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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CURRENCY - 윙클보스 형제의 비트코인 도박

DIGITAL CURRENCY - 윙클보스 형제의 비트코인 도박

비트코인 가치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공모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 캐머런과 타일러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그 형제가 최근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됐다. 이번에는 대안적인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 열풍에 편승한 사업 구상 때문이다. 그들은 7월 초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의 주식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을 주당 20달러 안팎의 가격에 100만 주 가량 공모한다.

주식처럼 거래되는 일종의 뮤추얼 펀드다. 주식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그 트러스트가 비트코인을 구입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설명서를 읽고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이 친구들, 정말이야? (2) 사이비 사업가들이 사이비 통화에 투자하려고 사이비 헤지펀드를 설립한다. (3) 바로 그런 이유에서 코네티컷주 그리니치 출신의 부자집 아이들은 하버드대를 나와 실리콘밸리에 가면 안 된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기원에 논란 많은 역할을 한 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 사각 턱의 요트팀 멤버들이 후드티 차림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기만을 당했다는 주장이 세계 최초로 영화에 기록됐다.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쳐 페이스북을 창업했다고 주장했다. 그 쌍둥이 형제는 현금 2000만 달러와 수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받고 합의를 봤다.

윙클보스 형제는 그 돈으로 플레이보이의 삶을 살아가는 대신 기업 창업이 최상의 복수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들은 요트팀 멤버가 아니라 첨단기술 마니아로 세상에 비쳐지기를 원한다. “항상 다윗과 골리앗, 명문 집안의 스포츠맨 대(對) 이들 해커 키드들의 대결 구도로 설정된다. 하지만 실제론 특권층 간의 싸움 또는 분쟁인데도 말이다.”캐머런이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우리와 저커버그는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더 많다.”

그들이 창업한 벤처자본 회사가 헉스터(Hukkster)와 섬제로(SumZero)에 투자했다. 헉스터는 쇼핑 사이트에서 찜 해둔 품목을 추적해 세일할 때 알려주는 서비스다. 섬제로는 하버드대 동창인 디비야 나렌드라가 창업했으며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등장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리서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새롭지는 않지만 괜찮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윙클보스 쌍둥이는 기이한 비트코인의 세계에 뛰어듦으로써 컴퓨터 괴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지난 4월 그들은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여름 이후 1100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값이 급등락하면서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화제가 됐다.” 그들이 대규모 매수 사실을 공개할 즈음 비트코인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인간의 오류로부터 자유로운 수학적 프레임워크에 우리 자금과 신뢰를 묻어두기로 했다”고 타일러 윙클보스가 말했다.

이제 그들이 일반인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그 대가로 윙클보스 쌍둥이가 소유하는 조직이 정해지지 않은 스폰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투자설명서에 관해 뭐라고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 고액의 보수를 받은 월스트리트 변호사들이 그것을 작성하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무진 애를 썼을 듯하다. 우선적으로 2000만 달러 선의 소규모 주식공모다. 어떤 거래소에 상장될지 언급이 없다. 위험 요인은 많지만 액션 게임 ‘던전 앤 드래곤’ 매뉴얼의 몇 구절을 따온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비트코인 이용에 필요한 개인 키를 분실 또는 손상할 경우 되돌릴 방법이 없을지 모릅니다. 트러스트가 개인 키를 이용할 수 없게 되거나 트러스트의 비트코인 관련 데이터가 손실되면 투자한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도 있다. “악의적인 행위자나 봇넷(botnet, 인터넷을 통해 원격 조종되는 컴퓨터 네트워크)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프로세싱 기능의 50% 이상을 장악할 경우 그런 행위자나 봇넷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원천코드를 조작해 투자한 주식이나 트러스트의 운용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투자설명서는 또한 비트코인이 아직 본격 투자대상으로서 완벽하게 준비된 자산이 아닐지 모른다고 시인한다. “지난 3년 동안 사기, 도산 또는 보안사고로 인해 많은 비트코인 거래소가 폐쇄됐다”고 설명서는 지적한다. 또한 “한 개 이상의 국가에서 현재 또는 미래에 비트코인의 취득·소유·보유·매도가 불법일지 모른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뿐이 아니다. “정기 주주총회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내용도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받쳐주는 자산, 중앙은행 또는 정부나 기관이 없다. 가치가 폭락하면 하소연할 데도 없다.

물론 윙클보스 형제는 이번 기업공개를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선전한다. “우리는 트러스트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수학기반 자산 가격과 연동하는 최초의 장내거래상품(‘DMBA ETP’)이라고 믿는다”고 투자설명서는 평한다. 또한 ‘트러스트의 독점적인 보안 시스템’을 이점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뤄지는 공학은 금융공학뿐이다. 그리고 이번 기업공개는 현대 금융문화의 한 단면을 말해준다. 미국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많다. 그 한 가지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체를 키워가는 방법이다. 점포·공장 또는 보험 대리점을 창업해, 흑자를 내며 계속 확장한 뒤 주식을 일반에 공개하고 계속 성장해 나간다. 포드·마이크로소프트·맥도널드·애플 그리고 다른 많은 크고 작은 기업이 그렇게 성장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그리니치에서 성장하고 2000년대 저커버그와 함께 하버드대를 다니고 지난 몇 년 동안은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했다. 거의 평생 동안 1000만 또는 2000만 달러의 은행잔고를 가진 사람은 얼간이 취급을 받는 환경에서 살았다. 100만 달러는 별 볼 일 없고 10억 달러는 돼야 투자가치가 인정받는 환경이다. 그들은 대박 아니면 쪽박을 차는 세상에서 일하고 산다.

사회에 나가 10년에 걸쳐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 뭔가를 만들면 고리타분한 사람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흔히 대박을 터뜨리는 길은 대체로 새로운 장치를 통한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앱, 페이스북용 게임, 반값 쿠폰, 사라지는 텍스트 등이다. 뭔가 기발한 서비스를 내 놓아, 인터넷을 통해 규모를 키운 뒤, 인수자를 찾는 식이다.

최근의 실리콘밸리 성공사례 중에는 실제로 제품은 하나도 팔지 않고 주식만 매각한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 텀블러, 사진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 모바일 메시징 앱 스냅챗 등이다.

IT업계에서 대박을 터뜨린 윙클보스 형제 같은 사람들이 검소한 자세로 빈민들에 봉사하며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가진 돈으로 회사를 세워서 진짜 제품을 만들고, 진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진짜 문제에 해법을 제공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예가 그들 주변, 특히 실리콘밸리에 흔하다.

예컨대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태양광발전 업체 퍼스트 솔라, 온도조절기 업체 네스트, 휴대폰결제시스템 업체 스퀘어, 웹파일 공유서비스 드롭박스, 에너지 분석회사 오파워 등이다. 반면 이번 주식공모의 목적은 디지털 통화의 유통일 뿐이다.

어쩌면 5년 뒤에는 우리 모두가 비트코인으로 전기요금을 납부하면서 그 가치가 급등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윙클보스 형제가 큰 기여를 한 셈이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올리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모든 회의론자들에게 좋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주식이 상장되어 다른 ETF처럼 거래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갑자기 그 주식의 하락에 투자하는 수단을 얻게도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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