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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풍력발전기 사고 도미노

중국 풍력발전기 사고 도미노

중국 사막의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소가 줄지어 서 있다.

“풍력발전 업계에 큰일이 터질 겁니다.”

한 업계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전했다. 실제 최근 몇 달 동안 풍력발전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업계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조성됐다. 지금도 기괴한 사고가 계속 발생 중이다. 풍력발전기 기둥이 넘어지거나 불이 나고 프로펠러와 회전축이 부러지고 컨트롤러가 고장 나거나 해체되는 등의 사고가 갑자기 터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중국의 풍력발전 업계는 풍부한 자본 유입으로 빛을 발했다. 올해 1월 풍력발전 업계 대표 주자인 ‘화루이풍력발전’이 A주식에 상장되며, 상하이거래소에서 최고가 발행 기록을 세웠다. 과거 수년간 풍력발전 업계는 급격히 성장했다. 통계상 현재 중국에는 풍력발전기 제조기업이 약 80곳 있고, 그중 조립완성품 제조업체도 20~30곳이 있다.

기계 설치 증가 속도가 몇 년간 100% 이상이었다. 이 신흥 업종은 중국 최고의 ‘억만장자 부화기’가 되었다. 많은 신흥 억만장자들이 이 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2007년 진펑커지가 상장된 첫날, 재산이 억 위안을 넘어서는 부자가 28명이나 탄생했다.

풍력발전 업계의 성대한 파티가 최고조에 다다를 즈음 차가운 기류가 순식간에 다가왔다. 올해 4월 하순 발표된 개발개혁위원회의 새로운 산업구조조정지도 목록 중 풍력발전 업종은 소폭 조정을 받게 됐다.

정책이 차갑게 돌변한 후 업계는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일찍이 태양광 업계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우시상더가 뉴욕 거래소에 상장된 후, 창업인 스정룽은 중국의 대표적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태양광 부품 업계는 곧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에 진입했다. 풍력발전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는 바로 중국 제조기업의 경자산전략(각종 부품을 외부 기업에 맡기고 기업 자신은 설계 개발과 마케팅 등에 중점을 두는 것) 때문이라고 업계 인사는 지적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2009년까지 대환영을 받았다.

“이건 중국 공업의 폐단”이라고 업계 인사는 전한다. 중국 풍력발전 업계의 쾌속 질주는 자동차와 기계 등 일련의 공업 제조의 낡은 방식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멋진 외부 포장 속에는 지속적인 동력이 부족하다. 중국의 풍력발전은 마침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마구잡이 식 조립 탈 일으켜풍력발전기는 원래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는데, 보통 1분에 약 20회 회전한다. 하지만 일단 속도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회전 속도는 몇 배로 상승하게 되고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페이처(나는 풍차)’가 된다. 풍력발전기가 넘어지거나 발전기가 훼손되고 심지어 사람이 죽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건 바로 중국 풍력발전기 제조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업계 인사에 따르면 발전기, 기어 박스, 컨트롤러, 프로펠러 등 모든 부품이 서로 다른 회사 제품이다. 조립 후 결국 최적화에 실패해 결합상 문제가 발생한다.

일련의 사고는 풍력발전기 기업의 경자산전략에 대한 반성을 불러왔다. 웨이쓰타쓰풍력은 전 산업라인을 커버하는 전략을 추구하지만 통용(通用)전기는 대량의 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한다.

경자산전략은 전 세계 풍력발전기 업계에서 드물지 않지만 중국으로 넘어온 후 점차 기형적으로 자라났다.

“제조업의 최고봉은 설계다. 경자산전략의 핵심 가치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수많은 제조업체는 자사 설계와 연구개발이 아주 부족하다. 풍력발전기를 대충 모방하고 베껴도 되는 간단한 조립품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싼이전기 대표 우자량은 지적한다. 싼이전기는 중국 중공업계의 대표 기업이다. 2008년 풍력발전기 제조업에 뛰어들어 발전기와 프로펠러, 증속기 제어시스템부터 해상설치시공 설비까지 전체 산업라인을 확충했다.

중국 풍력발전기 제조기업은 해외에서 설계도를 사들이고 각종 부품을 구매해 조립품을 완성한 다음 고객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은 아주 간단하고 빨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풍력발전 상황과 기후 환경은 유럽 연안해와 크게 다르다. 게다가 유럽은 풍력발전 기술을 수출하기 때문에 대충 모방해 팔아서는 통하지 않는다.

우자량은 이런 과정을 과거 유행했던 ‘컴퓨터 조립’에 비유한다. “20년 전 수많은 컴퓨터 조립 회사는 각종 부품을 사들인 후 조립품을 만들어냈다.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작은 회사들은 대부분 이미 사라져 버렸다.”

풍력발전기 제조상이 구입한 설계도에는 종종 핵심 코드가 빠져 있다. 제조상은 어떻게 최적화할지, 부품들을 어떻게 잘 정합할지 모른다.

우자량이 보기에 이것은 페이처 현상이 발생한 주요 원인이다. 바람이 강해지면 프로펠러는 조금 멈춰줘야 한다. 하지만 제어시스템과 날개가 잘 결합되지 않아 멈추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부러지게 된다. 또는 날개 회전 속도가 제때 느려지지 않아 발전기에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2월 중국 최초의 풍력발전 대공사인 간쑤저우취앤의 풍력발전소에서 전기단락으로 인해 풍력발전기 598대가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 서북지역 배전망 운영이 큰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 전력감독관리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4월 중순 간쑤저우취앤에서 풍력발전기 1278대가 이탈하는 대형 사고가 다시 발생해 풍력발전기 사고 기록을 경신했다.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 경쟁도 문제이와 동시에 풍력발전기 가격이 낮아져 제조기업의 원가 한계선을 계속 무너뜨리고 있다. 관련 대형 프로젝트 입찰 공고를 찾아보면, 작년 연말부터 일부 풍력발전기 가격이 이미 ㎾당 3400위안에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2008년 풍력발전기 설비 평균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이 또 낮아지면 많은 기업이 무너질 것이다.

일선 대형 풍력발전기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은 바로 원가에 상관없이 가격을 낮췄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어한다.

풍력발전기 업계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전례가 바로 눈앞에 있는 셈이다. 조정 후 살아남는 풍력발전기 기업이 자신의 핵심 설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이 부득이 아웃되더라도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풍력발전기는 일반 설비와는 다르다. 수명이 20년이 넘는다. 게다가 모두 실외에서 운행된다. 일단 제조상이 사라지면 사후 서비스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저가의 풍력발전기를 구입한 기업주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발전량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풍력발전소에 들어간 은행 대출의 거액 이자 등 고비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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