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좇는 아들에게 수성의 노하우를 주다
성장 좇는 아들에게 수성의 노하우를 주다
9월7일에 찾은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홈네트워크 기업코맥스. 1층 전시관에 들어서자 국내 홈네트워크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1960년대와 70년대 유행한 인터폰과 도어폰, 이후 등장한 비디오폰, 그리고 90년 이후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선보인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시간대별로 진열돼 있다. 모두 코맥스 제품이다.
중앙엔 전 세계 국기 모형이 빽빽이 모여 있다. 코맥스제품이 팔리는 120여 개 나라의 국기다. 1968년 서울 청계천에서 ‘중앙전자’라는 간판을 달고 시작한 조그만 가게는 이제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연 매출액은 약 926억원. 코맥스 창업자는 변봉덕(73)회장이다. 요즘 그는 지난 45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회사 승계에 관심이 높다. 2006년부터 장남인 변우석(41) 부사장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변 회장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호텔이나 대형건물에서 사용하는 공전식 전환 교환기였다. 1960년대 가발·신발·옷 등 가내수공업이 외화를 벌일 때 과감히 정보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 통제 상품이었던 만큼 규제가 심했다. 판매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을 때 인터폰을 접했다. 이제 막 시장에 선보인 인터폰은 양쪽에서 수화기를 들고 대화를 하는 수준이었다. 인터폰을 본 순간 변 회장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 주택은 마당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는 구조예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번거로운 일이지요. 인터폰을 조금만 변형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더라구요. 손님이 찾아오면 벨을 누르잖아요. 그때 집 주인은 수화기를 들고 손님은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겁니다. 여기에 대문을 열어주는 장치를 부착하면 일일이 대문을 열어주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겠다 싶었지요.”그렇게 개발된 제품이 국내 최초의 ‘도어폰’이다. 초기엔 고급 주택에서만 사용됐고, 70년대 초·중반 아파트건설 붐이 일면서 코맥스 인터폰은 대중화 됐다.
성악가 아들 아버지위해 음악 포기변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섰다. 홀로 두 개의 트렁크를 끌고 해외에 나가면 한달 넘게 머물 때도 많았다. 한쪽 가방엔 제품 샘플이 가득했고, 다른 한 쪽엔 사계절 옷이 들어 있었다. 한번 나가면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독일·사우디아라비아·이란·말레이시아 등 10여개 나라를 돌았다. “당시엔 해외 나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한번 나갈 때 최대한 많은 나라의 바이어를 만나야 했지요. 전 세계 코맥스 판매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73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 계약을 따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3만 달러 계약을 시작으로 90년 ‘3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11년 후 3000만 달러를 달성했고, 2004년엔 5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기록했다. 그동안 120여 개국에 통신기기 1250여종을 수출했다.
변 회장은 특히 회사 브랜드 이름 그대로 수출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는다. “옛날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인기가 없었어요. 업체마다 주문자 상표를 붙이는 ODM방식을 요구했지요. 열심히 만든 제품을 남의 이름으로 팔고 싶지 않았어요. 주문을 많이 하기보다 우리 브랜드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2006년 쉼 없이 달려온 그가 뒤를 돌아보게 할 일이 생겼다. 세계 전기·전자업계에서 손꼽는 회사 두 곳이 잇따라 기업 인수를 제의했다.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황당하고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덜컥 걱정이 밀려왔다. 회사 키우는데 몰두하다 보니 가업 승계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 기업을 믿고 맡길만한 후계자가 필요했다.1남2녀 중 장남은 경영에 관심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더니 성악을 택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바로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났다.
게다가 세계적인 오페라단 ‘라 스칼라’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변 회장은 결단이 필요했다. 출장 차 떠난 두바이로 아들을 불렀다. 그는 “네가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 없다면 회사를 정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우석 부사장은 당시 아버지의 단호한 모습에 놀랐다고 회고했다.“그 동안 음악가로 살았는데 과연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됐습니다. 6개월 간 끊임없이 생각했죠. 문득 어렸을때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나오는데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계셨어요. 피곤한 기색은 역력했지만 아버지의 눈빛이 반짝였어요. 코맥스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요. 아버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니까요. 결국 10년간의 유학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음악과 사업을 충분히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06년 7월 한국에서 귀국 독창회를 갖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의 예상과 달리 배울 게 너무 많았다. 2000여 종의 제품을 공부하고 기술을 배우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다음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익혔다. 음악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변부사장은 본인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경영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해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는 게 흥미로워요. 직원간 소통도 중요한 거 같아요. 회사의 방향을 설명하고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삼성패밀리오피스는… 한국의 록펠러 가문 만든다올해 1월 강남파이낸스센터빌딩 20층에 문을 연 삼성패밀리오피스. 아직 국내에선 이름이 낯설다. 빌 게이츠·록펠러·로스차일드·캐네디 가(家)등이 대표적인 패밀리 오피스다. 초기엔 한 가문만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싱글패밀리 오피스가 많았다. 점차 여러 가문을 지원하는 멀티 패밀리 오피스를 거쳐 현재 선진 금융기관이 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모델로 발전했다.국내엔 삼성생명이 선보인 삼성패밀리오피스가 유일하다.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는 지난 1월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삼성패밀리오피스가 한국에서 존경 받는 제2의 록펠러나 카네기 가문이 나오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삼성패밀리오피스만의 특별한 서비스는 뭘까.
크게 자산 관리, 자녀 교육,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이 꼽힌다. 자산관리는 가문즉 가족 전체 재산을 맡는 방식이다. 고객의 모든 재무정보를 파악한 후 생애 이벤트와 관심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금을 운용한다. 특히 기본적인 자산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임대사업·가업승계·절세 등 돈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는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자산가를 위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그램에선 금융·제조·컨설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교육을 맡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빼놓을 수 없다. 가문의 명예와 명성을 남기길 원하는 부유층의 니즈를 고려한 것이다.
패밀리오피스는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말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스카우트한 윤태경 상무가 총괄한다. 그는 15년간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해온 스타PB다. 그 동안 운용한 고객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다. 윤 상무를 중심으로 가문 관리를 해줄 FO(Family Officer)와 세무·부동산·투자 분야 전문가 11명이 한 팀이다.윤 상무는 “고객의 가문을 명문가로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의 세부 가치로는 혜안·영속·명예·공헌 등 4가지를 꼽았다. 실제 삼성패밀리오피스 내 상담실 이름이기도 하다. 혜안은 밝은 눈과 마음으로 시장 흐름을 파악해 자산 증식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영속(永續)은 가업과 자산을 대를 이어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이다.윤 상무는 “삼성 레거시 플래닝 서비스(Legacy Planning)와 가문관리위원회(Family Meeting)를 활용해 가업 승계 사전 준비, 절세 전략 수립, 법에 기초한 사전 분쟁 해결 등을 할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꼽은 가치는명성과 공헌이다. 많은 기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의미 있게 돈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부 컨설팅 서비스는 삼성패밀리오피스만의 강점이다.
컨설팅 솔루션
가업승계공제로 세금 최대 70% 줄인다9월7일 코맥스 창업자인 변봉덕 회장을 만나 한 시간 가량 가업승계를 자문했다.변우석 부사장은 회사 일정이 있어 잠시 얘기를 나눴다. 변 회장은 가업승계에 관심이 높았다. 40년 넘게 자식처럼 키워 온 회사를 후계자에게 어떻게 물려줄지 고심중이었다. 오랜 생각 끝에 회사의 가치를 잘 이해할 장남을 불러들였다. 이탈리아에서 성악가로 활동했던 변우석 부사장 역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2006년부터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가업승계에 중요한 후계자를 선정하고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과정이 빠져있다.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승계 시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세금이다.그 동안 회사 키우는데 열정을 쏟은 변회장은 재무적인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자산관리 상담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우선 가업승계에 필요한 기본적인 세금과 경영권 확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가업승계가 쉽지 않은 데는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상속·증여세율이 50%에 이른다. 간혹 세금에 발이 묶여 자녀에게 승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코맥스는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20년 이상 가업 영위시 가업상속 재산의 최대 70% 범위에서 300억원(한도)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단 피상속인과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피상속인이 최소 10년이상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규모는 매출액1500억원 이하 중소기업만 해당된다.상속인은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변 회장은 이 모든 조건에 해당한다.가업상속공제를 받을 경우 상속세 부담이 확 줄어든다. 변 회장의 개인재산을 제외하고 공시된 상장주식 지분약 100억원을 가업상속 재산가액이라고 가정하자.
사업용 자산이 100%인 경우 자산의 70%인 70억원이 가업상속공제에 해당된다. 이때 자녀 한 명이 가업을 상속받는다는 점에서 유류분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은 유언(또는 증여)에 의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으나 일정한 범위(상속 순위 3순위까지) 유족에게 일정액을 남겨둬야한다. 그 한도를 넘는 유증이나 증여가 있을때 상속인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할 경우 개인 자산에대한 전체적인 점검을 통해 배우자와 두 딸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변 회장이 은퇴 전까지 가업승계 틀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정리해봤다.앞서 강조한대로 상장기업의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 개인자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로 주식가치의 최대 70%를 공제 받아도 남은30%의 주식가치와 개인 자산에 대한 상속세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별도의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자금관리에 필요한 리스크 점검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세계 경기 속에서 기업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자금운용 원칙과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물론 변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창업주의 철학을 잇는 게 가업승계의 목적이다.사람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재정관리와 경영권 문제를 잘 풀어야 장수기업이 될 수 있다.
자문 윤태경·홍동우 삼성패밀리오피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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