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FASHION - 한눈에 훑는 란제리 역사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에서 속옷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 ‘Behind the Seams: An Indiscreet Look at the Mechanics of Fashion’가 열리고 있다(11월 24일까지).
이 전시회는 사람들의 체형이 속옷의 패션 트렌드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조명한다. 몸매 개조에 대한 기대는 여성 잡지들이 끊임없이 ‘당신 생애 최고의 몸매’ 가꾸기를 강조하는 현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14세기에도 몸매 보정을 위해 인공적인 기술이 사용됐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몸매를 그 시대에 유행하는 기준에 맞게 보이도록 할 것인가? 이 문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괴롭혀 온 걱정거리다. 답은 속옷을 통한 몸매의 변형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도록 몸을 압박하거나 부풀리고 효과적으로 가리는 방법을 말한다. 허리는 날씬하게, 엉덩이는 올라가게, 골반은 넓게, 배는 납작하게.
이번 전시회에는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속옷 약 200점이 연대순으로 전시됐다. 크리놀린(과거 서양 여자들이 치마를 퍼져 보이게 하려고 안에 입던 틀)과 버슬(치마의 엉덩이 부분을 불룩해 보이게 하려고 안에 입던 틀), 코르셋, 거들, 뱃살 눌러주는 벨트, 푸시-업 브라(가슴을 가운데로 모아주고 올려주는 속옷) 등이다.
보닝(bonning, 코르셋 등에 넣는 뼈대), 패딩(padding, 형체를 잡기 위해 안에 대는 속심이나 충전재), 레이싱(lacing, 코르셋 등의 끈을 잡아당겨서 몸을 조여 묶는 것), 웨이스트-신처(waist-cincher, 허리 부분을 조이는 짧은 거들), 탄성직물(elastic fabrics) 등 관련 용어도 많이 생겨났다.

전시장 안은 매우 어둡다. 벽과 카페트가 온통 검정색인데다 조명은 아주 희미하다. 무대미술가 콩스탕스 기세는 자신이 디자인한 이 전시 공간을 ‘블랙 박스’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관람객들이 “주변 공간에 신경쓰지 않고 전시된 물건”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경의 부재가 속옷 이외의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관람객들이 코르셋과 크리놀린 등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 공간에서는 전시회 전반에서 풍기는 진지한 분위기와 달리 유머러스한 감각이 느껴진다. 공간 자체가 화려한 색상으로 꾸며졌고 관람객들이 속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마음껏 소리 내 웃을 수 있도록 거울도 설치됐다.
자연스러운 라인을 강조한 새로운 실루엣이 등장한 건 20세기 초에 와서였다. 폴 푸아레, 마들렌 비오네 같은 디자이너들이 몸을 압박하지 않는 헐렁한 스타일의 의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복잡한 속옷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면서 갈수록 몸을 덜 조이는 스타일이 인기를 얻었다.
현대 디자이너들은 예전의 속옷 스타일을 약간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최신 컬렉션에 적용했다. 전시회에는 코르셋이 겉으로 드러난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의 로브 뒤 수아르(1990~91)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기성복 타르탄 버슬(1994~95), 알렉산더 매퀸과 돌체&가바나의 로브-뷔스티에(어깨끈 없이 허리까지 오는 속옷 스타일의 겉옷, 2007)이 소개됐다.
남성들 역시 속옷으로 몸매를 보정했다. 가슴이 두툼하고 불룩해 보이게 만드는 누비 더블릿(14~17세기 유럽 남자들이 입던 짧고 꼭 끼는 상의)은 오랫동안 남성적인 힘의 상징이었다. 종아리가 굵어 보이도록 패드를 넣은 긴 양말과 빳빳한 천을 여러 겹 넣어 성기 부분을 불룩하게 강조한 샅주머니(codpiece, 15-6세기 유럽 남자들이 바지 앞 샅 부분에 차던 장식용 천)도 마찬가지다.
이 샅주머니들은 1550년경 만들어진 태프타와 실크 퀼로트, 그리고 같은 시대에 제작된 갑옷에서 발견된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 남자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심어준다. 내 근처에 있던 한 여자 관람객은 그렇게 커다랗게 부풀려진 샅주머니가 당시 여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애걔걔,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어요?”
전시회 마지막 단계에는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마네킹들이 전시됐다. 유럽 쪽에 치우친 느낌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패션의 내면을 꿰뚫어 본 참신한 전시회다. 하지만 속옷의 이런 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속옷을 통해 여성에게 가해진 압박이 신체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운동가들이 브라를 태우며 시위를 벌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속옷들은 여성의 정치적 지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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