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사로잡는 할리우드 최고 흥행사
대중 사로잡는 할리우드 최고 흥행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9)는 올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할리우드 배우가 됐다. 먼저 수입이다. 7월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할리우드에서 출연료가 높은 배우 100인’에서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간 할리우드 배우의 수입을 분석한 결과 영화 ‘아이언맨’으로 인기를 드높인 다우니가 7500만 달러(약 84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1위 톰 크루즈(52)는 3500만 달러(약 392억원)의 수입을 올려 8위로 내려앉았다. 2위는 이병헌과 함께 ‘지아이 조’에 출연한 채닝 테이텀으로 6000만 달러(672억원)를 벌어들였다. 3위는 ‘울버린’ 시리즈와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휴 잭맨이 차지했다. 그의 수입은 5500만 달러(616억원)였다. 마크 월버그가 5200만 달러(582억원)로 4위, ‘분노의 질주’의 드웨인 존슨이 4600만 달러(515억원)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다우니는 영화산업에서 히트 제조기로 통한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아이언맨3’와 ‘어벤져스’는 전 세계 흥행 수입이 각각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퍼 메가히트다. 이 2편을 포함한 출연작 6편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이 5억 달러를 넘어섰다. 다우니가 주연을 맡은 ‘아이언맨3’은 올해 4월 개봉돼 전 세계에서 12억1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제작비는 2억 달러 정도 들었다.
2008년 개봉된 1편이 1억4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5억8500만 달러, 2010년 나온 2편이 2억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6억2400만 달러를 각각 벌어들였다. 1~3편의 수입이 24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개봉된 ‘어벤져스’는 2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전 세계에서 15억1175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출연 영화마다 흥행 보증 수표아이언맨은 마블 코믹스의 만화 콘텐트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무기회사 스타크의 세습 경영자이자 천재적인 엔지니어인 토니 스타크가 주인공이다. 스타크는 미사일 제조를 강요하는 테러범에게 납치된 뒤 탈출을 위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입는 수트’와 특수마스크를 개발해 악당을 물리치는 캐릭터다.
다우니가 이 캐릭터를 맡아 엄청난 힘과 능력을 지녔음에도 수시로 고뇌에 빠지고, 유머와 장난기가 넘치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극복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연기했다고 포브스는 칭찬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에선 고정 캐릭터를 다른 배우로 교체하곤 한다. 007시리즈에서 오래 전부터 그랬고, 수퍼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딴 인물로 대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의 잘 생긴 외모 덕분이 아니다. 혼신을 다해 캐릭터와 결합하는 그의 연기력이 원천이다.
어벤져스는 아이언맨과 함께 강한 애국심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 푸른 괴물 헐크, 천둥의 신 토르, 국제평화유지기구인 쉴드의 요원인 블랙위도와 호크아이 등 마블 코믹스가 만든 수퍼 히어로가 팀을 이뤄 악당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벤져는 복수자라는 뜻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우니는 이 영화에서 역시 아이언맨으로 출연했다. 이로써 아이언맨 캐릭터는 그 외에는 어떠한 배우도 넘볼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았다.
다우니의 주가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할리우드의 거의 모든 스튜디오에서 그를 주연으로 탐낸다. 그는 흥행보증수표다. 2008년 이후 출연한 영화 중 6편이 전 세계에서 5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그중 ‘아이언맨3’와 ‘어벤져스’ 등 2편은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 외 2009년 개봉된 ‘셜록 홈즈’는 9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5억2400만 달러, 2011년 개봉된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은 1억2500만 달러를 들여 5억4540만 달러의 수입을 각각 올렸다. 다우니는 출연했다 하면 관객이 말 그대로 구름처럼 모여드는 배우가 된 것이다. 포브스는 다우니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는 동안은 할리우드의 최고 수입 배우 자리를 계속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뿐 아니라 아이언맨과 셜록 홈즈 콘텐트와 캐릭터는 광고·게임·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엄청난 수입을 추가로 올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당시 다우니는 박스 오피스의 독약으로 통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그를 ‘불량 감자’로 여겼다.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버지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6세에 영화에 데뷔한 그는 1980년대 후반에는 ‘환상의 발라드’ ‘회색 도시’ 등의 청춘물로 미국에서 촉망받는 젊은 배우로 꼽혔다.
1992년에는 유명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일생을 그린 ‘채플린’에서 주인공 채플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기를 위해 바이올린 연주도 배우고 왼손으로 테니스 치는 연습까지 했다. 철저한 연습과 각종 개인 교습으로 채플린의 숨소리까지 따라 할 정도가 됐다. 그 결과 그는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자배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상은 ‘여인의 향기’에 출연한 명배우 알 파치노에 돌아갔다. 다우니는 연기력과 연기에 대한 정열·철저함을 인정받았다.
그 이후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스’,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숏 컷’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다. 그는 맡은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와 함께 촬영 현장에서의 엄청난 집중력으로 유명하다. 이는 그의 모든 작품 활동에서 나타난 그의 배우로서의 미덕이다.
지독한 캐릭터 분석과 집중력하지만 그에겐 큰 문제가 있었다. 마약이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코카인·헤로인·마리화나 등 다양한 마약 문제로 여러 차례 체포됐다. 재활원과 감옥·법정을 오갔다.
역시 중독자였던 아버지가 자신이 8살 때부터 마약 맛을 보여주는 바람에 자연히 중독됐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재활치료를 받았으나 줄줄이 실패했다.
1996년 4월 그는 코카인과 헤로인, 그리고 장전되지 않은 권총을 소지한 채 할리우드의 선셋 대로를 과속으로 질주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간신히 가석방이 됐지만 한 달 뒤 마약에 취한 채 이웃집에 무단침입 해 침대에서 자다가 잡혔다. 3년 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고 정기적으로 강제 약물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검사를 받지 않았다가 3개월 간 감옥살이를 했다.
1999년에도 검사를 받지 않아 또 체포됐다. 그는 존 스튜어트 호든을 비롯해 O.J.심슨의 살인혐의를 변호해 무죄를 받아낸 막강한 변호사 팀을 고용했지만 이들도 다우니를 도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모든 출연 일정을 중지한 채 치료재활 교도소로 가야 했다. 1999년 그는 판사에게 “입에 총구를 물고 손가락으로는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면서 총의 금속 맛을 즐기는 것과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행히 1년 뒤인 2000년 석방돼 인기 TV시리즈인 ‘엘리 맥빌’에 출연했다. 열연으로 그 해 애미상과 골든글로브상 최우수 조연 후보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해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 중 그는 호텔 스파에서 약물에 취한 채 코카인을 소지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체포됐다.
4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을 받던 2001년 4월 거리에서 약물에 취해 맨발로 다니다 경찰에 또 체포됐다. 그는 구제불능으로 보였다. 계속되는 마약 복용과 체포에 엘리 맥빌 제작팀은 대본을 고쳐 그를 드라마에서 빼버렸다. 배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조치였다. 할리우드도 그를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체포였다. 극단의 상황 속에서 그는 스스로 변하는 결단을 했다. 당시 그는 비폭력적인 마약중독자는 징역형 대신 재활원에 보낼 수 있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재활원에 갈 수 있었다. 이전에는 근성으로 지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약을 끊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그는 약을 어느 정도 끊을 수 있었다. 출연작이 거의 끊어지자 친분이 있던 가수 앨튼 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복귀했다. 친구인 멜 깁슨도 그의 복귀를 도왔다.
다우니가 마약을 끊고 인기배우로 거듭난 배경에는 새 부인의 사랑이 숨어있다. 원래 그는 1980년대에 7년 간 여배우 새러 제시카 파커와 동거했다. 나중에 ‘섹스 앤드 시티’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하지만 마약 문제로 1991년 헤어졌다. 이듬해 여배우 데보라 팰커너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얻었지만 역시 마약 문제로 2001년 별거했다. 2004년 법적 이혼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듬해 제작자인 수전 레빈을 만나 2005년 뉴욕에서 유대교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레빈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다우니도 할아버지가 러시아계 유대인이었다. 다우니는 자신의 종교를 ‘유대교+불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때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고 힌두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였고 어머니는 스코틀랜드·독일·스위스계가 섞였다. 다우니의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원래 이름이 로버츠 엘리어스였는데 양아버지 이름을 따서 성을 다우니로 고쳤다.
다른 여자들은 마약 때문에 다우니를 떠났지만 수전은 마약을 끊도록 도왔다. 이를 위해 약물·정신과·심리 치료부터 심지어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도 적용했다. 요가도 배웠으며 쿵후의 한 종류인 영춘권 수련까지 했다. 이런 가족의 도움 끝에 다우니는 마침내 2003년 7월 이후 마약을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의 성공은 마약을 끊은 이후에 비로소 찾아온 것이다.
그가 아이언맨에서 능글맞으면서 가끔 고뇌에 빠지고 자신의 임무에는 집중하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는 실제 자신과도 비슷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크게 다른 게 있다. 바로 가족 사랑이다. 그는 가족 사랑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의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거듭났다. 취미인 노래를 살려 앨범도 내고 프로덕션사도 차렸다. 하지만 본업은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다.
마약중독과 불우한 역정 극복아이언맨1에서 50만 달러를 받은 다우니는 아이언맨2에선 1000만 달러를 받았다. 셜록홈즈에선 900만 달러, 속편인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에선 1500만 달러를 받았다. 어벤져스에선 보너스와 이익 배분을 포함해 5000만 달러는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언3 출연료와 보상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계에선 그 절반 정도로 본다. 그 둘을 합쳐 7500만 달러라는 포브스 기사는 이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힘겨운 마약중독을 의지로 이겨내고 연기자로서 재기에 성공했다. 아이언맨의 성공보다 다우니의 인간적인 승리가 더 커보이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단순한 할리우드의 잘 나가고 힘있는 인기배우가 아니고 인간적으로도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진정한 파워 피플의 한 명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