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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대 그룹 승부수] 포스코 - 임진왜란 맞먹는 위기 원가 줄여 극복

[2012 10대 그룹 승부수] 포스코 - 임진왜란 맞먹는 위기 원가 줄여 극복

#1. 포스코의 정준양(63) 회장은 지난해 10월 30일 포항제철소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50여명을 불러 ‘끝장토론’을 벌였다. 머리를 맞대 불황을 타개할 묘안을 찾으려고 했다. 포스코는 한 달 전인 9월에 2012년 사업계획안을 짰다가 폐기했다. 원재료 값 상승과 원화 가치 불안으로 2011년보다 어려움이 예상돼서다. 이에 따라 포스코 경영진은 2012년부터 경영계획 변경 주기를 기존의 분기(3개월)에서 월별로 바꿔 매달 상황에 따라 사업계획을 조금씩 바꿔나가기로 했다. 또 최선·보통·최악 3가지 상황으로 나눴던 상황을 창사이래 처음으로 5가지로 상황으로 나누기로 했다.

#2. 2012년 1월 2일 오전 11시. 정준양 회장이 포항시 포스코 대회의장에 모인 1000여명의 임직원 앞에 섰다. 새해 구상을 밝히는 신년 프리젠테이션 자리다. 3년째 임직원 앞에서 신년 프리젠테이션에 나서지만 올해는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30분간 진행한 프리젠테이션에서 첫 일성은 ‘위기극복’이었다. 정 회장은 “임진왜란과 비슷하다고 해도 될 정도도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극복을 위해 원가를 줄이고, 낮은 원가로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성과를 높이자는 ‘패러독스 경영’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시장의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2010년까지 7조원대에 이르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지난해(2011년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4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영업이익(6조540억원)의 72%에 불과했다. 포스코의 2011년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실적이 나빠진 요인은 철광석과 유연탄값이 2년 전보다 3배가량 올랐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악재였다. 원화 가치가 10원 떨어질 때마다 원료값이 그만큼 올라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

실적이 신통치 않은 탓에 주가도 지난해 1월 6일 50만7000원에서 1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10월 5일에는 35만10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새해 들어 조금 오르긴 했지만 1월 5월 기준 39만2000원으로 여전히 30만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12월에 무디스와 피치가 각각 포스코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원가 낮춰 새 제품 개발하는 ‘패러독스 경영’ 제시문제는 올해 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2012년 경제 산업 전망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와 수출, 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 회장은 2009년 2월 취임 후 원가 절감을 시작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철강산업 전망이 불투명했다.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해야 했지만 투자 여력은 크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때 정회장은 “기술과 아이디어로 원가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원가 절감을 위해 외국산 장비를 국산 장비로 교체했다. 대다수 철강 설비가 값비싼 외국산인 탓에 구입·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 차체와 가전제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냉연제품을 자르거나 붙이는 장비인 ‘레이저 웰더’를 국산화했다. 2010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한 포스코는 칼로 철강재를 자르던 기존 제품보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레이저로 자르는 방식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국내외 공장에서 쓰고 있는 60여 개의 레이저 웰더를 국산 장비로 모두 교체했다.

이런 노력 덕에 포스코(계열사 제외)는 지난해 원가 절감 목표치인 1조원을 넘는 1조4000억원을 아꼈다. 올해에는 절감 목표를 더욱 늘려 잡을 계획이다. 설비 투자비와 소모품 절감에 이어 올해부터는 연료 수송비도 줄일 계획이다. ‘공동 선적’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캐나다에서 들여올 제철용 석탄을 한국남동발전의 발전용 석탄과 함께 싣고 오기로 했다. 이런 공동 선적으로 한 번에 5억원의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배 삯의 30%가 넘는 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와 남동발전은 앞으로 호주·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하는 석탄도 같이 실어와 연간 50억원의 운임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리띠 졸라 매고 해외 투자는 늘린다투자 속도도 조절한다. 국내 투자는 지난해 수준(6조원)을 밑돌 전망이다. 투자 축소 계획에 따라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에 착공한 파이넥스 3공장 준공 시점을 2014년 초로 미뤘다. 광양제철소 1고로 개·보수 일정도 내년에서 2013년 이후로 연기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 투자를 연기하면서 생산계획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해외 투자에는 적극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금액을 정하진 않았지만 지난해(1조1000억원)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전체 투자비를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줄였지만 해외 투자비는 9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미래 먹을거리 발굴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는 ‘비전 2020’을 선포했다. 철강업에서 120조원의 매출을, 에너지·화학에서 60조원, 녹색·해양사업에서 20조원의 매출을 올려 종합 소재·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생산벨트 구축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7월엔 태국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타이녹스를 인수한데 이어 12월에는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터키 이스탄불 인근 코자엘리주 이즈미트시에 연산 2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STS) 냉연공장을 착공했다. 올해는 인도와 중국에 각각 연산 45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 준공하고,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에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다는 목표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철강 가격도 다소 회복될 전망이어서 포스코의 실적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HMC투자증권 박현욱 연구원은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9조2767억원, 영업이익 8380억원”이라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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