락을 유발하려는” 목적이라고 영장류학자들은 결론짓는다.
전반적으로 그리고 크고 작은 동물 모두 자위(적어도 수컷의 경우)는 생식, 따라서 가족 형성의 주춧돌이다. 자위와 관련된 오도넬의 비과학적인 견해가 확산된다면 가족 가치에 우려할 만한 위협이 된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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