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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외국계 담배회사 가격 인상 논란 - 1갑당 200원 올려 물가 자극

[Business] 외국계 담배회사 가격 인상 논란 - 1갑당 200원 올려 물가 자극

토종 담배업체인 KT&G가 담배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기로 했다. KT&G는 경쟁사인 필립모리스(PM)코리아가 일부 담배 제품 가격을 올림에 따라 인상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책임관리제를 도입하면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함에 따라 이에 협조하기로 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월 10일 말버러와 팔리아멘트, 라크 등 담배 3종의 국내 소매가를 1갑당 2500원에서 2700원으로, 버지니아 슬림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던힐과 켄트 등을 판매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와 마일드세븐을 공급하는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는 이미 지난해 4∼5월에 일부 제품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3년간 당기순이익의 95% 본사에 보내BAT와 JTI, PM 등 외국 담배 브랜드의 잇단 가격 인상에 따라 KT&G도 현재 2500원인 에쎄, 더원 등 주력 제품 가격을 100∼200원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KT&G는 수익성 우려에도 물가 안정을 감안해 가격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금과 로열티로 본사에 송금하는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 물가를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 사회공헌 활동마저 KT&G보다 적게 하면서 담뱃값까지 올려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인터넷 게시판에는 외국계 담배회사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국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은 0.5%, 외산 담배는 0.35%다. 담배의 가중치는 481개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가운데 20번째로 높다. 특히 담배는 저소득층 구매 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통계청은 PM의 가격 인상에 따라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500원하던 제품 가격이 200원 오르면 전체 흡연자의 경제적 부담이 3750억원 추가로 발생하고 소비자물가가 0.0272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2500원짜리 담배 1갑에는 담배소비세, 교육세 등 총 1549.5원(62%)의 제세기금이 부과된다. 판매업자 마진 10% 안팎을 제외하면 제조업자 몫은 1갑당 28% 수준이다. 담배는 세율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담배 가격은 통상 정부의 제세기금 인상수준에 따라 오른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외국산 담배 제조업자들이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렸다. 담배업계에서는 1988년 국내 담배시장 개방 이후 20여년 동안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오던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최근 ‘시장점유율 확대’에서 ‘수익성 확대’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시장점유율 40%를 넘기면서 수익을 본격적으로 낼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져서다. 3대 외국계 담배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금액을 올려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 외국계 담배회사는 진출한 나라 국민의 입맛을 길들

인 뒤 가격을 차츰 올리는 전략을 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PM이 밝힌 가격인상 명분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부담’이다. 그러나 PM이 쓰는 수입 잎담배 가격은 국산 잎담배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국산 잎담배만 쓰는 KT&G보다 경영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담배업계의 정설이다. PM이 경영부담을 거론하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PM은 2008년 525억원, 2009년 729억원, 2010년 942억에 달하는 배당금과 판매대금의 8.5%에 달하는 로열티(2008년 301억원, 2009년 367억원, 2010년 418억원)를 본사에 보내고 있다. 3년간 PM의 영업이익신장률은 15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299억원. PM본사는 PM코리아 당기순이익의 95.5%에 이르는 2196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경영부담이 있다면 지급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200원 인상으로 올해 PM의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1400여억원(2010년 1332억원)이 배당금·로열티 비용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1년 판매량 8억9000만갑을 기준으로 부가세와 소매인 마진을 제외한 영업이익으로 전망한 것이다.

PM이 담배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상 전인 8일과 9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급증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2월 9일 PM의 담배 판매량은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54.8% 이상 늘었다. 8일에도 주요 PM 담배의 판매량이 17.2% 이상 증가했다. 담배가격 인상에 대비해 애연가들이 미리 담배를 사재기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GS25는 말버러 미디엄(65.3%)과 팔리아멘트 마일드(63.5%), 말버러블랙멘솔(70.3%) 등 PM에서 생산하는 주요 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집계했다. GS25에 따르면 같은 날 전체 담배 매출은 18.7% 늘었고, 수입담배 매출은 31.1%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산 담배 매출액이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갑당 가격을 200원 인상한 BAT와 JTI의 판매량 추이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 등의 조사에 따르면 BAT가 가격을 인상한 후 지난해 4월 11일~17일 사이 해당 담배 판매량은 28.1% 감소했다. 뒤이어 가격을 올린 JTI의 지난해 5월 9일~15일 판매량도 18.6% 줄었다. 같은 기간 KT&G의 매출액은 9.9%, 가격을 올리지 않은 PM의 담배 매출액은 16.7% 늘었다.



흡연자 비싼 담배 외면할 것외국산 담배 가격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산 담배 애호가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2월 9일 사단법인 한국담배판매인회가 전국 흡연자 1022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PM담배를 피우는 소비자 가운데 56.6%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담배를 바꾸겠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79.2%는 “가격을 올리지 않은 KT&G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제품을 바꾸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40.8%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대체품이 있기 때문”, 31.7%는 “(PM의) 가격인상에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78.4%는“외국계 담배회사의 잇따른 가격인상에 수긍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 중 37.7%는 “전혀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흡연자들이 이처럼 담배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건 당장 부담이 커져서겠지만 외국계 담배회사의 인색한 사회공헌에도 원인이 있다. 외국산 담배회사 3곳의 기부금 현황을 살펴보면, PM은 2008년부터 2010년간 배당금의 1%에 못 미치는 1억6000만원(연 평균 53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2010년에 PM은 4895억원 매출을 올렸음에도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같은 기간 BAT는 5870억원 매출에 3억1000만원을, JTI는 2211억원 매출에 1억4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외산 담배 3개사는 총 1조2976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사회환원금은 4억5000만원에 그쳤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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