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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심도시’ 대전이 뜬다 - 과학·행정·인재의 삼박자 갖추다

‘新중심도시’ 대전이 뜬다 - 과학·행정·인재의 삼박자 갖추다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엑스포과학공원의 야간 전경.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고 한가운데 지역 중 가장 큰 도시를 꼽아보면 대전이 단박에 떠오른다. 사통팔달의 요지로 전국 어디나 길이 통하는 곳이다. 대덕특구가 세워진 과학연구의 메카인 대전에 최근 과학벨트 입주가 결정되어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종시의 배후도시로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행정과 과학이 모이는 충청, 그 안에서 새로운 중심도시를 꿈꾸는 대전을 찾았다.
과학·행정의 중심지 대전이 뜨고 있다. 호재가 잇따라서다. 우선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정해졌다. 건국 이래 과학 분야에서 최대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도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에 자리 잡는다.

지역 사람들의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에서 먼저 읽을 수 있다. 대전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들고 있다. 청약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구 30만 명인 유성구는 두 사업지와 가깝다. 과학벨트와 세종시 이주민이 꽤 유입될 것으로 보여 인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



유성구 활기 넘쳐중부의 교통 중심지인 대전은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도시로 꼽힌다. 대덕특구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79개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 팩티브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70.4㎢ 부지의 대덕특구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만 3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과학벨트 입지로 대덕을 선택한 건 그간 축적한 과학기술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벤처를 비롯한 기업, 인근 대학에서 유입된 기술인력이 어우러져 잘 가꿔진 산·학·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대덕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의 신동·둔곡 지구에 조성될 과학벨트는 기초과학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중이온가속기와 기호과학연구원 본원이 대전에 들어오게 된다. 거점지구로 충남 천안시와 세종시가 들어설 연기군,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는 충북 청원이 각각 지정됐다. 거점지구에서 연구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능지구에 있는 대학교 등 교육시설, 기업체와 연구기관이 응용·상용화를 맡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과학벨트가 오롯이 충청권에 안착돼 기술과 사람, 산업이 만나는 삼각형의 광역권으로 형성된다. 그 중심에 대전이 있다. 한국 과학의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강병주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기초과학기술 개발은 국가의 성장동력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동력의 핵심이 대전에 왔다는 게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과학벨트를 단순히 연구시설이 늘어난 것으로만 보면 곤란하다. 과학과 산업의 긴밀한 연계 자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2005년 대덕연구단지가 대덕특구로 확대 개편된 이후 입주기업은 2005년 687개에서 2010년 1179개로 늘고 같은 기간 특구의 인력도 2만3558명에서 5만5615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기술의 요람에는 기업과 산업, 고급 인력이 몰린다. 과학벨트가 정부대전청사 조성, 대전엑스포 개최와 비견될 만큼 시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과학벨트 사업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최대 256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올리고 225만8000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응용과학 위주의 대덕특구에 과학벨트가 들어서면 기초과학 분야가 확충돼 세계적인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에 들어설 세종시에는 내년 4월에 완공될 국무총리실 청사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며 행정중심의 복합도시로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2012년부터 중앙부처의 이전이 본격화되며 기타 행정기관도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옮겨올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거 인프라 부족으로 한동안 대전이 세종시의 모(母)도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덕성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모도시와 연결되지 않은 도시는 단순히 기능만 수행할 뿐”이라며 “세종시도 생명력 있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문화와 교육 등 대전시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범 초기에는 인접한 대전이 도시기능을 지원하고 자족 능력을 갖추도록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청 광역권의 중심지행정도시로 계획된 호주 캔버라가 좋은 사례다.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와 너무 멀어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한 그저 그런 도시로 남고 말았다. 대전은 세종시와 경계를 접해 자동차로 5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사실상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다. 대전시는 경제·유통·문화·관광 등 8대 분야 33개 전략과제를 발굴해 세종시와 상생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단 세종시가 어엿한 도시로 성장하면 부처 이전 효과가 세종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 미칠 수 있다. 권역 전체가 행정과 과학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기회가 되는 것이다. 대전시와 충남·충북은 세종시와 과학벨트 등의 현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 충청에서 행정·과학 중심지 역할을 한 대전이 견인차 역할을 맡는다.

충청 광역권의 중심, 나아가 국토의 중심으로 거듭나려는 대전은 최근 정부의 활발한 투자에 힘입어 ‘新중심도시’를 기치로 내세웠다. 철도 개통으로 부상한 도시인 대전은 새로운 전기를 맞아 교통체제 정비에 나섰다. 대전시는 국철을 활용한 충청권 철도망을 구축하고 대전 도심에서 도시철도 기능을 강화해 충청권의 주요 거점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교통수단으로 간선급행버스 체계를 대전~세종~오송 구간에 이어 광역경제권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더했다.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행정복합도시, 과학기술 수준을 격상시키는 연구단지 이 두 가지 사업이 대전을 점찍은 것은 단순히 국토의 중심에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교육과 과학, 행정의 요충지로 조용하게 내실을 다져온 대전이 제2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기대된다.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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