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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스마트 안경·시계 전성시대 눈 앞에

Special Report - 스마트 안경·시계 전성시대 눈 앞에

스마트폰 넘을 ‘입는 컴퓨터’ 주목 … 군수 업계도 연구·개발 한창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일색으로 재편됐다. 스마트폰은 특히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 들어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이룬 혁신은 한계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이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갈망한다. 어떤 기술과 기업이 스마트폰의 왕좌를 이어 받을까?

스마트폰 관련 기술은 휴대전화에 26만 컬러 액정이 들어가고 벨 소리가 8화음이니 16화음이니 하던 시절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5인치 남짓한 화면에 풀HD 해상도를 구현할 뿐만 아니라 3000mA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 유선 인터넷 서비스가 부럽지 않은 초고속 무선 접속, 내비게이션 뺨치는 위성항법장치(GPS), 3차원(D) 게임도 문제 없는 빠른 중앙처리장치(CPU)와 넉넉한 메모리도 갖췄다. 더욱이 이 모든 걸 넣고도 두께가 불과 1cm도 안된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지 5년 남짓한 사이 이 정도 기술 발전이 이뤄진 건 그만큼 전 세계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열광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발전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잖다.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이나 세계 최대 휴대폰 기업인 삼성전자가 해마다 신제품을 내놓아도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 올해 초 애플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혁신은 우리의 삶을 바꾸거나 뒤흔들 때 비로소 완성된다. 스마트폰을 이야기할 때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 삶이 불편해진 점도 없지 않다. 가령 100만원 남짓 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다거나 혹은 실수로 떨어뜨려 액정화면이 깨지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경험이다. 예전에 휴대폰을 쓸 때는 이틀에 한 번 정도만 충전해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용시간 탓에 배터리가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



두 손의 자유 ‘스마트 시계’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형태에서 몸에 착용하는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뜻한다. 과거에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의류에 PC 기능을 담은 형태로 이해됐지만 최근에는 몸에 걸치는 액세서리 형태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실제로 구현될 유력한 제품 형태로 안경과 시계가 주로 거론된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해외 공룡 IT기업들도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입는 컴퓨터는 분실 위험이 적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계자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 시계는 애플의 차기 신제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주목 받는다. 편의상 시계라고 불리지만 손목에 차는 팔찌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모양도 반드시 손목시계와 비슷하리란 보장도 없다. 중요한 대목은 손목에 차는 행위를 통해 양손이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스마트 시계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신기술이 바로 ‘플렉서블(Flexible·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시계라는 것 자체가 손목에 휘감아 장착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실제 제품에 적용되려면 아직 몇 단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단순히 화면만 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판이나 배터리 등도 함께 휘어져야 한다. 접고 펴는 걸 반복할 때 얼마나 내구성이 확보되는지도 관건이다.

스마트 시계는 헬스케어 업계에서도 주목한다. 손목에 장착되는 점을 십분 활용해 맥박이나 팔의 움직임 같은 생체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이키에서는 비슷한 기능을 갖춘 ‘퓨얼밴드’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마트 시계를 표방한 제품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2011년 이탈리아 기업이 최초로 선보인 ‘아임워치’나 소니의 ‘스마트워치’가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스마트폰의 부가 액세서리 정도로 아직까지 시장서 가능성만 타진한 정도다. 역사적으로도 손목시계 형태의 IT기기 개발은 끊임 없이 시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와치폰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기능을 소형화 시켜 시계에 찰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결국 대중화에 실패했다. 와치폰이 3세대 제품까지 나오며 주목 받던 시절에 아이폰이 등장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배터리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현재 배터리 기술은 아무리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분명하다. 더구나 스마트폰 정도의 사용시간을 확보한다고해도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어쩔 수 없다. 스마트 시계의 손목 스트랩 부위를 모두 배터리로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충전하는 방법으로는 무선충전 기술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시계를 손목에서 풀러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기능을 손목에 옮겨온 것뿐이라면 스마트 시계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런 사실을 애플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애플의 차기 신제품으로 스마트 시계가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리’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디바이스를 떠올릴 때는 입력과 출력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히 애플은 입력 부분에서 언제나 획기적인 시도를 해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1984년 개인용 컴퓨터 최초로 매킨토시에 마우스를 장착한 것을 비롯해 아이팟의 클릭휠,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이 구상하는 스마트 시계의 입력 방식으로는 음성 명령이 유력해 보인다. 물론 간단한 터치 조작이나 물리적 버튼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팔목에 대고 말로 명령을 내려 작동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출력 역시 디스플레이보다는 소리로 안내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시계에 대고 “몇 시야?”라고 묻는다거나 혹은 “내일 날씨는 어때?” 같은 질문을 하면 음성으로 안내가 나오는 식이다. 즉, 아이폰의 ‘시리’가 그대로 팔목으로 옮겨오는 셈이다. 만약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면 기존 디스플레이는 아주 간소화되거나 혹은 없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품이 바로 디스플레이 장치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과감히 떼어내고 소리로나 간단한 불빛 만으로 작동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만하다.





세상을 보는 제3의 눈 ‘스마트 안경’애플이 스마트 시계 개발을 검토 중이라면 구글은 이미 스마트 안경 개발을 완료하고 체험단을 운영 중이다. ‘구글 글래스’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제품은 이르면 내년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 대량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 안경은 기본적으로는 오른쪽 눈 상단에 위치한 카메라와 화면을 비추는 액정 패널로 구성돼 있다. 안경테 부위에 터치 패널을 장착하고 스피커·마이크와 같은 음성 입·출력 장치가 부착돼 있다. 와이파이·블루투스·GPS와 같은 무선 통신기술로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스마트 안경의 기본 바탕은 ‘증강현실 기술’이다.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이미지를 인식해 그와 관련된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식이다. 가령 어떤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꽃의 이름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눈앞에서 펼쳐지거나 혹은 버스 번호판만 봐도 그 버스의 행선지와 도착 시간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는 식이다.

이 밖에도 구글 글래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증강현실 형태의 정보 제공 이외에도 일상을 끊임없이 촬영하는 개인용 블랙박스나 각종 음악·동영상을 혼자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멀티미디어 기기도 될 수 있다.

구글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자를 상대로 ‘프로젝트 글래스’를 가동했다. 집단 지성에서 나오는 무한한 상상력을 구글 글래스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가운데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을 접목시키는 한편 개발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구글 같은 스마트 안경 개발에 적극 나섰다. 구글 글래스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방향성은 다소 차이가 있다. 구글 글래스가 주로 실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면, MS는 특정한 이벤트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마치 극장에서 3D 안경을 착용하듯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오페라 같은 현장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다. 얼마 전 흥행에 성공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원작 뮤지컬을 감상한다고 가정하면, MS 글래스에 자막이나 배우에 대한 정보가 뜬다.

스마트 안경은 기능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에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용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미국에서 벌써 구글 글래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가장 이슈가 되는 게 바로 카메라다. 녹화 여부와 상관없이 카메라가 전방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술집에서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구글 글래스를 쓴 손님은 입장 불가라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한 의원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구글 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컴퓨터를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더구나 단지 시각적으로도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는 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화두 ‘비(非)통신’비단 시계나 안경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군수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미 육군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 군복은 혹독한 전투 환경에서도 다양한 주변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화두는 ‘비(非)통신 활동’이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대체적으로 이와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카카오톡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이나 오락과 같은 비통신 활동에 할애한다.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어떤 장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시공간을 초월해 타인과 통신할 수 있다. 타인과 통신하지 않는 시간에도 웨어러블 컴퓨터에 도움을 받아 더 스마트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이라는 의미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지금 시간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모두 시계라고 부르지 않듯 말이다. 전화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굳이 폰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이 시계나 안경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반지나 목걸이가 될 수도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기술이 인간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 건 자명하다.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지인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됐다. 또한 스마트폰 덕에 갑자기 기억이 나지않는 영화배우의 이름을 억지로 떠올리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어졌다.

만약 스마트 안경이 등장하면 오랜만에 보는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인식해 이를 인명록에서 검색한 후 자동으로 이름을 일러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술이 정말 인간에게 내린 축복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볼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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