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 훈풍 부는 재건축, 삭풍 부는 재개발
Real Estate - 훈풍 부는 재건축, 삭풍 부는 재개발
서울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여 만이다. 경기 침체, 서울시 출구 전략,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멈춰 있던 단지들이 재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의 방침과 절충한 사업계획안을 만들고 조합원 간 의견 조율로 속속 조합 설립에 나선 것이다.
재건축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등 저층(5층 이하) 단지다. 서울시와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의무 비율을 두고 줄다리기 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소형을 20%만 짓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 30% 이상 확보 주문을 수용한 것이다. 서울 삼성동 홍실아파트도 최근 재건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마쳤다.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종 상향(2종→3종)을 추진해 왔지만 서울시가 좀처럼 허가를 내주지 않자 포기했다.
지지부진해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서울 반포동 신반포 1차도 최근 재건축안이 서울시를 통과했고, 인근 신반포6차는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소형주택 의무비율, 종상향 등 재건축 사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이 명확해지면서 저층은 물론 중층(10~15층)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형 30% 룰’이 확고해지자 갈 길(1대 1 방식)을 정하고 길을 나섰다. 실제로 홍실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층은 1대 1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의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반포동 주공1단지(1·2·4주구)도 조합 설립으로 분주하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동의율이 최근 80%를 넘어서 3월에 총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시영은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한달여 만에 주민 75%가 동의했고 송파구 신천동 미성도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80%를 넘어섰다.
반포동 L공인 관계자는 “조합원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금융비용만 늘어나자 주민들이 결단을 내리고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며 “재건축을 더 미뤄봐야 금용비용 상승 등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층 단지 이어 중층 단지도 재건축 꿈틀10여 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한 서울 신반포1차의 경우 조합 측은 사업 지연으로 그동안 조합원 당 2억원, 총 1000억원 정도를 손해 본 것으로 추정했다. 신반포1차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더 지체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설 노후화로 주민 불편이 가중돼 신속한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 부담금을 2014년까지 물리지 않기로 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조금만 서두르면 조합원 당 많게는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담금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름세다. 서울 개포지구 주공3단지 3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말 5억1000만원선이었는데 지금은 5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반포동 주공1단지도 지난해 말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107㎡형이 지금은 19억~20억원에 나온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2월 들어 84㎡형 호가가 2000만원 정도 올라 7억2000만원선이다.
개발 기대감에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가 서울의 대표적인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과 송파구 가락시영, 강동구 둔촌주공의 투자성을 분석해 본 결과 5000만~3억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그간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덕에 투자비용이 줄어들어 투자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 74㎡형을 보유한 경우 84㎡형을 배정받는데 드는 추가부담금은 없다. 되레 1억원 정도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소장은 “둔촌 주공은 대지 지분이 큰 편이고 일반 분양분이 4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기존 자산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둔촌 주공 74㎡형 시세는 6억6000만원선. 환급금(1억원)을 제외한 실제 투자비용은 5억6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인근 올림픽선수촌 84㎡형 시세가 7억~7억8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 후 1억~2억2000만원 정도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개포지구는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 건립 가구 수의 4% 정도다.
둔촌주공(15%)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1억원 가까이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포3단지 43㎡형의 경우 85㎡형을 배정받기까지 10억2000만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도곡렉슬의 경우 비슷한 크기 매물이 11억원에 나온다.
재건축 시장은 온기가 도는 반면 주요 도시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재개발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움직임이 더디다. 가격이 오름세인 재건축과 달리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값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 방식이나 성격, 규모 등은 재건축과 비슷하지만 조합원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지분 크기가 일정한 편이다. 아파트 단지 내 주택 크기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잘 이끌면 주민의견을 모으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재개발은 크고 작은 주택이 난립해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조합원 각자의 지분 크기가 제각각이다. 사업지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하지 않아 조합원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때문에 재개발 사업 추진 여부, 권리가액 산정, 새 아파트 배정까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는 주민간 갈등이 더 심해지고 소송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성 재건축보다 떨어져사업성도 재건축보다 떨어진다. 재건축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주거여건이 잘 갖춰진 편인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이라 같은 공사비를 들여도 새 아파트(일반분양 물량)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다. 일반분양으로 얻는 수익이 크면 주민 부담을 줄어든다. 재개발은 주거 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같은 공사비를 들여 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분양해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보다 수익이 적다. 여기에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재건축은 1대 1 방식을 선택하면 소형주택을 확 늘리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 취소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 당분간 재개발 시장은 겨울잠에서 깨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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