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Culture]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투 썸즈 업(two thumbs up). 여지없이 두 손가락을 치켜들고 싶다. 역시 톰 크루즈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들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에너자이저’ 톰 크루즈의 역작이자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첩보액션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넷째 작품인 이 영화는 그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에 힘입어 시리즈 통틀어 전문가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았다. 웬만하면 컴퓨터그래픽에 기댈 장면에서도 맨몸을 내던지고 이를 고스란히 마케팅에 끌어다 쓰는 이 영민한 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이래서 출연료를 3000만 달러나 받아 챙기는구나’ 싶다(이 영화 제작비는 1억4000만 달러. 그중 20%가 넘는 돈이 톰 크루즈 한 명에게 들어갔다). 2011년 12월 초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그는 공항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애칭인 ‘친절한 톰아저씨’다운 면모를 보여 또다시 눈길을 끌었다.
영화 제작비의 20%가 톰 크루즈 출연료액션에 확실한 주안점을 둔 만큼 ‘고스트 프로토콜’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미션을 수행하다 폭발 테러에 얽히면서 누명을 쓴다. 미국 정부는 이단과 동료들이 소속된 극비 첩보기관 IMF를 해산시키는 명령인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정부의 도움 없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란 얘기다. 이단과 IT 천재 벤지(사이먼 페그), 연인을 암살자에게 잃은 제인(폴라 패튼) 등 팀원들은 독자적으로 사건을 파헤쳐야 한다. IMF 수석분석가 브렌트(제레미 레너)의 정체 정도가 복선이라면 복선일뿐 대단한 반전은 없다. 안개 낀 프라하 뒷골목에서 쉴새 없이 배신자의 손에 요원들이 죽어나가던 1편을 떠올린다면 줄거리는 싱거울 정도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2012’ ‘인디펜던스 데이’ 등을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 류일 거라고 지레짐작해선 곤란하다. 빈약한 스토리를 물량공세로 포장하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말이다. 스파이액션 특유의 두뇌게임 대신 ‘고스트 프로토콜’이 택한 전략은 초(秒)단위, 분(分)단위로 치밀하게 긴장의 끈을 조이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쪽이다. 그중 백미는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 이단이 혈혈단신으로 보여주는 액션이다. 2.4㎞ 고공에서 스파이더맨이 쓰는 끈적이 장갑을 이용해 건물 외벽을 기어오른다. 소방호스에 매달려 빌딩 벽을 100m 달리기하듯 질주하는 모습은 아찔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함께 내한한 브래드 버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톰은 매 장면을 찍을 때마다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했다. 톰이 뭘 먹는지 알고 싶고, 톰처럼 늙었으면 좋겠다”고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핵무기를 입수해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사이코 핵물리학자와 이단이 벌이는 막판 대결도 두바이 액션에 버금간다. 벌집 모양의 여러 층으로 이뤄진 주차타워에서 럭셔리카 BMW가 사정없이 내려 꽂히는 숨막히는 연출은 잠시도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BMW는 여러 인상적인 자동차를 결정적인 대목에서 적절히 선보임으로써 PPL(간접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연출을 맡은 브래드 버드는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다.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심슨가족’을 비롯해 픽사와 디즈니의 합작품인 ‘라따뚜이’ ‘인크레더블’을 만들었다. ‘인크레더블’로 200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그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내 머리 속엔 평생 써도 고갈되지 않을 아이디어가 넘쳐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넘쳐나는 아이디어는 이 영화에서 대부분 독창적인 액션 연출에 쓰인 듯하다. 부르즈 칼리파 장면에 이어 누런 모래폭풍이 밀려오고 회오리 속에서 벌이는 추격 장면은 좀처럼 뇌리에서 지우기 어렵다. 브래드 버드는 애니메이션에서 갈고 닦은 상상력을 내세워 브라이언 드 팔마, 우위썬(吳宇森·오우삼), J J 에이브럼스 등 시리즈 전편 감독들을 능가하는 연출 감각을 인정받았다.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아이맥스(IMAX) 촬영이다. 아이맥스로 세계 최초 개봉한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아이맥스관의 가장 좋은 좌석으로 알려진 ‘중간열 중앙 좌석’의 경우 주말에는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이 맥시멈(Eye Maximum)’의 준말인 아이맥스는 지금까지 국내에선 63빌딩에 설치된 상영관에서 보는 걸로 통했다. 상영작도 교육용 영화나 다큐멘터리 위주였다.
최근엔 멀티플렉스에서도 아이맥스 영화를 볼 수 있다. 일반 영화를 디지털리마스터링(DMR)하는 작업을 거쳐 기존 극장에 아이맥스 스크린을 설치한 이른바 MPX에서 상영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아이맥스사로부터 도입한 이 시스템은 현재 서울 용산CGV와 왕십리CGV등 전국적으로 15개관에 설치돼 있다. 아이맥스 상영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2009년 1300만 여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의 폭발적 흥행 덕분이다. ‘아바타’ 아이맥스 상영은 6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한 후 아이맥스로 재관람 하는 ‘보고 또 보고’ 식의 관객들이 많았다. 이후 ‘인셉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트랜스포머3’ 등이 아이맥스로도 상영돼 인기를 끌었다.
최근 할리우드는 단순히 큰 스케일에 만족하지 않고 아이맥스 촬영을 포함시켜 시각적 도약을 꾀하는 추세다.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크 나이트’에서 부분적으로 아이맥스 촬영을 한 게 시작이었다. 둘째로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이 뒤를 이었고, ‘다크 나이트’의 속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 개봉)도 20분 가량을 아이맥스 촬영으로 채웠다고 한다. 아이맥스 관람료는 일반 관람료에 비해 30% 비싸다. 극장들이 두 손 들어 아이맥스 상영을 환영하는 이유다.
섹스에 비길 만한 시각적 쾌감아이맥스의 강점은 시야를 넓히면서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고스트 프로토콜’의 오프닝은 부다페스트 시내 전경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활짝 펼쳐 보여준다. 두바이 액션 장면을 포함한 약 30분 분량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고 이 장면들 때문에 ‘아이맥스로 보라’는 입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벤지 역의 영국배우 사이먼 페그(스타트렉: 더 비기닝, 새벽의 황당한 저주’ 출연)도 런던 프리미어가 끝난 후 “기왕 볼 거면 아이맥스로 보라.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는 건) 시각적 섹스, 즉 아이섹스(ISEX)다(If you go see it, go IMAX. It’s like sex for eyes)”라고 트위터(@simonpegg)에 올렸다. 섹스에 비할 정도의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을 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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