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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건설의 중견기업 성장비법] ‘네 바퀴’ 잘 돌리면 中企 탈출

[대보건설의 중견기업 성장비법] ‘네 바퀴’ 잘 돌리면 中企 탈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지식경제부 조사(2010년)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1000곳 중 한 곳만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는 이야기다. 대보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보건설도 1990년대엔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2007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에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5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보건설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데엔 그룹 차원의 공조가 한몫 톡톡히 했다. 중소기업이 배워야 할 대보건설의 ‘계단 오르기식’ 성장전략을 살펴봤다. 아울러 대보그룹 유통 계열사의 서비스 전략도 알아봤다.



지리산 오르며 의기투합

◇ 강한 조직문화 = 조직문화가 ‘모래알’ 같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땐 같은 곳을 봐야 힘을 쓸 수 있는 법이다. “강한 조직문화는 기업 성장의 원천”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대보그룹의 조직문화는 탄탄하다. 추상적 이야기가 아니다. 대보건설이 입찰에 나서면 통신·유통·레저 등 다른 사업부문 직원들이 입찰을 지원한다. “전사적으로 힘을 합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듯 똘똘 뭉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대보그룹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조직문화가 탄탄할 리 만무했다. 최등규 회장은 조직강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효과를 봤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지리산 등반과 10㎞ 마라톤. 대보그룹 본사 직원 300여 명은 매년 가을 지리산에 오른다. 가파른 지리산을 함께 오르며 조직력을 다진다. 신입사원 연수교육, 임원 워크숍 때도 지리산을 찾는다. 대보그룹 창립일 땐 10㎞ 마라톤도 한다. 마라톤 대회에서 가장 유명한 건 ‘최등규 회초리’다. 최 회장은 뒤처진 직원을 독려하기 위해 회초리를 들고 마라톤에 참가한다. 회초리의 매운맛을 본 직원도 여러 명이다.

대보그룹 정진만(기획조정실) 대리는 “지리산 등반, 마라톤 등 어려운 프로그램을 함께 거치다 보면 직원 관계가 자연스럽게 돈독해진다”며 “함께 고생하니 유대감이 강해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 대리는 또 “마라톤·등반 등을 통해 직원의 도전정신을 높이는 조직문화가 대보그룹이 탄탄한 성장을 계속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 인재경영, 성장 발판 = ‘사람이 기업’이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선 기업을 키워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보건설 ○○팀 홍길동 86㎏. 8월 30일까지 75㎏’. 최 회장의 수첩엔 이런 글귀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최 회장은 회사에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 보이는 직원을 마주치면 어김없이 불러 세워 체중 감량 약속을 받고 이를 수첩에 기록한다. 약속 날짜에 직접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몸무게 변화를 확인한다. 감량에 성공한 직원은 특별포상금을 받지만 실패한 직원은 각서와 함께 체중 감량 계획을 다시 말해야 한다.

본사 직원 300여 명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최 회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에게 애정을 쏟는다. 직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에는 여직원 30여 명에게 추첨을 통해 선물을 나눠준다. 정 대리는 “회장이 직원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챙겨주는 문화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최고경영자가 언제나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 때문에 더 신중하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인재경영은 대보건설의 장기근속자 비율을 높인다. 대보건설 본사 및 현장 정직원 총 270명 중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90명이다. 나머지 180명은 최근 5년간 신규로 입사한 경력직이다. 여직원의 경우 10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는 20%,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35%다. 장기근무가 기업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대보그룹은 이직률도 낮다. 최근 3년간 본사 300명 직원의 평균 이직률은 7%에 불과하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321곳) 직원의 평균 이직률은 25%에 달했다. 대보그룹의 이직률이 평균보다 3분의 1가량 낮은 셈이다. 특히 여직원의 이직률이 낮다. 대보그룹 통신 계열사 DB정보통신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여직원은 73%에 이른다. 출산과 결혼 후에도 근무하는 여직원이 많다는 얘기다.



◇ 품질로 승부 = 품질경영은 기업의 필수적 성공 요건이다. 품질을 인정받게 되면 신뢰를 쌓게 되고 그만큼 기업의 활동무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보그룹은 이런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대보그룹 핵심 계열사 대보건설은 지난해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선정한 ‘우수 시공업체’로 뽑혔고,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표한 ‘우수 건설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관급공사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대보건설로선 발주처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대보건설은 향후 LH공사로부터 더 많은 선급금을 받게 됐다. 자금을 원활하게 운용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품질향상이 성장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 고객 서비스 최우선 = 최 회장은 1995년 옥산휴게소(경부고속도로)를 인수한 후 화들짝 놀랐다. 더러운 화장실 때문이었다. 당시 고속도로 화장실이 지저분한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최 회장은 달랐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화장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보그룹 이미지를 위해서도 그게 필요했다. 최 회장은 직접 수세미를 들고 화장실 바닥과 벽면을 박박 닦았다. 이 모습을 본 직원들도 동참했다. 옥산휴게소 화장실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고, 다른 고속도로 화장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당시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최 회장에게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점심이나 함께 먹자”고 농담했을 정도니 그 청결도를 짐작할 만하다.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점심 먹자”당장 고객이 반응했다. 옥산휴게소의 고객만족도는 A+를 놓친 적이 많지 않다. 한국도로공사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A+를 받았다. 서원밸리GC도 최 회장이 직접 ‘서비스 정신’을 불어넣었다. 2000년 서원밸리GC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인근 골프장보다 잔디가 좋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최 회장은 골프장을 방문할 때마다 허리춤에 호미를 차고 잔디 관리를 직접 했다. 하루 종일 잡초를 뽑은 적도 있었다. 인수 3년 만에 고객의 반응이 180도 바뀌었다. 골프전문지가 선정하는 ‘국내 명문 10대 골프장’에 2003년 이후 계속 이름을 올렸다. 대보그룹 정민우 기획조정실 부장은 “최 회장의 ‘정성과 혼이 담긴 서비스 정신’은 대보의 유통 계열사와 서원밸리GC의 도약을 이끌었다”며 “2020년 종합서비스그룹을 목표로 삼고 있는 대보그룹은 보다 강도 높은 서비스 전략을 펼쳐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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