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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the Dots] 변해야 산다

[Connecting the Dots] 변해야 산다


그리스는 긴축목표를 달성해야 유로의 추가지원금 받을 수 있어
그리스가 디폴트의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파판드레우 총리의 수심이 깊어진다.



CHRISTOPHER DICKEY 기자그리스 총리를 위한 칵테일 환영연은 뉴욕시 피에르 호텔의 원형 로턴다 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트롱프뢰유(실물로 착각하도록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 프레스코 벽화는 뉴욕 사교계 인사들이 고대의 신들과 어울리는 모습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한 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1인당 1000달러짜리 만찬의 전 단계인 환영연 장소는 방미 일정의 첫 단추를 꿰기에 안성맞춤인 배경이었다. 어쨌든 미네소타주 태생인 파판드레우 총리는 거의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그리스인이다. 그는 모든 사람을 바꿔놓으려는 제왕적인 인물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그리고 그리스의 붕괴(그리고 유럽의 금융혼란과 세계의 또 다른 대규모 경제 위기)를 막으려는 그의 비상한 노력이 피에르 호텔의 프레스코 벽화처럼 사람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위장이라는 게 금융계 일반의 인식이다.

결과적으로 파판드레우 총리는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돌연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재무부에서의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아테네로 돌아갔다. 그의 정부는 긴급각료회의를 열고 공무원 수만 명을 점차적으로 추가 감축하고 5000유로까지의 연간 소득에도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가로 그리스는 아마 절실히 필요한 8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받을 듯하다. 그 자금은 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이른바 ‘트로이카’)이 설립한 대형 구제기금에서 지급한다. 하지만 공공부문(일자리·수당·연금)을 더 많이 감축하라는, 따라서 그가 이끄는 사회당의 핵심 지지기반을 잠식하라는 압력은 계속된다.

절망의 기운이 각료회의장을 무겁게 짓눌러 때로는 장관들이 토의하는 시늉에 그치는 듯하다. “불가피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 장관이 말했다. 약을 삼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또 다른 그리스 고위 관료가 의문을 제기했듯이 “약이 너무 독해 환자가 죽지는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파판드레우의 친구들은 곧잘 그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다며 그가 어렸을 때의 일화 한 가지를 들려준다. 파판드레우가 14세였던 1967년 그리스 군부가 권력을 잡았다. 그의 아버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사회당 총리를 찾아 군인들이 아테네에 있는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아버지를 찾지 못했지만 아직 집 안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한 장교가 어린 게오르기오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안 그러면 네 아들을 쏘겠다.” 그것이 “게오르기오스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1973년부터 집안의 친구로 지낸 리처드 파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말했다(아버지는 결국 모습을 나타냈다).

“게오르기오스는 성장할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마음을 정해야 했다”고 파커가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정치 입문은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총리를 지냈지만 그 자신은 조국에서 이방인 같은 존재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교단에 서거나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을 전전하며 살았다. 애머스트 칼리지, 스톡홀름대, 하버드대, 그리고 런던 정경대를 다녔다(아직도 가끔씩 그리스 국어 문법을 틀린다). 집권왕조와 같은 집안 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성장해 기본적으로 그리스의 특성을 몰라 덴마크식으로 개혁하려 한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고 영자지 아테네 뉴스의 존 프사로풀로스 전 편집장이 말했다. “뜻은 가상하지만 그에게 다소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요즘 ‘화합의 리더(consensus builder)’라는 용어가 오히려 그를 비난하는 데 사용된다. 타협하기만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유도 마찬가지다. 많은 그리스인이 “그에게는 나는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하고 말겠다고 말할 정치적 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프사로풀로스가 말했다.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항의시위가 나라를 뒤흔든다. 그리스인들은 ‘우리를 가만 놔두라’고 요구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판드레우가 원하는 일은 사실상 그리스와 그리스인들의 경제생활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진전을 이뤄왔다(어쩌면 너무 속도가 느릴지도 모른다).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책임감과 효율성 제고를 추진한다. 적자를 줄여 왔다. 아직도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나라에서 참신한 징세 방법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관료체제의 복잡한 규제로부터 민간부문을 해방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파판드레우는 지금은 비공식 보좌관인 파커가 말하는 이른바 “방만한 한량 국가의 이야기”에 항상 발목이 잡힌다.

그리스를 두고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모두가 모두를 뜯어먹는 나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누군가 자신을 갈취하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론 정부도 포함된다. 2009년 총리에 취임한 파판드레우는 회계기록이 크게 조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적자가 목표치였던 국내총생산(GDP)의 3%도, 그들이 주장하는 6~7%도 아니고 무려 13%였다. 아니, 다시 보니 14%였다. 잠깐, 파고들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파판드레우가 물려받은 적자는 지금은 GDP의 15.5%로 추산된다.

파판드레우는 투명한 정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가 이런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하자 시장은 대경실색했다. “모두의 마음 속에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리스와 그리스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외무장관이 반어적으로 말했다(역시 애머스트 칼리지 출신인 그는 피에르 호텔에서 전날 파판드레우에게 바람 맞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했다).

헤지 펀드들이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처럼 변동성(시세 급변동)의 기회를 찾아 그리스로 몰려들었다. 그리스의 부채는 상환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지 모른다는 추측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2010년 유럽이 1100억 유로의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고 지난 7월 다시 1090억 유로의 추가지원을 약속했지만 악순환이 둔화됐을 뿐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리스가 그 돈을 받으려면 긴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리스 경제는 올해 5.3%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세계가 그리스를 대하는 태도(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를 파판드레우가 정말로 바꿀 수 있느냐는 문제가 그 통계만큼이나 중요해진다. “경제는 심리”라고 람브리니디스 외무장관이 말했다. 그리스는 자신들이 정말로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제사회(특히 그리스의 존망을 좌우하는 자금을 지원할 프랑스와 독일)에 심어줘야 한다.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면 그들은 디폴트를 막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수도 없고 계속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의 불만은 커져간다. 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때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지난여름 그리스의 서쪽 끝 오지 마을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파판드레우를 파커가 동행했다. 파판드레우는 100명 안팎의 주민이 쏟아놓는 불만과 건의를 몇 시간 동안 경청했다. 이 마을은 자신들의 느긋한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변화에 완강히 저항하며 지극히 지중해적인 타베르나(그리스 전통 작은 식당) 문화가 뿌리 깊은 곳이었다. 파판드레우는 희생을 이야기했다. 한 가지 문제도 양보하지 않았다. 냉정을 잃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이패드에 메모를 했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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