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대 유니폼이 비키니로".. 나이키가 만든 '문화 놀이터,' 토마 서울
- 토마 서울 2026 현장 가보니
축구·패션·음악이 뒤섞인 서브컬처 향연
장벽을 세우기 보다 허무는 나이키의 실험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그런데, 공식 국가대표 유니폼을 비키니로 리폼해서 판매해도 되는 건가요?"
지난 6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토마 서울(TOMA Seoul) 2026' 현장. 경쾌한 물소리가 들리는 청류정 너머로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형광색 골대가 인상적인 축구장 케이지 안에서는 나이키가 개최한 2026 토마 서울 남·여 스트리트 풋볼 예선 리그가 한창이었다. 관중들은 길거리 축구 특유의 거친 몸싸움과 개인기, 빠른 공수 전환이 이어질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서브컬처를 품은 나이키
플리마켓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전문적으로 리폼하는 브랜드 '프린(PRIN)' 부스였다. 프린은 축구 유니폼과 축구화 등을 원피스와 힐, 오프숄더 톱 등 전혀 다른 형태의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프린은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A 등 해외 축구를 즐기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라며 "독창적인 리폼 디자인 덕분에 충성 고객층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딩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로고와 디자인 자산 관리에 민감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이다. 루이 비통은 자사 가방과 지갑을 다른 형태로 리폼해주는 국내 수선업자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나이키는 장벽을 세우기보다 허물고있다. 토마 프로젝트를 통해 리폼 의류뿐 아니라 빈티지 축구 유니폼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독립 창작자들이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축구를 재해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브랜드가 정해놓은 방식대로 소비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소비자와 창작자들이 축구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공간에 가까웠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창의적 재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고민"이라며 "나이키는 통제보다 커뮤니티와 문화의 확장에 무게를 두고 외연을 넓혀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축구를 문화로 키우는 법
1994년 시작된 토마 프로젝트는 나이키가 운영하는 스트리트 축구 플랫폼 '토마 엘 후에고(TOMA El Juego)'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로 선수 중심의 엘리트 축구보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은 동네와 공터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축구 문화에 주목해왔다. 토마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와 멕시코시티, 산티아고, 리마 등 여러 도시로 확장되며 지역 문화와 결합해왔다.
국내에서는 토마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성수에 이어 올해는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한옥과 스트리트 풋볼, 스니커즈 문화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토마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미국 패션 매체 보그(Vogue)는 최근 NBA 등 스포츠가 리그를 넘어 하나의 '패션 현상'이 됐다고 분석한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패션이 화제가 되고, 팬덤과 문화적 영향력 역시 경기력 못지않은 경쟁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역시 경기장 밖에서 팬들을 만나는 방식을 넓혀가고 있다. 스트리트 풋볼과 음악, 패션, 지역 문화를 연결하며 축구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포츠 마케팅이 선수 후원과 경기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스포츠가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 역시 제품 판매보다 커뮤니티를 키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나이키는 축구를 둘러싼 다양한 창의적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팬들이 유니폼과 축구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 역시 축구 문화의 일부라고 보고, 커뮤니티와 창작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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