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necting the Dots] 독재자의 최후

ANDREW ROBERTS1945년 4월 30일 월요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라디오 함부르크를 통해 아돌프 히틀러가 베를린에서 소련군과 싸우던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칠은 자신의 비서 작 콜빌에게 “히틀러는 참 바람직한 방식으로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칠은 나중에 가서야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히틀러는 신제국궁전의 벙커에서 오랜 연인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그녀와 함께 자살했다. 그는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 시작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계가 20세기의 가장 정당한 처형을 행할 기회를 끝내 주지 않았다.
When on Monday, April 30, 1945, Winston Churchill learned from Radio Hamburg that Adolf Hitler had died fighting against the Russians in Berlin, he told his private secretary Jock Colville, “Well, I think he was perfectly right to die like that.” It was only later that he discovered that the Fuhrer had in fact committed suicide in the Reich Chancellery bunker, taking his wife of one day, Eva Braun, with him, and thus denying the world of the 20th century’s most justified execution at Nuremberg.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올 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에 맞서 7개월을 버티다 지난 20일 사살됐다. 처칠의 유령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히틀러의 사망 뉴스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듯하다.
독재자는 손에 무기를 든 채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던 나라에서 도망치거나, 체포돼도 처형 당하진 않거나, 끝까지 권좌를 지키며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추종자들에 둘러싸인 채 죽는 경우가 많다. 카다피가 ‘리비아의 침묵하는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 차드나 니제르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것은 독재자로선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For Gaddafi to have fought to the last, not escaping to Chad or Niger, but believing in his diseased mind that the silent majority of Libyans still loved him, is quite exceptional for dictators).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살로 공화국이 무너지자 민간인으로 위장해 스위스로 도망치려 했지만 파르티잔 대원들에게 붙잡혔다. 1945년 4월 28일 무솔리니와 그의 정부(情婦) 클라라 페타치는 코모 호숫가에 있는 한 별장 돌담 앞에서 처형됐다. 독재자의 연인까지 처형한 것은 이탈리아인답지 않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It seems rather un-Italian to execute a mistress). 하지만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 엘레나의 동반 처형(이들 부부는 1989년 크리스마스 날 처형됐다)은 합당한 일로 여겨졌다. 엘레나는 부통령 자리에 앉아 37년 간 독재자 남편이 저지른 범죄에 전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솔리니와 차우셰스쿠는 카다피처럼 끝까지 싸우다 죽은 게 아니라 항복한 다음 처형 당했다.
그런가 하면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르고도 끝까지 권좌를 지킨 독재자들이 꽤 많다. 소련의 요제프 스탈린,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베트남의 호치민,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장군, 아이티의 파파 독 두발리에, 소련의 블라디미르 레닌(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살아남았다)이 대표적이다. 또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역시 끝까지 권좌를 지킬 듯하다. 올해 초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3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축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아사드는 싸우다 죽기보다는 도망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Assad is far more likely to flee than to fight to the death, however). 대량학살을 자행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궁지에 몰리자 카다피처럼 나라 안에 머물렀다. 후세인의 아들들은 끝까지 용감히 싸우다 죽음을 맞이했지만 후세인은 티크리트의 한 지하 은신처에 숨어 있다 체포돼 수염이 텁수룩한 모습으로 끌려나왔다(카다피의 아들 무타심 역시 아버지처럼 끝까지 싸우다 죽었다).
도미니크 공화국의 학살자 라파엘 트루히요는 1961년 암살 당해 죄값을 치뤘다. 한편 포르투갈의 독재자 안토니오 살라자르는 좀 특이한 경우다. 그는 1968년 욕실에서 미끄러져 뇌출혈을 일으키는 바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살라자르가 건강을 회복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이제 총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2년 뒤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여전히 총리라고 생각했다.
많은 독재자가 처벌을 모면한다(Many dictators get off scot-free).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1979년 축출된 후 리비아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다. 그는 제다에 있는 노보텔 호텔의 맨 꼭대기 두 층을 통째로 세내 2003년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1986년 수십억 달러의 재산과 부인 이멜다가 사모은 산더미같은 구두까지 챙겨서 무사히 필리핀을 빠져나간 뒤 하와이에서 3년 동안 살다가 사망했다. 파라과이의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너는 1989년 쿠데타가 일어나자 브라질로 도망쳐 18년 동안 그 곳에서 살았다. 한편 1997년 5월 자이레에서 도망친 모부투 세세 세코는 그해 9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사망했지만 정의의 심판은 모면했다. 또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은 독재자로선 거의 유일하게 생전에 민주화된 조국으로 돌아갔다.
체포되더라도 처형을 면하는 독재자 역시 많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1998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사망했다. 또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2006년 형 선고를 앞두고 감방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는 현재 헤이그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 법정에는 사형이 없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독재자 장-베델 보카사 황제는 7년 동안 옥살이를 했을 뿐이다. 1993년 석방된 지 3년 후에 죽었는데 그 동안 그는 자신이 극악무도한 만행(간혹 인육을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을 저지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았다(He was released in 1993, died three years later among the population he had ravaged, and is suspected even on occasion to have cannibalized). 르완다의 장 캄반다는 2000년 종신형을 선고 받고 말리에서 복역 중이다. 하지만 1994년 사형을 선고 받은 그의 심복들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편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2002년 미 국무부의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지만 아직 잡히지 않았다.
카다피는 독재자로선 매우 특이하게 자신의 나라에 남아 정권 회복을 노리고 끝까지 싸우다 최후를 맞이했다. 그가 외국으로 도망쳐 오랫동안(어쩌면 수십 년 동안) 리비아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대신 나라 안에 남아 있기로 결정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It was fortunate that he chose to stay and fight, rather than destabilizing Libya from abroad, perhaps for decades to come). 리비아 국민은 카다피가 그런 식으로 죽은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할 듯하다.
[필자는 영국의 역사학자 겸 저널리스트다.
번역 정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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