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토지시장에 봄바람 솔솔
[Real Estate] 토지시장에 봄바람 솔솔
2000년대 들어 주택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주연으로 떠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달라졌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강남 주택시장도 침체기를 맞았다. 침체기의 틈새상품으로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주축은 토지다. 주택, 상가, 오피스텔 모두 결국은 땅이 있어야 지을 수 있는 건물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수십년 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 활황의 기반이 됐다. 광개토개발의 오세윤 사장은 “휴전 이후 2000년 중반까지 부동산 투자로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대부분 토지 투자자였다”며 “건물은 어차피 땅값이 포함돼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땅값 평균 1.17% 올라부동산 투자자의 관심 밖에 있던 토지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기획부동산이 난무하고 불법 투자가 성행하자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들했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주택시장은 좀처럼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땅값은 오름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땅값은 평균 1.17% 올랐다. 올 1월에도 전국 땅값은 전달 대비 0.09% 올랐다. 토지시장이 가라앉은 건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면서다. 그 전에는 실제 시세와 공시지가간 차이가 커서 세금 부담이 적었다. 그러나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 이후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토지 거래나 활용이 쉽지 않아지면서 땅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09년 1월 이후 올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토기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토지시장에 숨통을 텄다. 이에 따라 지방뿐만 아니라 경기도 용인·수원·성남·안양 등 수도권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땅을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땅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김포 한강신도시·파주 운정신도시 등 개발이 진행 중인 신도시 인근과 하남·시흥시처럼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진행 중인 곳을 포함해 전체 국토면적의 1.8% 수준이다.
거래뿐만 아니라 토지 활용도 편해졌다. 우선 공유토지의 분할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여러 명이 지분등기 형태로 땅을 공동 소유하고 있으면 대지분할 제한 등으로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분등기는 등기부에 개별 부동산의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지분만 표시돼서 땅의 특정 부분이 아닌 전체 땅의 일부분에 대한 권리만 인정된다. 때문에 공동 소유자 중 한 명의 지분이 경매로 넘어가면 나머지 소유자들도 자기 몫의 부동산을 거래하기 어려워진다. 나머지 공동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건물 신축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1필지를 2인 이상 소유한 공유토지는 공동소유자의 5분의 1 이상이나 20인 이상이 동의하면 토지를 분할해 온전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한시적으로 분할 조건을 완화하며 서울시·경기도는 2015년 5월까지 시행한다.
여러 필지를 묶어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협정제도 도입된다. 국토해양부는 관련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작은 땅으로는 개발의 한계가 있지만 인근 토지주와 합심하면 대규모 개발도 가능하게 돼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도 토지 투자를 한결 편하게 만들었다. 구글 어스, 네이버 위성 지도처럼 위성을 활용한 지도검색 프로그램이 잇따르면서 지번만 치면 위성사진으로 현장을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돼 땅 위치나 지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땅 투자 관련 온라인 모임 등이 활성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최광석 변호사는 “땅은 주택보다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 분명히 세워야토지시장이 살아날 여지는 더 있다. 보금자리지구나 택지지구 개발, 4대강,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풀릴 토지보상금이 40조원 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토지보상금의 40~50%는 인근 땅에 재투자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택시장이 가라앉아 있어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것도 토지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투자에 앞서 반드시 뚜렷한 목적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토지 관련 규제가 풀렸다지만 실거래가 신고제로 세금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이전처럼 땅을 사서 묵혀두면 큰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새로 뚫리는 도로 인근 토지를 구입한다면 보상비를 노릴지, 물류부지나 창고부지로 활용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창고부지로 점 찍은 경우도 일정 금액의 웃돈을 얹어 되팔지, 직접 창고를 짓고 임대를 한 것인지를 정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꼼꼼히 살필 필요도 있다. 땅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개발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경기도 하남시(5.65%)다. 보금자리지구·복합쇼핑센터 개발 등 호재가 있었다. 둘째로 땅값이 많이 오른 시흥시(3.53%)도 보금자리지구와 도로·철도신설사업 등 대규모 정책사업이 진행됐다. 대구 달성군(2.98%)은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으로 기대감이 컸다. 강원도 평창군(2.87%)은 동계올림픽, 복선전철 등으로 땅값이 올랐다. 경남 창원시(2.42%)는 창원시 통합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땅값이 오른 지역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지역은 전남 여수시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와 전라선 복선전철 완공, 여수~광양간 이순신대교 개통(임시) 등의 호재가 있다. 전남 해안군도 서남해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등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는 월곡~판교~여주를 잇는 복선철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꺼번에 목돈을 원하기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를 분양 받아 상가건물을 지으면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수도권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단독주택용지 분양가는 판교신도시 등지를 제외하면 평균 3.3㎡당 300만~600만원선이다. LH는 올해 전국 28개 택지지구에 단독주택용지 3475필지(172만㎡)를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 위례신도시·하남 미사지구·화성 동탄2신도시·충남 세종시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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