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망기업 50’ 선정된 한라건설
‘아시아 유망기업 50’ 선정된 한라건설
정무현 사장은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한라건설을 이끌어 왔다. 그는 포브스 유망기업 선정에 대해 “한라건설은 국내 도급순위 16위의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건설사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라건설은 1962년 고(故)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에서 시작됐다. 중화학공업 기업인 현대양행은 1980년 신군부의 발전설비 통합 정책으로 강제 분할 합병되며 주력 사업 분야인 중공업 부문 경영권을 정부에 넘긴다. 이후 기계사업 분야를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기계로, 건설을 담당했던 자원개발부를 한라자원으로 각각 독립시켰다.
90년 7월 한라자원은 현재의 한라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라그룹 모기업인 한라건설은 80년 창립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외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세계 어느 건설사에 뒤지지 않는 강한 기업으로 키워나갈 겁니다.”
지금 한라건설은 토목공사와 공공건물 및 주거용 건축사업, 폐기물·상하수도 처리시설 등 환경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토목 부문에서는 목포신항만 조성, 인천국제공항 건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 삼호조선소 건설, 4대 강 정비사업 등 국가기간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축 부문은 경부고속철도(KTX) 천안아산역사, 군산조선소,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다양한 주거용 아파트를 시공했다.
어려운 건설경기에도 탄탄한 실적한라건설이 한국의 유력 건설기업을 제치고 포브스 유망 기업 50에 선정된 건 어려운 건설경기에도 탄탄한 실적을 올려 시가총액이 증가했고, 해외 사업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라건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가량 불어났다. 2010년 매출액은 건설경기 위축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2011년 상반기 매출은 7681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지난 7월 베트남 메콩강 지역의 110㎞ 운하를 개선하는 공사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외환위기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강인한 문화도 인상적이다. 정 사장도 한라건설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순간으로 1997년의 외환위기를 꼽았다. 당시 한라그룹은 재계 순위 12위, 계열사 수 18개의 대그룹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부도 처리되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계열사가 법정관리와 통폐합 및 매각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라그룹의 부도는 외환위기 당시 자금사정이 악화된 금융기관의 급속한 여신 회수가 직접 원인이었다. 그룹의 주력 기업인 만도, 한라공조,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의 소유권이 국내외 기업에 넘어갔다. 한라건설은 98년 9월 화의인가 결정 후 기업개선 작업을 통해 99년 7월에야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정 사장은 “수많은 역경과 좌절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아픈 경험은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빛을 발했다. 당시 한국 건설사들은 수주물량 감소, 수익성 하락,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같은 악재와 싸워야 했다. 100위권 기업 가운데 27개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정도로 불황의 골은 깊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며 중견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을 못해 무더기로 쓰러진 것이다. 특히 무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사업을 벌인 기업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라건설 사업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외환위기 때를 상기하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듯 신중하게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에 비해 분양도 순조로워 현금 흐름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동시에 해외 플랜트사업 등 사업을 다각화해 외부 충격에 대비했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한라건설은 2009년 사상 최고 수익을 냈다.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정 사장은 현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스스로를 현장주의자라고 말하는 그에게 현장은 경영의 최전방이다. 앉아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보다 현장에서 직원들로부터 한마디라도 듣는 게 경영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조직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구성원과의 소통이라고 믿는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소통이 막힌 조직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리더가 임직원에게 한발이라도 더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작은 일을 이해해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죠.”
해외 시장 개척만이 살길이다그는 한국 건설 현장에서 공공부문 공사의 감소와 노령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한다.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는 공공 부문 물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 그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신흥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민관공동합작투자나 민간투자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인프라 구축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남미 건설시장도 정 사장의 관심 지역이다.
“중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향후 수년간 수주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의 해외사업 전략은 ‘Hub&Spoke 방식’입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이미 진출한 중국, 중동, 베트남 등에서 내실을 기하고 중장기적으로 주변 국가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선 1995년 상하이에서 오피스텔을, 96년에는 베이징에서 주상복합아파트 PJT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2005년에는 중국 톈진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독자법인을 설립했죠.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특성을 접목한 2000세대의 아파트를 분양 중입니다. 현지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노령화에 따른 주택 구매력 감소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 사장은 새로운 형태의 주거양식을 개발해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지만 노령화 및 이에 따른 세대 분화로 보다 다양한 주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 사장은 “주거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친환경 복합주거단지, 기능형 컨셉트 주거시설 등 새로운 주거 니즈를 자극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라건설은 주택, 건축, 토목 분야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국내외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또 신규로 수주한 사업성도 더욱 엄밀히 따지고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지요. 글로벌 경제상황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하지만 한라건설은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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