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남자의 출장, 호텔, 그리고 섹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프랑스의 다음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진 않겠지만 아마도 ‘접객업’을 훨씬 ‘비환대적’으로 만든 남자로는 오래 기억될 듯하다.
무료로 주는 샴푸나 손님의 베개에 얹어놓는 초콜릿처럼 섹스를 호텔이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로 생각하는 출장 여행객이 적지 않다. 스트로스칸이 방청소를 하는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기 전엔 대다수 호텔이 그런 일을 알면서도 못 본 체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달 말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어느 이집트 사업가가 뉴욕의 호화로운 피에르 호텔에서 경찰에 끌려간 뒤로 호텔 측은 객실 담당 여종업원 모두를 비상 경보기로 무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사우스에 있는 리츠칼턴 호텔도 같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리츠칼턴의 총지배인 스콧 게라티는 이미 매일 경영진이 “모든 종업원에게 구체적인 안전 지침을 제공하며, 늘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업무 중에 의심이 드는 모든 일을 꼭 보고하라고 반복 교육한다”고 말했다. 한편 접객업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UNITE)는 호텔 측에 종업원 전원에게 성희롱 대처 교육을 제공하라고 촉구한다.
일이 이렇게 커지자 출장 여행객들도 주눅이 든 듯하다. 그들은 어느 선까지가 용인되는 행동인지 감을 잡으려 애쓴다. 호텔 방문이 닫혀 있는 동안 룸서비스하는 여종업원에게 아침 식탁을 차리도록 해도 괜찮을까? 객실 마시지를 예약하면 마사지 외 다른 서비스를 원한다고 의심받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종업원에게 말수작을 걸어도 괜찮을까? 뉴욕 리전시 호텔 종업원의 말을 들어보면 별로 괜찮지 않다. 그녀는 친절함과 미소는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남자 손님들이 자신의 친절함과 미소를 추파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질문들이 세세하고 까다로운 이유는 남자들이 출장을 다닐 때면 곧잘 못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데일리비스트가 기혼 남성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21%는 출장 중에 외도를 원한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외도를 했다는 응답자는 8%였고 그중 다수는 상습적이라고 말했다. 6%는 출장 중에 성매매를 했다고 말했다. 도우미를 꼬드기려고 수작을 걸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뉴스위크 조사에서 남성의 3%는 호텔 종업원에게 수작을 걸었다고 말했다(절반 이상이 거절당했다). 2%는 그들과 섹스를 했다고 말했다.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출장 여행객 다수는 내키는 대로 편하게 행동한다(기혼자의 12%는 호텔방에 종업원을 들일 때 반드시 옷을 갖춰 입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마사지는 어떤가? 마사지를 받은 기혼 남성의 11%는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나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없었다).
앤드리어 배빙턴은 호텔 객실 종업원으로 17년을 일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의 접객업 노조 대표인 그녀는 처음 그런 일을 당했을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18세에 몸무게가 43㎏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체구였을 때 그녀는 담요를 갖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객실에 들어가자 남자 손님이 완전히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자기 몸의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며 돈을 제시했다. 나는 ‘못합니다. 내 일에는 그런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 분 동안 나를 가까이 잡아당기며 몸을 갖다 대려 했다.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담요를 침대 모서리에 떨어뜨리고 뛰쳐나갔다.” 배빙턴이 호텔 측에 신고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모두가 처음 듣는 일이 아니라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신고식을 치렀군!’이라는 식이었다.”

물론 힘 깨나 쓰는 남자들이 호텔에서 하는 못된 행동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 프로농구(NBA)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2003년 콜로라도주 이글의 한 호텔방에서 19세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법정 밖 합의로 마무리됐다). 2006년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호텔에서 마사지 요법사의 몸을 더듬고 키스를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농구경기 캐스터 마브 앨버트는 맨해튼의 리츠칼턴 호텔에서 정부에게 3자 간의 성행위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그녀를 공격하고 오럴 섹스를 강요했다(그는 혐의를 인정했다).
호텔 운영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영업장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출장 여행객 다수는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원하는 어떤 과외 서비스도 거의 전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선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벨보이가 있다. 그는 스트립 클럽을 하시라도 추천할 준비가 돼 있다. 그 다음 객실에서 주문형 유료 포르노 시청이 가능하다. 아래 로비에서는 반직업 여성이 지배인에게 윙크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바를 누빈다. 섹스 스캔들로 뉴욕 주지사를 사퇴한 엘리엇 스피처와 최근 자살한 작곡가 조셉 브룩스(‘유 라잇 업 마이 라이프’)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전 ‘뉴욕 마담’ 크리스틴 데이비스는 전성기 때는 맨해튼의 리츠칼턴, 갠스부어트 호텔 내부에 자신의 중개인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리츠칼턴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고 갠스부어트는 논평을 거부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일류 호텔에서 거의 25년 동안 일한 도어맨은 그곳에 묵는 프로농구, 프로풋볼 스타 선수들의 객실 번호를 매춘부나 여성 ‘열혈팬’들에게 알려주고 한 건에 200달러씩 받아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그런 게 호텔 사업”이라고 앤서니로 불리는 그 도어맨이 말했다. “손님과 종업원에게 벌어지는 많은 일을 경영진은 무시한다.”
왜 그런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손님이 왕’인 접객업에서 호텔은 손님들의 사소한 잘못에 엄격하게 맞설 형편이 못 된다. 특히 하룻밤 숙박비가 수천 달러인 귀빈실에 묵는 돈 많고 힘 센 남자들의 못된 행동은 더욱 그렇다. 또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불만을 가진 손님이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나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잠재 고객 수백만 명에게 불평을 전할 수 있는 시절이기에 호텔 경영인들은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전력을 다한다.
그래서 손님의 욕구는 안전과 기본 예절을 포함해 거의 모든 사안을 능가하는 경우가 잦다.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하루 방값이 최고 2200달러)에서 10년 동안 일해온 한 여종업원은 잇따른 성적 괴롭힘을 호텔 측에 신고했지만 거의 헛수고였다고 말했다. 한 손님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자 신고했더니 그녀의 상사는 그 방으로 다시 돌아가 청소를 마치라고 지시했다. “지시받은 대로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미국의 여러 호텔에서 일한 미혼모 야스민 바스케즈는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가 성추행을 당해 호텔 측에 신고했지만 거짓말이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돌이켰다. 그 사건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를 그녀는 거의 확신했다. “내 친구는 미국 비자가 없었기 때문에 호텔 측은 그녀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바스케즈가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리조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한 경비 책임자는 성희롱을 보는 호텔 측의 시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경찰이 아니다. 어떤 일을 범죄라고 부를 입장이 아니다. 누군가 고소를 원치 않는다면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 맨해튼의 변호사로 여권단체들을 돕는 잭 터크너는 “경찰 출신으로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좀 아는데 그들은 그런 일을 밖에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호텔방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에 호텔 경영자와 손님들은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행동을 추스르지 않고는 배기기 어려울 듯하다. 부자와 유력인사에게 보안 자문을 해주는 방송인 보 디에틀은 요즘 고객들에게 출장 중 성적으로 부적절하게 보일지 모르는 어떤 상황도 피하라고 조언한다. “요즘 같은 시절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스트로스칸 사건을 뒤쫓는 언론의 파헤치기가 없었다면 “피에르 호텔의 이 이집트 남자가 그처럼 심한 타격을 입었으리라 생각하나?”라고 디에틀이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With MIKE GIGLIO and ALLISON SAMUELS
번역 이원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삼성동 코엑스 내부 식당서 화재…시민들 대피(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나솔' 6기 영철♥영숙, 둘째 임신 깜짝 발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한미, 관세폐지 목적 ‘7월 패키지’ 마련…"방위비·FTA재협상 없었다”(재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베타값 왜 수입 하나”…공정가치 평가, 기준 마련 시급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美3상 성공에 HK이노엔, 비만약 신기술에 인벤티지랩 ‘상한가’[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