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찾는 중견기업-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모든 직원 보험·연금도 회사가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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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 보험·연금도 회사가 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학생 321명과 중소기업 328개사를 대상으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의사 및 미스매치 실태’를 조사했다. 대학생 중 34.3%가 35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2500~3000만원(21.8%), 2000~2500만원(22.1%), 3000~3500만원(18.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의 연봉으로 2000~2500만원(47.4%)이 가장 적당하다고 봤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52.7%)이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원했지만 실제로 신입사원에게 30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은 8.2%에 불과했다. 희망연봉에 대한 취업 준비생과 중소기업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하 KEP)은 다르다. 일반인에게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KEP는 업계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자동차·전기·전자 등 부품 소재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케피탈(폴리아세탈 수지) 생산업체인 KEP는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12%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2536억원, 영업이익 5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률이 25%에 육박한다. 하지만 직원 수는 216명에 불과하다. 한 명이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전형적인 강소기업이다.
신입사원 연봉 4500만원KEP가 해마다 15%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성과 배분 제도(Profit Sharing)의 역할이 컸다. KEP의 2012년 신입사원 연봉은 고정급만 3500만원이다. 여기에 성과급을 더하면 신입사원이라도 4500여 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어지간한 대기업 연봉을 훌쩍 넘어선다. KEP는 이사회가 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초과분의 21%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KEP는 지난 5년간 직원들에게 연봉의 38%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차장급 이상은 해마다 50%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는다. 이승훈 경영지원실 이사는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졌다”며 “투자한 만큼 회사 역시 성과를 거두기 때문에 모두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입사원의 경우 1년에 1인당 6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그들이 1~3년 정도 뒤면 이 금액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KEP의 강점은 연봉이나 성과급 제도뿐만 아니다. 복리후생 역시 대기업 수준 이상이다. KEP는 직원 연봉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개인연금에 넣어준다. 직원의 이름으로 든 상품이지만 돈은 회사가 낸다. 전 직원 생명보험·상해보험 가입도 독특하다. 이 보험료 역시 회사가 대신 낸다. 업무상 재해와 무관한 별도의 지원이다. 김문겸 인사총무팀 부장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아프거나 다쳤을 경우 치료비 전액을 보험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따로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녀 학자금은 물론 본인의 온·오프라인 어학교육비도 전액 지원한다. 식대나 교통비 등 업무관련 비용을 제공하고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비용, 휴가비도 별도로 지급된다. 신입사원에게는 4주 간의 호주 어학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복지는 역시 근무시간. KEP의 직원들은 90% 이상이 오후 6시 30분에서 7시가 되기 전에 퇴근한다. 윗사람 앉아있다고 퇴근하지 못하는 권위적인 분위기도 아니다. 매력적인 업무 강도 때문에 KEP에 지원하는 경력사원이 있을 정도다.
1987년 설립된 KEP는 효성그룹 계열사로 출발했다. 대기업 계열사였기 때문에 이전부터 연봉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업계에서 코오롱·제일모직·LG화학 등 대기업과 경쟁하다 보니 수준을 맞추지 않으면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이 이사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게 관건인 업계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인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는 필수”라며 “인재를 새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가진 인재를 떠나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턴에게 장학금 지급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회사를 떠날 리 만무하다. 직원 수가 적기도 하지만 KEP에는 여간 해서 결원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해에는 정년퇴직자가 유일한 결원이었을 정도다. 해마다 10여 명의 신입사원을 뽑는 게 그나마 큰 행사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사한 30명의 신입사원 역시 아무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입사 후 사내 부적응, 추가 합격 등을 이유로 1년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나는 요즘 세태와는 다른 모습이다.
직원 수가 적은데다 이동마저 적으니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상사와 부하의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신입임에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점이라고 대답했다. 신수요창출팀 박상훈 씨는 “부서의 특성상 차장급 이상이 대부분이지만 신입사원인 내게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다”며 “어떤 이야기라도 귀를 열어주는 선배들이 있어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신소재개발팀 이은주 씨 역시 “어느 순간부터 회의를 이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일단 들어오면 회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KEP로서도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봉이나 복지나 대기업 수준을 뛰어넘지만 이름은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를 리드하지만 전공자들 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독특한 사명 때문에 오해도 있다. 대기업에 비해 KEP가 인재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하는 이유다. KEP는 회사 소개 동영상 이외에 채용 전용 동영상을 따로 제작해 각 학교를 찾아 다닌다.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는 당연한 일이다. 인사 책임자인 이 이사는 “예비 채용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인재 싹쓸이, 부모님의 반대 등으로 결국 대기업을 선택하는 인재들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 KEP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인턴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매년 각 대학을 직접 찾아 다니며 모은 15~20명 정도의 인재들에게 방학 동안 인턴 기회를 주고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다. 인턴 신분이지만 대우도 파격적이다. 월급 이외에 남은 학기를 다닐 수 있도록 200~300만원의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 이사는 “사람들이 어떤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근무 환경은 어떤지 직접 경험해 본 뒤 결정하라는 취지”라면서 “탄탄한 기반을 갖춘 중견, 중소기업이 많은데 이름 때문에 편견을 갖지 말고 자신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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