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fated Attempt to Look Like Brigitte Bardot 브리짓 바르도의 코를 달라
- Ill-fated Attempt to Look Like Brigitte Bardot 브리짓 바르도의 코를 달라
열네 살, 나는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밑창이 쇠로 된 앵클 부츠인지라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아주 보기 흉한 긴 치마에 블라우스 단추는 목까지 다 잠갔다.머리는 남자애처럼 짧았고 얼굴은 여드름투성이고 무엇보다 코가 너무 컸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 같은 코가 평생의 소원이었다.
신문이란 신문은 다 뒤져 바르도의 사진을 전부 오려냈다. 그 사진들을 어머니한테 보여주며 내 코도 이렇게 수술해 달라고 하면 어머니는 항상 나를 찰싹 때리며 “네 코에 만족하렴”이라고 말씀하셨다. 말썽꾸러기였던 나는 어머니가 때릴때마다 더욱 거세게 저항했다.
마침내 수술을 받고야 말겠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부모님의 침대는 모서리가 날카로웠다. 브리짓 바르도의 사진들을 주머니에 넣고 그 침대 위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돌다가 넘어져 모서리에 코를 부러뜨리는 계획이었다. 병원에 갔을 때 의사들이 내 주머니 속의 바르도 사진을 보면 내 코도 그렇게 만들어 주리라고 생각했다.
식은 죽 먹기처럼 여겨졌다.어느 일요일 아침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물론 코를 모서리에 맞추지 못해 얼굴만 베이고 말았다. 이 소동을 듣고 방으로 온 어머니가 사방에 흩날린 사진들 위에 쓰러져 있는 나를 봤다. 뺨 한대 맞았을 뿐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코를 부러뜨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정말 다행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내 코가 브리짓 바르도 같았다면 우스꽝스러웠을 테니 말이다.지금의 코가 내 얼굴과 가장 잘 어울린다.
사실 그 사건은 어린 시절의 나름대로 연기였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그렇게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려 했던 자세는 지금의 내 일에도 영향을 준다. 나는 호기심이 많았고 새로운 일을 거침없이 시도했다.어머니는 아주 어려운 사람이었다. 똑바른 자세로 자지 않거나 침대 시트가 어지럽혀지면 한밤중에도 나를 깨웠다.
이제는 호텔에서 잘 때도 너무 똑바로 자서 호텔 직원들은 내가 침대를 쓰지 않은 줄안다. 하지만 어머니가 가르쳐 준 엄청나게 많은 규율과 절제는 지금까지도 유용하다. 어려서부터 그런 습관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결코 오늘날처럼 되지못했다.
젊은 예술가에게 한계에 도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 가졌던 그 충동적이고 위험한 욕구처럼 가끔씩 느껴지는 강렬한 충동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으면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린 시절의 터무니없는 행동들도 돌아보면 전부 예술가로서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때면 두렵더라도 끝까지 추진한다.
최근 열네 살 때의 일기를 다시 보니 내가 여전히 그때와 똑같이 코가 큰 말괄량이 소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정은 변했을지 몰라도 나라는 인물의 본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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