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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ACCO] 외국산 담뱃값 인상에 소비자 물가 ‘꿈틀’

[TOBACCO] 외국산 담뱃값 인상에 소비자 물가 ‘꿈틀’

KT&G는 담배 가격을 기존 2500원을 당분간 고수하기로 했다. 경쟁사인 외국 담배업체들의 잇따른 담배 값 인상으로 국내담배 가격도 오르리란 우려와 달리 KT&G 측은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과 소비자물가지수, 그리고 국민정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은 생산성을 향상해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필립모리스는 지난 10일 가격을 일시에 100~200원씩 인상했다. 2002년 이후 첫 인상이다. 말보로와 파알리아먼트, 라크 등은 한 갑에 2500원에서 2700원, 버지니아 슬림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랐다. BAT코리아의 던힐, 켄트 등과 JTI코리아의 마일드 세븐 등도 지난해 4~5월 200원씩 인상됐다. 이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해 수입 담배 1위 자리를 필립모리스에 내주었다.

당시 KT&G의 에쎄, 더원 등도 덩달아 오르리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국내담배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값을 동결하면서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가격인상을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국내기업과 달리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물가안정이나 사회공헌에 ‘나 몰라라’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배당금과 로열티를 대부분 본사에 송금하기 바쁘다”면서 본사의 주문에 따라 실적을 높이려고 가격을 인상했으리란 지적이다.

담배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상품이다. 이 때문에 외국 담배 기업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값을 올려도 소비자가 마음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 소비자 물가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가중치는 481개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중 20번째로 높다. 담배는 상대적으로 다른 물품에 비해 저소득층의 구매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끼치는 영향 또한 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담배값 인상은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01~0.02 % 포인트 가량 끌어 올리게 된다. 2500원 제품을 기준으로 200원을 인상하면,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연간 3750억원 가량이 추가 발생한다.

필립모리스 한국법인은 2008년 847억, 2009년 947억, 2010년 1천 332억 원의 영업 이익을 거둬 3년 동안 156%의 영업이익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2299억 원에 달했으며 그 대부분인 2196억 원을 본사로 송금해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이에 반해 기부금은 거의 전무했다. BAT코리아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3년간 매출액 1조7863억 원으로 90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7억3000만원에 불과하고 배당금은 446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국내 담뱃값을 200원 올렸지만, 국내 영업에서 남긴 순이익 122억 원을 모두 배당을 목적으로 본국에 보내 지나치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매년 영업이익이 늘어났지만 정작 매출이 발생하는 한국에 돌려주는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KT&G가 매해 수백억 원의 기부금을 내놓으며 사회공헌활동에 노력하는 데 반해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기부금은 거의 없다.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수입 잎담배를 쓰는 데 따른 비난도 크다. 싼 외산 잎담배를 쓰는 외국계 담배 회사는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먼저 올렸기 때문이다. KT&G는 외산 잎담배보다 가격이 2~3배 비싼 국산 잎담배를 50% 넘게 사용한다. 지난해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담배 값을 올렸을 때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중앙회(연협중앙회)는 “외국산 담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그런데도 이 외산 담배들은 국산 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바람에 “기름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잎담배 생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생산포기 농가가 속출한다”고 말했다. 연협중앙회는 “잎담배 경작농민의 생계를 파탄시키고 국부 유출을 서슴지 않는 외국 담배회사의 파렴치한 가격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사단법인 한국담배판매인회는 전국의 흡연자 10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필립모리스 흡연자 중 56.6%가 가격이 인상되면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 79.2%는 가격을 올리지 않은 KT&G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의 선호 제품은 보헴과 레종 순이다. 담배를 바꾸는 이유는 “가격 변동이 없는 대체품이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40.8%, “인상에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31.7%였다. 전체 응답자 중 78.4%는 외국계 담배회사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37.7%는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담배판매인회 하종철 홍보실장은 “지난해 외국계 담배회사 2곳이 가격을 인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상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가 타사 제품으로 갈아타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번 가격인상으로는 필립모리스가 덕을 봤지만 이번엔 국내 진출한 외국 담배 3사가 가격을 모두 인상한 셈이니 값을 올리지 않은 KT&G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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