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수대비, 안방과 통하다
돌아온 인수대비, 안방과 통하다
JT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인수대비’가 종영을 2회 앞두고 마지막 극 전개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16일 방송에서는 어머니 폐비 윤씨(전혜빈)의 죽음에 관한 전말을 모두 알아차린 연산군(진태현)이 분노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성을 잃고 인수대비(채시라)에게 달려가는 연산군의 모습에서 앞으로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카리스마를 지키며 강건한 모습으로 연산군을 대하던 인수대비지지만 광기에 휩싸인 연산군의 폭언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채시라는 손자 연산군을 바라보는 할머니로서의 애틋함과 대궐의 평화를 지켜야만 하는 대왕대비로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중적인 면을 상반되게 표현해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채시라는 정적인 촬영현장에서도 섬세한 표정연기만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세월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가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 연기를 통해 ‘인수대비’의 히로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대비의 인간적 면모 부각사실 채시라가 인수대비 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KBS에서 방영된 ‘왕과 비’에서 이미 인수대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바 있다. 같은 역을 두 번 연기하게 된 그는 지난해말 가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배우에게 같은 역할이 주어지는 게 쉽지 않은데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전하며 인수대비 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나만큼 잘 인수대비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왕과 비’의 인수대비가 남성 시각에서 정치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면 이번에는 여성의 시각에서 인수대비의 인간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겠다”고 덧붙였다.시청자들 또한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왕과 비’에서 채시라의 노년시절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었는데‘인수대비’에서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JTBC가 ‘인수대비’를 개국작으로 선택한 데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JTBC의 전신인 TBC가 1973년에 인기리에 ‘인수대비’를 방송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TBC의 영광을 재현할 JTBC가 ‘인수대비’와 함께 부활한 셈이다.연출을 맡은 이태곤 PD는 “원래 사극의 본령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와 복식의 화려함,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권력투쟁이 핵심”이라면서 “물량 위주의 전투 사극에 흥미를 잃은 시청자에게 새로운 사극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대비, 정희왕후, 폐비윤씨, 세 여자의 권력 싸움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아픔을 그리며 그녀들이 권력을 두고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을 시청자와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여성의 신분을 넘어 조선 최고의 권력자를 꿈꾼 인수대비와 비운의 왕비 폐비 윤씨, 조선왕조 최초의 대비정희왕후, 이 세 여인의 인연과 악연을 다룬 이야기로 12월 3일 첫 방송부터 승승장구해 온 ‘인수대비’는 JTBC 개국 드라마로서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극 초반에는 그 동안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던 인수대비의 어린 시절과 함께 수양대군의 장남 도원군과의 로맨스를 다뤄 젊은 시청자에게도 사랑 받았다.또한 남성위주의 권력다툼을 중심으로 그리는 사극드라마 시장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이와 더불어 그 어느 사극보다 인물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 정통사극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초반엔 인수와 도원군의 사랑을 묘사하며 파격적인 도발도 서슴지 않더니 최근엔 성종을 사이에 두고 인수대비와 며느리 폐비 윤씨의 싸움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식이다.
시청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첫 방송 직후 이미 1.5%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종편 주말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5월 말에는 3.87% 시청률을 나타내는 등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6월 3일, 폐비 윤씨(전혜빈)의 거취를 두고 성종(백성현)과 인수대비(채시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다 결국 윤씨가 사약을 받는 장면에서는 분당 최고 시청률인 5.53%(AGB닐슨, 수도권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인수대비’는 지난달 20일이후 5회 연속 시청률 3%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있다.
이 같은 인기요인은 명품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에 있다. 이름만으로도 그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채시라,김미숙, 김영호, 손병호 등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극의 큰 중심이 되었다. 함은정, 백성현, 전혜빈, 진지희 등 젊은 연기자들 또한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하며 그 속에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특히 전혜빈은 폐비 윤씨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인수대비 시청률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인수대비’는 그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악녀로만 그려졌던 폐비 윤씨의 모습을 악녀와 순정녀라는 양면성을 지닌 여인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한 남자를 둘러싼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 이 여인들의 싸움엔 잘 잘못이 있을 수 없었다”라는 해설을 더해 시청자들에게 폐비 윤씨의 이미
지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했다.
완성도 높은 대본또 다른 인기요인은 완성도 높은 대본이다. ‘인수대비’에서는 쪽 대본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출연진들이 최소 방송 3주전엔 항상 완성된 대본을 받아 볼 수 있었던 덕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극에 몰입하여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왕과 비’, ‘명성왕후’ 등 사극 전문정하연 작가의 연륜 있고 성실한 대본은 무려 7개월간의 대하사극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프로덕션이다. 50부작으로 예정됐던 당초 기획에서 10부를 더 연장해 60부작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정하연 작가의 노력이 컸다.
정 작가는 “연장을 결정됐을 때 인물들을 좀 더 세심하게 보강해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뻤다”고 전했다.한편 JTBC는 5월 전체 비(非) 지상파 채널 프라임타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월 평균 프라임타임(오후7시~다음날 오전1시) 시청률은 0.93%로, 3개월 연속 1위다.
현재 2회 방영만을 남겨둔‘인수대비’는 정희왕후, 인수대비, 폐비 윤씨 세 여인의 갈등구도가 마무리 됨에 따라 연산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배우 진태현이 희대의 폭군인 연산군역을, 신예 전소민이 연산군의 연인인 장녹수 역을 맡아 극의 마지막까지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방송은 토·일 오후 8시 50분, 6월 24일 종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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