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토마스 켈러 셰프 - 접시닦이 소년 `미슐랭 별 7개`를 따다
- [SPECIALIST]토마스 켈러 셰프 - 접시닦이 소년 `미슐랭 별 7개`를 따다

3월13일 신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라 컨티넨탈’. 분주한 가운데 매우 절도 있게 움직이는 스텝들 사이에서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57)가 걸어 나왔다. 족히 185cm는 돼 보이는 은발 신사가 눈부시게 하얀 셰프복을 입고 있다. 까칠하고 예민하다는 소문과 달리 만면에 웃음을 띄고 기자를 맞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뽀얗게 화장을 한 얼굴에서 의외성과 아우라가 함께 느껴졌다.
“한국과는 인연이 깊어요. 삼성 이건희 회장님 가족이 제 레스토랑 단골이시고 신라호텔과는 기술제휴를 맺고 있죠. 이번 방한이 제겐 큰 영광입니다. 온 김에 한국에 대해 많이 배워서 가고 싶어요. 어제 저녁에 한식당에서 갈비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토마스 켈러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셰프다. 그가 운영하는 나파밸리의 ‘프렌치 런드리(The French Laundry)’는 2003, 2004년 연속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위로 선정됐고, 2006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계속 획득했다. 2005년 뉴욕에 오픈 한 레스토랑 ‘퍼세(Per se)’도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그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2개나 가진 유일한 미국인 셰프로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번 토마스 켈러 갈라 디너는 삼성카드 라움의 초청으로 진행됐다. 디너에는 삼성의 VVIP가 선별적으로 초대됐는데 초대받지 못한 명사들의 문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초청행사라서 가격을 산정할 수 없지만 관계자는 “어림잡아 한 끼에 100만원을 호가한다”고 귀띔했다.
토마스 켈러는 이번 갈라 디너를 위해 서울 신라호텔과 협업해 프렌치 런드리의 명성을 그대로 재현한 새로운 미식 세계를 선보였다. 아일랜드 크릭산 굴과 손으로 잡은 미국 메인 해안 가리비, 푸아그라가 식탁에 올랐다. 발렌시아 산 오렌지 소다를 곁들인 타이티산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이 디저트로 마련됐다. 싱그러운 봄에 걸 맞는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최고의 맛 또한 놓치지 않았다.
프렌치 런드리 옮겨온 듯한 맛의 향연“플로리다에 살던 청년 시절, 뜨거운 태양 아래 해변가에서 맥주를 즐겨 마셨죠. 첫 병을 마셨을 때의 그 느낌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맛은 떨어졌죠. 음식도 똑같아요. 한 메뉴에서 너무 많은 음식을 내놓으면 전체를 즐기지 못하죠. 먹은 후 아쉬움이 남아야 해요. 모자란 듯 하게 서빙 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했죠. 성격 급한 한국인들을 위해 9코스의 서빙 시간을 조정해 지루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미 한국인들의 심리까지 파악한 토마스 켈러는 완벽주의자다. 이번 디너를 위해 ‘가이드 북’까지 만들며 7~8개월간 철저한 준비를 했다. 치밀한 준비로 인해 그는 이런 해외 출장 행사를 한 해에 단 한번밖에 하지 못한다. 올해 토마스 켈러의 갈라 디너를 맛볼 수 있는 나라는 한국 한 곳뿐이다. 토마스는 직접 제작한 ‘한국 가이드북’을 보여주며 말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진정 완벽한 식사’입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8개월을 준비했어요. 최장 18개월 작업해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방금 보신 작업일지에 한국에 대한 사전조사로 수집한 다양한 정보와 어떻게 메뉴를 정할지, 어떤 식기를 사용할지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저희 쪽 스텝 12명과 신라 쪽 2명이 참여해 완성됐죠.”
먹는 이에게 ‘완벽한 체험’을 주고 싶다는 그는 한국 갈라 디너를 위해 14명의 팀을 조직해 움직였다. 보통 미슐랭 셰프들이 내한 행사를 할 때 3~4명이 한 팀인 것과 비교된다.
“행사에 오는 VIP들은 프렌치 런드리나 퍼세를 경험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죠.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지고 오십니다. 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와 똑 같은 느낌으로 식사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스텝이 적은 상태에서 움직이면 과부하가 걸려 부담스럽죠. 최고 수준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 한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유명세 때문에 외부 행사를 자주 하는 토마스 켈러는 행사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전담 팀을 꾸렸다. 이번 행사의 전담 셰프는 켈러의 레스토랑 경력만 12년인 베테랑이다.
“행사 때마다 매번 인력을 차출하다 보면 기존 레스토랑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우수한 직원을 추천 받아 뽑고 전담 팀을 꾸렸어요. 총 6개 영역의 전문 셰프들은 수료기간을 거쳐 외국으로 파견됩니다. 저는 남들이 안 했던 새로운 기준들을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켈러 레스토랑 그룹의 차별화죠.”
레스토랑과 함께 냉동식품 사업도 하는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최고의 식재료를 공수해왔다. “저희 식당을 100% 체험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야 합니다. 생선은 플로리다 남쪽에서, 쇠고기는 아이다호에서 받아왔죠. 특히 치즈는 한국 여성 치즈 장인인 김소영씨가 만든 걸 씁니다. 미국에서 최고로 치죠. 이번에 그 분의 치즈를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특별한 체험’을 만드는 거죠.”
채소류에서 창조적인 요리 영감 얻어그는 현재 6개 파인 레스토랑과 5개 베이커리 식당을 운영 중이다. 식재료 관련 사업까지 하는 그의 전체 사업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 해 매출을 묻자 그는 “한 번도 총 매출을 따져 보지 않았다”며 종이에 사업군을 차례로 나열했다.
“제가 직접 재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6500만 달러(약 732억원) 정도라고 봅니다. 사업 확장이 주 목적은 아니었어요. 직원들 중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됐고 성장한 직원이 나가서 새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레스토랑을 늘려갔던 게 지금의 레스토랑 그룹이 됐습니다.”
후진 양성에 관심이 큰 그는 “성공적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선 신입 선수들을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셰프들이 더 잘하도록 교육하고 멘토 역할도 합니다. 실제로 저희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셰프가 저보다 실력이 떨어지면 교육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저희 레스토랑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셰프의 위상을 올리고 싶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며 자식 5명을 키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혹독한 교육을 받고 지금의 자리에 섰다. 토마스는 학교가 끝나고 나면 바로 어머니 식당으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설거지를 하면서부터다.
“설거지는 굉장히 체계적인 작업입니다. 요리 도구를 위치 별로 깔끔하게 정리정돈 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 효율성을 깨닫게 되죠. 어머니는 굉장히 깔끔하고 꼼꼼하신 분이라 한치의 여지도 주지 않으셨어요. 설거지를 통해 짜임새 있는 팀워크도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늦으면 셰프들은 그릇을 기다리게 되고 소믈리에들은 글라스 준비가 안되기 때문이죠.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 저는 그 반복이 지겹지 않았습니다. 반복이 싫은 사람들은 이 일을 못하죠. 또한 하나의 의식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에 룰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게 총 여섯 가지(체계·효율성·직접적인 피드백·팀워크·반복·의식)가 조화되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된 토마스 켈러.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미슐랭 가이드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미슐랭 가이드의 7개의 별은 큰 자부심을 주죠. 유럽인에게만 별점을 주던 룰을 깨고 최초로 미국인인 저를 인정해줬으니까요. 존경하던 셰프들과 같은 그룹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거죠. 하지만 이는 단지 과거의 업적일 뿐이지 그 자체가 현재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미래지향적으로 좀 더 발전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체험을 제공하자’고 늘 다짐합니다.”
창조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그는 ‘채소류’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다. 그가 한국 일정에 ‘사찰 음식 투어’를 꼭 넣어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갈라 디너 행사를 마치고 경북 김천에 있는 비구니 사찰 ‘청암사’에서 한국 전통 사찰 음식을 맛봤다.
“비구니가 채소를 직접 재배해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저도 직접 가든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 텃밭에서는 음식 재료를 어떤 식으로 재배하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육류는 연중 내내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채소류는 계절에 맞춰 창조적인 영감을 주죠. 수확기의 강수량이나 기후에 따라 맛이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맛을 살리는 재미가 있는 재료지요. 음식은 예술이 아닙니다. 요리에 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좋은 재료를 써서 맛 좋고 전체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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