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S MONEY] 마크 큐반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댈러스는 구단주 마크 큐반(Mark Cuban·53)이 없었다면 31년 만의 우승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챔피언전 MVP에 오른 노비츠키는 애초부터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1998년 댈러스에 입단한 노비츠키는 큐반이 댈러스 구단주에 취임한 2000년 1월 이후 세 차례나 댈러스와 재계약했다. 2001년 10월에 6년을 계약했고, 이 계약이 끝나기 1년 전인 2006년 다시 3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해 7월 다시 4년간 댈러스와 함께하기로 계약하는 등 큐반 구단주-노비츠키-댈러스는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관계다.
수많은 ‘기행’으로 잘 알려진 큐반은 세계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극성인 구단주다. 구단주가 직접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거나 상대팀 선수와 언쟁하는 일이 잦았다. 2000년 구단주가 된 이후 13번에 걸쳐 166만5000달러(약 18억원)에 이르는 돈을 벌금으로 물었다. 첫 시즌이던 2000-2001시즌에만 7차례 50만5000달러를 벌금으로 냈던 그는 2001-2002시즌엔 공개적으로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다 한번에 벌금 50만 달러를 부과 받기도 했다.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경기장 안팎에서 다른 팀 선수·감독과 입씨름을 벌이는 등 돌출 행동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과는 5년 전 인신 공격성 공개 설전을 벌였다. 파이널 상대인 마이애미의 르브론 제임스 때문에도 벌금을 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제임스를 가리켜 “누구나 제임스에게 관심이 있다. 재계약 후 트레이드 해도 된다”면서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공개 발언을 했다가 벌금 10만 달러를 물었다. 오죽했으면 매버릭스 선수인 노비츠키가 “구단주가 성질을 부리는 것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구단주가 코트 뛰어들어 심판과 설전하지만 농구에 대한 큐반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이 창업한 인터넷 벤처기업 ‘브로드캐스트 닷컴’을 팔아 억만장자가 된 그는 2000년에 매버릭스를 샀다. 라커룸에 호화판 오디오·비디오 시설을 설치하고 선수들이 원정 경기 중 머무는 호텔을 최고급으로 격상시켰다. 악천후 땐 선수들을 리무진으로 경기장에 데려오는 등 정성을 쏟았다.
2005-2006시즌 정규 리그 최종전을 보러 온 관중 2만 명 모두에게 댈러스에서 인근 4개 지역을 갈 수 있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 상품권을 공짜로 주기도 했다. 약 300만 달러짜리 ‘통 큰 경품’이었다.
큐반이 우수한 선수를 끌어모으고 정성으로 대우하면서 팀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오기 전까지 10년간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던 매버릭스는 2000-2001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11시즌 연속 정규리그 50승 이상(82경기)을 거두며 매년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그는 그동안 각종 독설로 벌금을 물었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에는 “내가 입을 다물면 팀이 이기더라”며 침묵을 지켰다. 그 결과 댈러스 매버릭스가 창단 3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후에도 조용했다. 우승 트로피는 댈러스의 초대 구단주 카터가 받았다. 카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큐반은 경기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고 있다. 내가 늘 바라왔던 구단주”라고 말했다.
우승 후 댈러스 시내에서 선수들이 벌이는 퍼레이드에 드는 모든 비용도 자신이 부담하겠다며 배포를 자랑했다. 원래 우승 퍼레이드비용은 시에서 지불한다. 미국 텍사스주 북부에 위치한 댈러스는 다른 미국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퍼레이드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을 부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큐반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퍼레이드에 드는 비용을 시에서 지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모든 것을 지불할 테니 댈러스 시민들은 같이 나와서 즐기자.”
지역 언론은 큐반이 우승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경찰 병력 운용, 청소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지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도대체 큐반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처럼 많은 돈을 쏟아부을까.

자가용 제트기를 온라인으로 구입195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인터넷 시대가 배출한 억만장자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대신 자가용 제트기 한 대를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82년 처음 댈러스에 진출한 그는 당시만 해도 바텐더, 세일즈맨 등을 하며 살림을 꾸려 나갔다. 이후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 솔루션스를 세워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90년 회사를 매각하며 200만 달러를 남겼고 이를 바탕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농구 명문 인디애나대를 나온 그는 대학 농구경기 중계를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게 답답해 인터넷 방송망 ‘오디오넷’을 개발한 후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방송업계에 진출한 사연도 독특하다. 2000년 자신이 설립한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 업체 브로드캐스트닷컴(Broadcast.com)을 57억 달러에 야후(Yahoo)로 넘기면서 17억 달러 상당의 야후 주식을 챙겨 일거에 억만장자가 됐다.
이듬해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입하러 나선 그는 세일즈맨에게 “최신형, 최고급으로 달라”고만 말했다. 100인치 프로젝션 스크린과 디지털 위성방송 다이렉TV(DirecTV) 전용 고화질(HD) 수신기를 장만했다. HD 채널에선 카약 장면과 과거 NBA 올스타전만 재방송을 반복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화질만큼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큐반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인터넷 포럼에 접속해 네티즌들이 올려놓은 여러 건의 글을 읽었다. 한결같이 HD 화면엔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HD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드물다는 불만이 많았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냥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큐반은 채널을 아예 새로 만들었다. 1억 달러 넘게 투자해 최고의 HD 전용 채널인 HD넷(HDNet)을 설립한 것이다. 그의 일생 최대의 베팅이었다. 그는 HD넷을 통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24시간 방영 체제로 세계 전역에 송출하고 있다. HD넷에 이어 영화 전용 채널 HD넷 무비스(HDNet Movies)를 설립해 할리우드 영화사 6곳과 계약해 35㎜ 영화를 HD용으로 바꿔 내보내기도 했다.
큐반은 케이블 서비스 업체로부터 가입자당 일정액의 시청료를 받고 있고, 광고와 콘텐트 라이선스도 판매할 예정이다.
HD TV 값이 점차 싸지고 널리 보급되면서 전세는 HD 프로그램으로 기울었다. 아직도 HD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가 보기에 시대의 흐름에 무지한 사람들이다. 큐반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개탄한다.
결혼해서 딸까지 낳은 그는 과거의 괴짜 이미지와 달리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하다. 그는 “ 필요하면 얼마든지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술주가 붕괴하기 훨씬 전에 야후 지분 대부분을 팔아 현찰을 챙겼던 그의 자산은 현재 25억 달러로 세계 부자 순위 459위에 올랐다.
큐반은 “FM 라디오가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시답지 않게 생각했지만, 결국 대박이 나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HD TV라고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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