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행복해서 짓는 미소, 좌절해서 짓는 쓴웃음, 분위기를 맞춰주는 ‘사회적 웃음’…. 진짜 웃음은 눈이 빛

나며 가늘어지고 뺨의 근육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속셈을 감추는 사회적 웃음은 입만 웃는 것이 특징이다. 미소와 쓴웃음의 결정적 차이는 타이밍에 있다. 우리에게는 웃음 유전자가 새겨져 있다. ‘웃다’는 단어만 보아도 웃는 데 쓰이는 얼굴 근육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웃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최신 성과를 알아보자.

당신은 행복한 웃음과 좌절의 쓴웃음을 구별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못하다. 미소와 쓴웃음을 구분 짓는 결정적차이는 타이밍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월 24일 라이브사이언스는 ‘국제전기전자기 술자협회 감성적 컴퓨팅의 처리(I EEE Transactions on Affective Computing )’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을 소개했다.미국 MIT 연구팀은 자원자들에게 기쁠때와 좌절했을 때의 표정을 각각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좌절감 연기에서 미소를 지은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이어 연구팀은 진짜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길고 상세한 온라인 양식을 모두 써넣은 뒤 ‘제출’ 단추를 누르면 내용이 모두 지워지게 만든 것이다.

황당한 사태를 맞이한 참가자들은 90%가 미소, 즉 쓴웃음을 지었다. 연구팀은 이들의웃음을 귀여운 아기가 진짜로 기뻐서 웃는 모습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사진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디오로 분석하자 결정적 차이가 확인됐다. 행복한 미소는 천천히 생겨나는 데 비해 좌절의 쓴웃음은 빠르게 생겨났다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타인의 표정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사진으로 식별하게 했다. 그 결과 배우처럼 연기한 표정이 행복감인지 좌절감인지는 제대로 구분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좌절감 연기에선 웃는 표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 어린 미소와 좌절의 쓴웃음을 구별하게 하자 50%밖에 맞추지 못했다. 다시 말해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90%의 정확도로 진상을 맞췄다. 웃음의 타이밍에 대한 정보를 프로그램에 입력한 결과다


고든 전 총리는 가식적 인상으로 유명“자신의 미소가 진정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연구팀의 이샌 호크 박사는 말했다. 실제로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웃음은 가식적인 인상으로 유명하다. 주된 이유는 웃는 타이밍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 후보였던 허먼 케인도 비슷한 사례다. 그의 광고 캠페인을 보면 웃는 표정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9초나 걸린다. 한국의 대선 주자들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웃음을 비롯해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사회적 맥락에 맞게 얼굴 표정을 조절하는 것은 관찰을 통해 문화적으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정한 감정에 맞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표정을 짓는 것은 시각장애자나 보통사람이나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심리학과이 데이비드 마츠모토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자.

그는 2004년 여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한 시각장애 및 정상 시각의 유도선수들을 비교했다. 23개국 출신의 유도선수들의 얼굴을 캡처한 4천 800여 장의 사진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시각장애 여부에 따른 얼굴표정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맥락에 따라 자신의 얼굴표정을 관리한다는 점도 동일했다.

예컨대 올림픽 메달 시상식에서 은메달을딴 선수의 85%가 ‘사회적 웃음’을 지었다. 이는 분위기에 자신을 맞추느라 입으로만 웃는 가짜 웃음을 말한다. 진짜는 이를 정립한 심리학자의 이름을 따 ‘뒤센 웃음’이라 불린다. 눈이 빛나며 가늘어지고 뺨의 근육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마츠모토 교수는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은 감정을 조절하려는 듯이 아랫입술을 내밀었으며 이중 대부분이 사회적 웃음을 지었다”면서 “선천적 시각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이런 방식으로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웠을 리는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거부당한 사람들은 가짜 웃음을 진짜와 구별하는 데 특히 능한 것으로나타났다. 2008년 ‘심리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자. 미국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굴 표정의 진정성을 파악하는 능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자신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꼈을 때를 생각해보게 했다.

또 한 집단에는 어떤 집단에 받아들여지거나 그 구성원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나머지 한 집단에는 그 전날 아침에 했던 활동을 떠올리게 했다(이로써 중립적 기분을 갖게 했다). 그 다음에 사람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시청하게 했다.

일부는 진짜 웃음을, 나머지는 가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진짜 웃음을 가려내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

립감을 느꼈던 첫 집단의 사람들이 나머지 두 집단보다 가짜를 더 잘 가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사회적으로 거부당한 사람들은 다시 받아들여질 기회를 암시하는 사회적 신호에 더욱 민감해지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긍정적인 신호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은 중요하다” 면서 “그렇지 못하면 자신이 받아들여질 기회를 놓치거나 엉뚱한 사람들에게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웃다’란 단어만 봐도 근육 활성화웃음은(그리고 찡그리는 표정도) 보는 사람에게 그 같은 표정을 만드는 근육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심지어 특정한 단어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찬가지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009년 8월 심리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과유트레히트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감정과 관련된 단어가 얼굴 근육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참가자들에게 예컨대 ‘웃다’ ‘울다’ 같은 동사와 ‘우스운’ ‘좌절스러운’ 같은 형용사를 모니터로 보여주고 얼굴에서 웃는 데 쓰이는 근육과 찌푸리는 데 쓰이는 근육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감정을 나타내는 동사는 그에 해당하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웃다’는 동사는 웃는데 쓰이는 근육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스운’같은 형용사는 동사에 비해 웃는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정도가 훨씬 낮았다.이 같은 신체 반응은 우리의 판단에도 영

향을 미칠까?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만화를 보여준 뒤 얼마나 웃기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모니터상에서 웃다나 울다 같은 단어를 당사자들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모니터상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웃다 동사를 본 집단은 울다를 본 집단보다 해당 만화를 더 우습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결론은 웃는 얼굴을 보고 웃음과 관련된 단어를 보고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두려움과 분노를 완화시키며 혈압을 떨어뜨리고 소화를 촉진하고 심장을 건강하게 하며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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