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송도 분양실패 딛고 재도약
Business - 송도 분양실패 딛고 재도약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계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중·대형 건설회사 부도가 이어지고 시장엔 지금도 살생부가 나돈다. 국내 10대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최근 5년 사이 3분의 1로 줄었다. 건설 공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대부분 지방 도시개발공사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인천도시공사도 건설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도시공사는 2003년 창립 후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인천광역시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인천대 송도캠퍼스 조성, 지식산업단지조성, 영종 하늘도시 분양, 검단 신도시 조성 사업을 주도하면서 창립 6년 만에 자본금이 15배로 늘었다. 하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상이 걸렸다. 인천 영종지구 내 건설업체 대다수가 이미 공급된 토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송도국제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공사는 택지개발·주택건설 사업으로 돈을 번다. 사업 초기 개발 용지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자금을 토지보상비나 아파트 용지 매입비에 먼저 쓰고 나중에 용지·주택을 분양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그런데 분양이 안 되면서 돈 흐름이 막혔고 빚이 늘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분양 실패가 특히 뼈아팠다.
2011년 말 공사는 1063가구의 송도 웰카운티 5단지 분양에 나섰다. 당시 송도는 분양 불패 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실패로 끝났다. 분양률 1.5%. 1063채 가운데 16채만 팔렸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비싼 분양가, 수요 예측 실패가 겹친 결과였다. 결국 분양은 전면 취소됐다.
후유증은 컸다. 사장이 사임하고 실무자들은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부채비율은 2009년 241%에서 2011년 326%, 지난해에는 356%로 늘었다. 총 부채는 지난 연말 기준 7조9272억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자원 조달을 공사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후 공사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2011년 말 인천도시개발 공사와 인천관광공사를 통합해 인천도시공사로 재탄생 했다. 도시개발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LH공사 오두진 이사를 지난해 1월 사장으로 영입했다. 공사 창립 10주년, 통합공사 출범 1주년을 맞은 올해 초 오두진 사장은 “부채비율 300%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오 사장은 “1월에 경영 목표를 발표했을 때 계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경영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며 “인천시 안팎에서도 갖가지 우려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했던 자산 매각은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탔다. 지상 32층짜리 호텔과 15층짜리 레지던스 건물을 1278억원에 매각했고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공동주택용지를 1859억원에 매각했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구월지구 땅도 757억원에 한 건설사에 팔았다.
공사 관계자는 “1분기에만 35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과 투자 유치를 일궈냈다”며 “단순 계산하면 목표대비 117%의 경영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2400억원에 달하는 구월동 공동주택용지와 하버파크호텔·브릿지호텔 등도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순조로운 자산 매각공사는 그동안 수비 경영에 치중했다. 부채를 줄이는 게 1순위 과제였다. 오 사장은 “유동성을 극복해 재정건전화를 이루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며 “이제는 위기 방어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반전의 에너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굵직굵직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침체된 시장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올해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와 자산 매각을 성사시켜 경영 여건을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직간접 투자와 공격적인 선순환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를 ‘수비적 공격 경영’이라고 표현했다.
오 사장은 지난 3월 말 임직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인천의 백년 대계를 준비하는 선도적 핵심사업 추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인천남구 도화구역과 검단신도시 개발 사업이 핵심이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은 공공주택 위주로 개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날 방침이다. 자족·자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주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앵커 시설’을 먼저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올해 초 도화구역 내 교육 거점이 될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 조성 공사를 마쳤다.
상수도사업본부 등이 입주할 행정 타운과 청년벤처타운이 입주할 제물포스마트타운(JST)을 1월에 착공했다. 연면적 2만4918㎡(약 7550평) 규모의 JST는 내년 4월 준공 예정이다. 도화구역 북측 산업시설용지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의류·잡화·생필품을 국내에 판매·유통하는 중국유통물류단지를 조성한다. 2017년까지 3단계에 걸쳐 조성될 계획이다.
검단신도시 올 하반기 착공 목표1120만㎡ 규모(약 340만평)의 검단신도시 사업은 올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오 사장은 “토지 분양에 성공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후 착공과 토지공급에 대한 세부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투자유치 전담팀을 꾸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기업·공공기관·연구소·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공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건설 중인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5월부터 3036세대 분양에 들어간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는 1·2차 분양 때 100%, 3차 분양 때 97.6%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 3월 시행한 4차 분양 때도 7.6대 1의 경쟁률 속에 1113세대가 전량 분양됐다.
공사 관계자는 “공간 활용도를 높인 우수한 설계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와 임대료, 선수촌 프리미엄 등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의 극심한 불황에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드는 10주년을 맞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임직원을 위한 치유와 격려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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