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언어 교육비, 10달러 중 1달러는 한국서 나와

8월 9일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홀 안은 방송 장비를 설치하는 행사 진행자들로 분주했다. 미국 언어 학습 브랜드 로제타스톤의 신제품 론칭쇼가 열리는 날이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온라인 영어회화 프로그램 리플렉스(ReFELX)다. 기존 버전3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젠 CD 없이 인터넷만 되면 어느 컴퓨터에서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갑자기 불이 꺼졌다. 조명이 무대 위를 비추자 로제타스톤 제품 광고를 배경으로 젊은 외국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로제타스톤의 경영을 맡고 있는 톰 아담스(Tom Adams·39) CEO다. 오후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 중이었다.
31세에 CEO가 된 그는 회사를 빠른 속도로 키워냈다. 부임 당시 1000만 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3억 달러로 늘었다. 100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2000명으로 늘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영국·독일·한국·일본에 진출했고, 내년엔 브라질에 진출할 예정이다. 로제타스톤으로 배울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이란어 등 31개다.
톰 아담스 대표는 2008년과 2009년 연달아 젊고 성공한 기업가에게 수여하는 ‘언스트 앤 영’상을 받았다.
그가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뭘까. 아담스 대표는 한국 영어 교육 시장을 매력적으로 봤다. 그는 “전 세계에서 언어 교육에 10달러를 사용한다면 1달러는 한국에서 나온다”며 “언어 학습 회사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한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영어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달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정규과정을 통해 6년 이상 영어 교육을 받고 있어요. 대부분 높은 수준의 영어 문법과 어휘 실력을 갖고 있지요. 그럼에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데 힘들어합니다. 왜 그럴까요? 시험 위주 교육 방식 때문이지요. 텍스트와 읽기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유창성이 떨어집니다. 한국어로 생각한 후 다시 영어로 번역하기 때문이에요.”
모국어 습득하듯 몸으로 익힌다그는 로제타스톤 학습법이 깊이 잠들어 있던 영어 능력을 깨워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징은 문법에 대한 이해나 문장 해석 없이 단어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말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 후 원어민 목소리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듣게 한다. 소리를 익힌 후 의미를 아는 방식이다. 마치 아이가 부모에게 언어를 배우는 방법과 유사하다. 바로 로제타스톤이 자랑하는 ‘다이내믹 이머전(dynamic Immersion)’ 교육법이다. 아담스 대표는 “이미지와 단어의 연상작용을 통해 배우려는 언어의 글자 해석 없이 모국어를 습득하듯 직관적으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모국어 학습법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 스웨덴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4개다. 최근엔 로제타스톤 프로그램을 이용해 중국어를 배운다.
아담스 대표는 여러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10세까진 프랑스에서 자랐다. 이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당시 영어 한마디도 못했던 그를 부모는 무작정 학교에 보냈다. 수업 시간에 그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에게 영어는 소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가 열렸고 말하기 시작했다.
20세엔 스페인에서 수개월 동안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땐 홈스테이를 했다.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스페인어를 익혔다. 반면 노력은 했지만 익혀지지 않는 언어도 있다. 4년 동안 독일어를 공부했는데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학원을 다니면서 문법 위주로 공부한 탓이다.
미국인 코치와 일대일로 대화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철저히 한국인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약 30분간 진행되는 수업은 영어발음, 시뮬레이션 회화 학습, 미국인 코치 일대일 회화 학습 등 3단계 학습이다. 특히 R과L, F와P 등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발음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Leading(선두)과 Reading(독서)은 발음은 물론 뜻도 다릅니다. 하지만 발음으론 쉽게 구분 짓기 어려울 거예요. 많이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겁니다. 프로그램을 보면 Leading을 들려주고 유사한 발음의 단어를 맞히는 게임을 해요. 이 단계를 통과하면 문장을 들려주고 문장 속 단어들을 찾는 게임을 합니다. 단어를 몸으로 익힌 후 의미를 알려주는 방법이죠.”
단어를 습득한 후 3D 시뮬레이션 상황극을 통한 회화 연습을 한다. 커피를 주문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들려준 후 가상 캐릭터와 역할극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발음이 틀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수차례 연습을 통해 제대로 발음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제타스톤이 다른 언어 학습 업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아담스 대표는 오랫동안 음성인식 기술에 투자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수백 명 한국인의 발음을 철저히 분석했다. 한국인 발음의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교정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리플렉스엔 새로운 프로그램도 추가됐다. 미국인 코치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연습한 상황극을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학습자가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 웹캠을 통해 할 수 있다. 접속하면 2분 만에 미국인 코치와 연결된다. 24시간 언제든 가능하다.
아담스 대표는 언어를 이용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다. “세계엔 수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언어가 있습니다. 언어도 만들어지고 사라집니다. 마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처럼 지켜주지 않으면 곧 사라질 언어가 있어요. 대표적인 게 원주민 언어예요.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존재한 언어입니다. 그들의 언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언어는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했어요. 언어는 역사이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담스 대표는 대답에 앞서 환하게 웃는다. “1년 후 한국 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겁니다. 로제타스톤이 한국의 영어 교육 방식을 바꾸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다음 중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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