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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믿어도 돼’ 말 나오게 만들어

‘이 사람 믿어도 돼’ 말 나오게 만들어

시간·고객 관리의 달인 ‘ 영업이 내 적성’ 최면 걸어



‘김아무개 티구안 흰색 저돌적’. 폴크스바겐 서울 강남점 박수용(39) 팀장의 휴대폰엔 이런 식으로 저장된 이름이 수백개 들어있다.

고객이 구매한, 또는 구매를 원하는 차량과 이름을 적는다. 고객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의 단어와 연결해 기억한다.

차량을 구매하고 몇 년이 지나서 전화가 걸려와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기억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PC에 마지막 대화의 날짜와 주요 내용까지 입력했다. 전화가 걸려오면 언제든 스마트폰이나 PC를 보고 응답할 수 있다. “차량 흰색이랑 빨간색 중에 고민하고 계셨는데 결정 하셨나요?” “넉 달 전에 핸들이 이상하다고 해서 고쳤는데 지금은 문제 없죠?”

박 팀장은 2004년 폴크스바겐에서 일을 시작했다. 2~3년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영업맨이 됐다. 지난해 총 105대를 팔아 폴크스바겐 서울 판매왕에 이름을 올렸다.

인하대 전자학과를 나온 그는 잠시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서 일했다. 회사 두 곳을 다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바로 그만뒀다.

그러다 수입차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도 마음처럼 술술 풀리지 않았다.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이 생겨서다. “아내와 아이를 보니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영업이 내 적성이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열심히 뛰었죠.”

그의 영업 비결은 ‘꼼꼼한 정리’다. 고객·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다른 영업사원들처럼 두 세 개의 휴대폰을 쓰지도 않고, 무거운 서류 가방을 가득 채워서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스마트폰 하나, 수첩 하나로 모든 일정과 고객을 관리한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귀찮더라도 자기 전에 그날 만난 고객의 특이사항과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잠든다. 업무와 여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철저하게 구분해 하나의 일이 다른 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한다. 그는 “계획만 잘 세우면 좋은 딜러, 좋은 아빠, 좋은 친구가 다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팀장은 “입사 초기에 힘들게 만든 고객이 몇몇 있었는데, 공교롭게 그들이 날 살렸다”고 말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속을 썩이는 고객이 있다. 꼬치꼬치 묻고 따지고 산‘ 다’ ‘안 산다’를 반복하는 고객이다. 겨우 차를 팔고 나서도 ‘어디가 안 된다’ ‘친구가 더 싸게 샀다’ ‘내 차만 소음이 유난히 크다’는 등 이러쿵저러쿵이 많다. 불만을 해결해주는데 진땀을 뺀다.

박 팀장은 꾹 참고 최선을 다해 고객의 불만을 해결했다. 그러면서 미운 정이 쌓인 고객이 친구·가족을 데려왔고,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깐깐한 사람, 안 살 것 같은 사람, 친구 따라와서 따지며 훼방놓는 사람들을 잘 공략해야 합니다. 이들이 결국은 영업의 ‘키 맨(Key Man)’인 셈이죠.”

박 팀장은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말한다. “국내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에도 수많은 영업점과 딜러가 있죠. 그 많은 가능성 중 나를 통해 차를 샀다는 건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보답해야죠. 지난해 수입차 애프터서비스(AS)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됐을 때도 ‘나를 믿어 달라’고 말했어요. 최대한 저렴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받도록 도왔죠. 차를 산 고객이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와 ‘이 사람은 믿고 사도 돼’라고 말할 때가 가장 뿌듯하고 보람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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