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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Ⅲ] 프로야구 산업의 미래
메이저리그 실력에 전국체전식 운영

[Special ReportⅢ] 프로야구 산업의 미래
메이저리그 실력에 전국체전식 운영

흔히 야구를 자본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선수를 사고팔고, 구단을 운영하는 전반의 과정이 기업의 경영방식과 닮아서다. 광고시장도 발달했다. 광고주들은 TV 중계 때 이닝 사이에 최소 18번의 광고 타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프로야구가 철저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에서 가장 발전한 게 우연은 아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국내 프로야구도 그간 많은 성장을 했다. 관중수와 매출 모두 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무엇보다 프로야구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프로야구를 대하는 구단·지자체·선수들의 인식은 전국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0년 말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 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1837억원이다. 구단 매출, 고용창출, 생산파급 효과 등을 합해서 나온 수치다.

2010년 한해 동안 관중이 경기장에서 쓴 돈만 4500억원이 넘는다. 그 해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롯데 자이언츠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313억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덕에 21만명이 새로운 직업을 구했다. 647만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2010년이 이 정도라면 700만 관중을 돌파한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프로야구 위상에도 아직 대부분의 구단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구단 중 명목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가 유일하다. 그나마 롯데의 흑자도 모기업의 광고료 110억원 가량을 수입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구단은 연간 100억~200억원을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구단의 적자가 계속되는 한, 프로야구가 진정한 의미의 산업으로 자리 잡긴 어렵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있는 지금 있는 파이도 못 챙겨 먹고 있다”며 “돈 벌 생각은 안하고 기존의 잘못된 관행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흥행 뒤엔 초라한 현실이…야구단 적자의 책임은 구단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선수와 구단, 시 등 프로야구와 관련된 모든 주체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는 “야구계에는 프로야구가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3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3대 적은 팬들의 사랑을 외면하는 선수,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창출할 생각조차 없는 구단, 프로스포츠의 기본적인 의미를 모르는 시 관계자들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전후해 발생한 사건의 진행 추이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올 초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LG 트윈스 소속 선수 두 명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들 두 명이 다라고 생각하는 팬들은 별로 없다. 선수들은 팬들과의 신뢰 회복에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프로스포츠의 기반인 순수성이 훼손됐다”며 “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프로야구가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초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LG 트윈스 소속 선수 두 명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들 두 명이 다라고 생각하는 팬들은 별로 없다. 선수들은 팬들과의 신뢰 회복에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프로스포츠의 기반인 순수성이 훼손됐다”며 “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프로야구가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행정도 프로야구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고 구단의 수익이 늘어나자 서울시가 구장 임대료를 인상한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수년째 프로야구단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서울시는 잠실구장 임대료를 85%나 인상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또 “프로야구 개막일은 4월로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부터 진행한 대전구장의 공사는 5월이나 되야 끝난다”며 “시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냈다. 덕분에 홈 관중 앞에서 화려하게 치러야 할 박찬호 선수의 4월 12일 국내 데뷔전은 청주구장에서 열렸다. 청주구장은 국내 야구장 중 가장 열악한 시설을 가진 구장으로 좌석수가 7500석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박동희 기자는 “시가 프로야구가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여가 생활의 장을 대신 마련해준다. 미국에서도 이런 점을 인정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평균 경기장 임대료는 10억원 수준이다. 20년 이상씩 장기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구단이 운영하기에도 편하다. 3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하며 임대료를 올려 받는 서울시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금은 파이를 키워야 할 때지난해 창단한 NC소프트 다이노스의 1군 진입 시기를 놓고 몇몇 구단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프로야구 판 자체를 키워야 하고 키울 수 있는데, 기존에 가진 기득권만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비난이다. 9구단 창단 때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밝혀온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4월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참석해 “그동안 명분에 밀려 9구단 문제가 졸속 처리됐다”며 “2013년 NC소프트가 1군에 진출하면 프로야구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인구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6개 구단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장병수 사장의 주장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장 사장이 말하는 ‘명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용철 위원은 “스스로 가진 문제를 개선해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 역시 “NC가 1군에 진입하고 10구단이 창단되면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데 개별 구단의 이익 관계만 앞세워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도 있다. NC소프트는 2013년에 1군에 진입해야 한다고 전제한 최효석 MBC 해설위원은 “근본적인 책임은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한 KBO에 있다”며 “박찬호의 국내 복귀, NC소프트 창단 등 중요한 사안을 정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론에만 편승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병수 사장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는 것이다. KBO가 지금 방식으로 자꾸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야구단이 흑자 전환을 하기 위해선 1000만 관중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야구장 크기를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대전·광주·대구·목동 등의 구장은 관중 수용 정원이 1만명이 조금 넘는다. 지금 상황으로는 750만 관중 이상을 유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몇 전문가는 돔구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종 교수는 “돔구장의 경제성이 항상 논란이 되는데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등 야구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돔구장이 필요하다”며 “K-pop을 위한 공연장·다양한 국제 이벤트 개최·해외 관광객 유치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는 2회 연속 WBC 4강에 진출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야구 수준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야구 실력만큼 주변환경이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도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야구는 연간 수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그 매력적인 콘텐트의 이용 방법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고, 대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머물 수도 있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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