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pany] 만만디 전략으로 중국 사로잡다

한국인삼공사의 대표 브랜드 ‘정관장’이 중국을 사로잡았다. 정관장은 올해 1월부터 5월 25일까지 중국 매출 4000만 달러(약 430억원)를 올렸다. 지난해 매출 3900만 달러를 벌써 뛰어넘었다. 올해 목표인 7000만 달러 역시 9월이면 조기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용철 인삼공사 사장은 “2015년 중국 매출 5억 달러 달성이 목표”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정관장의 중국 진출 성공은 치밀한 전략의 승리다. 인삼공사는 정관장의 중국시장 진출을 20여 년 전부터 준비했다. ‘만만디’ 전략으로 ‘만만디’ 중국을 사로잡은 셈이다. 첫째 전략은 우회공략이었다. 인삼공사가 정관장의 중국 진출을 처음 추진한 것은 1992년 한·중 국교정상화 직후다. 당시 대부분의 인삼 전문가는 “고려삼의 인기가 많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정관장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다중국에서 고려삼은 신비의 명약으로 불린다. 중국 상류층은 고려삼을 최고 선물로 친다. 1995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당시)에게 정관장의 ‘고려삼 천삼(天蔘) 10지(支)’를 선물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삼공사는 하지만 서둘지 않았다. 중국 대륙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홍콩(1992년)과 대만(2003년)을 먼저 공략했다. 인삼공사 김태식 글로벌본부장은 “홍콩과 대만에서 짧게는 6년, 길게는 17년 동안 중국 본토 사람들이 정관장을 좋아할지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검토방식은 치밀했다. 정관장의 홍콩·대만시장의 매출에서 중국 본토 고객 비중이 40%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 40%를 대륙 공략의 교두보로 판단한 것이다. 인삼공사 이흥범 중국법인장은 “2009년께 홍콩과 대만시장 매출에서 중국 본토 고객의 비중이 40%를 웃돌기 시작했다”며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인삼공사는 다시 한번 중국시장의 상황을 점검했다. 2009년 9월 중국 유력 유통업체를 통해 정관장을 판매했다. 그 결과 인삼공사는 정관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고 공급이 적다는 걸 확인했다. 인삼공사 이택근 과장은 “중국인의 홍삼에 대한 구매수요를 파악한 결과, 정관장 브랜드로 독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곧장 중국 본토에 공식조직을 세웠다. 2009년 10월 인삼공사 상하이(上海) 본부를 설립했고, 올해 3월 북부지사를 베이징(北京)에 열었다. 올해 2월 선전에 남부지사를, 5월에는 항저우(杭州)에 저장(浙江)지사를 만들었다. 법률·회계 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는 중국 현지에서 채용했다. 아울러 정관장의 유통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이흥범 중국법인장은 “정관장을 판매하는 직영·위탁매장의 입지선정을 위해 설명회는 물론 타당성 세미나를 열었다”며 “국내에서 약재를 가장 많이 파는 경동시장과 같은 중약(中藥)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고객 타깃을 어떻게 잡느냐였다. 인삼공사는 홍콩·대만에서 얻은 중국 본토 소비자 자료를 일일이 분석한 뒤 결론을 내렸다. “… 중국인은 뿌리삼을 선호한다. 뿌리삼은 생산이 적기 때문에 일반 홍삼보다 10배가량 비싸다. 그런데도 잘 팔린다. 중국인은 고급삼을 먹기를 바란다….” 중국 상류층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중국 고객의 특이한 성향도 찾아냈다. 이 법인장은 “같은 브랜드의 매장을 운영하더라도 매장 면적이 넓을수록 매출이 높아지는 현상이 있다”고 했다. 중국 사람들이 큰 매장을 좋아한다는 결과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해법이 톱다운(top-down) 및 대형매장 전략이었다. 톱다운은 쉽게 말해 고급화 전략이다. 상류층을 먼저 공략한 뒤 중산층 이하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인삼공사는 중국에 홍보매장을 낼 때 정관장 브랜드 상품 중 가장 비싼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45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제품인 ‘뿌리삼 천삼 10지’는 단골 모델이었다.
매장 넓으면 매출 늘어나는 中매장은 도심 복판에 대형으로 만들었다. 올 2월 개장한 선전FS(플래그십스토어)는 하루 유동인구가 15만 명인 선전의 중심에 건립됐다. 면적은 462㎡(약 140평)에 달한다.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베이징FS(올 3월 개장)의 면적은 445.5㎡(약 135평)다. 5월 개장한 항저우FS는 인삼공사 대형매장의 결정판이다. 598㎡(약 181평) 면적에 3층으로 구성돼 있다. 한층 전체는 VIP 라운지로 만들었다.
고객 타깃을 철저히 분석해도 품질이 나쁘면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 중국 소비자는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상하이의 홈쇼핑 문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하이에서 홈쇼핑 방송 중 판매되는 제품은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한국은 100%다. ‘눈으로 확인하고, 뜯어보고, 먹어보고, 입어본 후 제품을 산다’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인삼공사는 중국 대륙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 정관장의 품질향상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인삼공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R&D(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삼공사연구원에서 인삼을 전문으로 다루는 연구원은 100명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오랫동안 2%를 유지한다. 중국 현지에선 고려삼 효능 연구를 시작할 방침이다.
중국 중외대학과 연계해 홍삼의 임상시험도 진행한다. 고려삼 세미나는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관장이 중국 진출에 성공한 것은 철저한 시장파악·고객분석·R&D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정관장은 중국 대륙에서 참패했을지 모른다. 이흥범 법인장은 “중국 사람의 구매 특성을 파악하지 않았다면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장의 20년 대중(對中) 전략.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이 참고해야 할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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