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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심을 잡아라

중국의 여심을 잡아라

중국 상하이 빠바이빤 백화점에서 여성 소비자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과거 마오쩌둥은 여성이 하늘의 반을 떠받친다며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는 교시를 내렸다. 이 말을 계기로 중국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의 경제파워를 대변하는 다양한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대표적인 말이 ‘타징지’와 ‘푸포’다. 타징지란 ‘그녀의 경제, 여성 경제’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푸포’란 고소득·고학력과 사회적 신분이 높은 능력 있고 진취적인 여성을 일컫는다.

이 밖에도 최근 뉘챵런(파워우먼), 성뉘(골드미스) 등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위치를 반영하는 신조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세상에서 세 가지 돈 벌기 쉬운 대상이 있다고 말한다. 세 가지 대상은 바로 ‘여성, 어린이, 애완동물’이다. 그중 여성이 돈벌이 대상으로 가장 쉽다고 한다. 중국 여성들의 소비력은 남성의 7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여성의 소비는 과거 의식주 위주에서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소비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소비성향도 과거 장신구, 화장품 등에서 여행, 성형, 사치품 구매 등 고가 소비재 위주로 바뀌고 있다. 남성의 소비 영역이었던 자동차·주택 등에까지 여성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중국 여성이 최근 어떤 상품에 열광하고 지갑을 여는지, 앞으로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지 한 발 앞서 생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 여성 소비자 눈여겨봐야우리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대상은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고소득층 여성 소비자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용이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생활과 소비의 질을 높이려 한다. 중국 여성 소비의 3대 특징은 충동구매, 미(美)의 추구, 신용카드 사용 선호다. 충동구매는 중국 여성들의 빼놓을 수 없는 소비 패턴이다. 리서치 전문기업인 촹신이 18세에서 25세의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4%의 여성이 충동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전체 소비지출 중 평균 21%가 충동구매에 따른 소비라고 답했다.

끊임없는 미(美)에 대한 추구 역시 두드러진 특징이다. 온라인쇼핑몰 하이바오스상왕의 CEO 예빈은 “아름다움은 여자들에게 일일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성 관련 소비시장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여성의 외모와 직결되는 미용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것도 과거에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중국여성고객소비습관’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여성 소비자가 카드 사용 후 서명하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신용카드사는 더욱 많은 편의성과 혜택을 제공해 자신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런 소비심리를 중시한 중국의 각 은행들은 여성 취향에 맞는 신용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디자인·가격·기능 등 제품의 특성뿐만 아니라 판촉활동에서도 여성의 소비패턴을 반영하고 겨냥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마다 갈수록 여심(女心)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소비재는 의류와 화장품이다. 그러나 막연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까다로운 여성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 제품 세분화와 그에 따른 특화 마케팅이 필요하다. 고급·고가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가장 높지만 비비크림에 대한 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여성들은 대부분 진한 화장을 꺼리는 편이다. 가벼운 화장으로도 깨끗한 피부 톤을 표현할 수 있는 비비크림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필자가 잘 아는 지방정부 관원 역시 올 초 한국 방문 때 같이 간 중국 친구들이 비비크림을 앞다퉈 사는 바람에 비비크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덩달아 여러 개 구입했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시장에서 비비크림은 한국 브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최근 일부 중국 브랜드제품이 출시된 걸 제외하면 특별한 경쟁상대가 없다.



여성 맞춤형 아파트도 나와요즘 경기불황에도 액세서리 시장은 성장일로를 달리고 있다. 여성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 액세서리 제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액세서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인지도 역시 높다. 한국산은 디자인이 독특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좋다고 여긴다. 헤어 액세서리 역시 주요 타깃 품목 중 하나다. 이제는 중국을 헤어 액세서리 생산기지가 아니라 떠오르는 소비시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각종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연예인들이 착용하는 헤어 액세서리가 자주 노출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여성들의 인지도가 높고 이미지도 좋다.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이라도 한국산이라고 할 경우 몇 배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용 콘택트렌즈 역시 한국산이 인기다. 써클렌즈, 컬러렌즈 등 미용렌즈는 젊은 여성층에서 인기가 많아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정도로 수요층이 많아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미용렌즈 중 90% 이상이 수입 브랜드 제품이며 그 중 한국제품이 80%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첨단 유행과 디자인을 가미해 여성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신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 소비자용 휴대폰 전문 제조사인 두어웨이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휴대폰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휴대폰을 패션 아이템으로 취급하는 성향이 강한 중국 여성들은 휴대폰의 기능적인 부분이 아닌 디자인에 편중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토종 휴대폰 브랜드업계에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OPPO 역시 제품 디자인과 기능을 젊은 층에 맞게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여성고객 대상 휴대폰을 민트, 화이트, 오렌지, 핑크색 등 밝은 컬러로 디자인하는 한편, 광고모델로는 주로 한국의 젊은 스타를 기용하고 있다. 이 회사 OPPO REAL 광고에는 한국 아이돌 가수인 슈퍼주니어가 모델로 나왔다. 노키아, LG, 소니 등은 간단한 기능 위주의 작고 귀여운 핸드폰을 선호하는 여성고객을 타깃으로 스마트폰의 기능과 크기, 무게를 줄인 앙증맞은 미니 스마트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여성고객 유치는 서비스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여성전용 은행이 탄생하는가 하면 여성고객 맞춤형 아파트까지 나왔다, 여성전용 은행은 고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미용, 육아, 건강 등 다양한 여성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50~60㎡ 정도의 크기에 실내 전체의 공간배치, 화장실 기능, 보안성 등 세부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자 건설업체들은 여성고객 맞춤형 아파트까지 개발해 분양에 나서고 있다.

성형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형뷰티 산업은 부동산, 자동차, 여행에 이은 제4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요즘 들어 중국 내 성형병원 간판에 ‘한국합자, 한국의사 상주’ 등의 문구가 부쩍 자주 눈에 띈다. 내륙 도시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강하다. 그만큼 중국 성형시장이 한류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여성의 눈과 마음에 ‘한국’이라는 두 글자를 각인시키려는 우리 기업의 발길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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