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인니 시장 ‘10관왕’ 신화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마케팅·품질력을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정책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새 고객서비스 정책 발표를 앞둔 자카르타 옛 도심 크바인란바루 지역 팡리마폴림 거리에 있는 서비스센터 모습.
#1.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옛 도심인 크바인란바루 지역. 팡리마폴림 거리 뒤편으로 대형 소매점 10여 곳이 전자제품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11월 25일 오후 3시 20년째 한자리에서 성업 중인 가전 소매점 ‘아바디 자야’를 찾았다. 에어컨 설치 기사가 분주하게 물건을 트럭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디야니(39·여·건축업)를 만난 곳은 세탁기 코너. 그는 “어제 사무실과 집에 놓을 LG전자의 612L짜리 양문형 냉장고 두 대를 샀다”고 말했다. 한디야니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LG가 한국 기업인 것을 알고 있는지 묻자 “한국 기업인 줄은 몰랐고, 그냥 인도네시아의 고급 브랜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LG 제품은 디자인이 예쁘고 품질이 좋아 친구들도 많이 산다”며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 에어컨, 32인치 LCD TV도 모두 LG 제품”이라고 말했다.
소매점 매니저인 위토(41)는 “LG전자 제품을 찾는 고객이 가장 많다”며 “우리도 고객서비스가 좋고 디자인이나 품질이 우수해 별 염려 안 하고 팔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세진 마케팅팀 차장이 인도네시아법인이 동남아시장을 노리고 특화해 만든 뎅기열 모기 퇴치 에어컨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20년 전 세워진 2공장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15년 전 세워진 1공장에서 LCD TV, 모니터, AV기기를 생산한다. 두 공장의 R&D 인력은 250여 명. 뎅기열 모기를 퇴치하는 동남아 현지화 에어컨을 직접 개발하고, AV기기의 소리를 수출국이 선호하는 음역에 맞춰 개발하는 등 주로 현지화 및 특화 제품을 개발한다. 브라운관 TV는 자체적으로 설계에서 생산, 수출까지 가능하다. 굳이 회의를 잡지 않아도 수요가 있으면 이에 맞춰 특화 제품 개발에 의기투합하는 사내문화가 있었기에 창의적 제품 개발이 가능했다.
#3. 11월 24일 오후 2시. 자카르타시 동쪽으로 40㎞ 떨어진 치카랑 지역 MM2100 산업단지에 위치한 1공장 LCD TV 라인에는 곳곳에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생산직 사원이 작업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라인에 적용해 비용을 절감한 내역을 붙여 놓은 것. 이 중 1공장 소속 압둘라 바리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그는 9월 21일 브라운관 TV 제작과정에서 디가우징 호일이라는 부품을 적게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통해 1공장은 연간 9만8000달러를 절감했다.
취재를 마치고 공장을 떠나려는데, 라인 밖 좁은 복도가 분주하다. 책상 위에 각종 부품과 완제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날은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벌이는 작업개선 아이디어 대회가 열렸다. 혼자 혹은 서너 명이 팀을 짰는데 얼핏 봐도 10개가 넘는다. 한 달 평균 35건의 개선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한국 본사 기준으로도 좋은 평가인 L3 레벨을 획득한다. 가장 높은 상금은 1200만 루피아(약 100만원). 이날 장 부장이 주목한 아이디어는 이맘이 낸 몰딩 관리 툴 시스템으로 금형작업을 개선하는 방법이었다.
▎서울 강남에 해당하는 고급 상업지역인 스나얀시티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현지 유통업체 베스트 덴키에서 고객이 LG전자 제품을 고르고 있다.
LCD TV 점유율, 2위보다 두 배 많아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이 설립 20주년을 맞아 명실상부한 인도네시아 대표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기업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가 이 법인이다. 올해 예상 매출 22억 달러 가운데 15억 달러어치를 해외로 수출했다. 78개 국가 120여 바이어가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에서 물건을 공급 받는다. 그중에는 한국 LG전자 본사도 있다.
이 법인은 지난 5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이 30%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라인은 물론 자카르타 도심에 있는 사무실에도 사람이 붐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총 4500명이 소속돼 있지만 한국인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자카르타시 동쪽으로 40㎞ 떨어진 치카랑 지역의 MM2100 산업단지에 15년 전 세워진 제1공장은 TV·오디오를 생산한다. 생산을 총괄하는 이승억 팀장이 LCD TV 조립라인에서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가장 고가품인 LCD TV는 1~10월 점유율이 35%로 2위 업체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모니터 36%, 오디오 37%, 에어컨 33%, 냉장고 31%, 세탁기 27%로 브라운관과 PDP, LCD TV 등으로 세분하면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하는 제품만 10개다.
김원대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법인은 단순히 글로벌 생산기지가 아니다”며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을 계속해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이 자국 내 수출 1위 기업이 LG전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내수시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김 법인장의 생각이다.
브랜드 이미지 완성은 고객서비스‘011 제도’는 수리 등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기술자와의 약속을 0시간, 즉 즉시 잡을 수 있게 하고, 1일 내에 방문하고, 1시간 내에 고친다는 뜻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10³(텐 큐브)다. 고가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 후 10일, 10주, 10개월 후에 전화로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서비스다. 이 두 서비스는 현재 내부적으로는 시행 중이다.
법인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다. 플랫폼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공헌활동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주효하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LG 러브’라는 큰 틀 안에서 LG 러브 칠드런, LG 러브 근(根), LG 러브 앤 케어 식으로 활동 분야에 맞게 이름을 지었다. 특히 재난 등 위기상황에서 성금과 봉사활동을 맡는 LG 러브 앤 케어는 최근 화산 폭발 때 빛을 발했다. 성금 액수도 전자업계에서 가장 많았고, 이재민 캠프에 세탁기를 모두 18대 기증해 임시 세탁소를 운영한 것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원대 법인장은 “LG전자는 지난 20년간 내수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릴 때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남아 있었다”며 “외국 기업으로서 현지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법인 자산은 현지인력인도네시아법인 소속 직원 30여 명은 현재 부재 중이다. 생산직 사원은 한국의 평택 공장, 사무직 사원은 여의도 트윈타워에 파견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공장 R&D실 소속 인도네시아인 직원 2명이 한국 본사, 중국법인 엔지니어와 함께 LG전자의 모니터 시리즈를 통째로 개발하고 돌아왔다. 이들이 설계한 제품은 조만간 전 세계에서 LG 로고를 달고 판매된다.
박일준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R&D실 직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누구나 탐낼 인재들”이라며 “단순히 현지화를 위한 제품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팔리게 될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그만한 실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 2공장과 자카르타 본사에서 일하는 4500명의 직원 중 디렉터나 생산반장 이상의 관리직 비율도 높다. 공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인 직원의 판단에 따라 라인을 멈추고 다시 돌릴 수도 있을 만큼 전결권이 많다. 이런 결과가 현지화 모델이다. 인도네시아법인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풍토병 중 하나인 뎅기열 모기를 잡는 에어컨을 개발했다. 높은 가격에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다. 자카르타의 고급 상업지역인 스나얀시티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 덴키 매장에서 뎅기열 에어컨 가격은 459만9000 루피아(약 52만원)로 경쟁사 일반형 모델 가격의 1.5배였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특히 태국 등 동남아 각 지역에서 이 모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져 수출 효자 제품이기도 하다.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최근 특별한 신입사원을 받았다. 유통채널 분석가로 입사한 아드리안 하르탄토(22)와 TV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한 푸테라 산토소(23)다. 입사 4개월 차인 이들이 LG와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반 때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 장학생으로 뽑혀 4년간 연세대 국제학부를 다녔다. 인도네시아법인은 매년 학비 1200만원을 지원했고, 숙식과 생활비도 보조했다. 조건은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LG전자에 입사하라는 것뿐.
산토소는 한국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자친구도 만났다. 그는 “한국 유학도 좋았지만 LG전자에서 일하게 된 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하르탄토는 “친구들이 유학보다는 LG전자에 입사했다는 것을 더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김원대 법인장은 “해외법인의 성공은 모든 것을 다시 그 나라에 투자하겠다는 각오와 좋은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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