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nagement - 중동서 손가락 ‘V 사인’은 모욕

명탐정 셜록 홈스는 몸놀림, 외투 소매, 구두굽, 바지의 무릎, 굳은살을 보고 어떤 사람의 정체를 파악한다. 필자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비롯해 ‘크리미널 마인드’ ‘멘탈리스트’ ‘엘레멘트리’ 등 프로파일러나 심리분석가가 사건을 해결하는 범죄수사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제스처나 표정의 미세한 변화만으로 거짓말을 읽어내는 칼 라이트만 박사가 주인공인 ‘라이 투 미(Lie to me, 내게 거짓말을 해 봐)’는 ‘인간 거짓말 탐지기’의 활약이 흥미진진한 심리수사물이다.
미국 폭스채널에서 2009년부터 방영된 ‘라이 투 미’는 실존 인물인 폴 에크만 박사가 주창한 행동과학 기술인 표정신호 분석시스템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을 근거로 삼았다. FACS가 바탕으로 삼는 준언어학(Paralinguistics)은 ‘마음은 말이 아니라 몸을 통해 표현된다’고 전제한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100%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려 해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몸짓이나 표정, 말투에서 알게 모르게 속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폴 에크만 박사는 FACS를 이용하면 거짓말을 할 때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의 변화를 분석해 10명 중 8명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다고 한다.
몸짓·표정·말투로 거짓 여부 파악폴 에크만 박사를 모델로 한 주인공 칼 라이트만 박사는 미세 표정 연구를 통해 진술의 진위 파악을 전문으로 하는 라이트만 그룹의 대표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제휴해 범죄사건 수사에서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감별해준다. 구체적으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증인의 얼굴 표정이나 어투, 제스처 등을 분석해 증언이 참인지 거짓인지, 증인이 숨기고 있는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극중에서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마이크 타이슨 등 실제 유명인의 감정 상태가 표정과 제스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직접 인용해 화제를 모았다. 예를 들면 이마에 손을 얹거나 이마를 쓰다듬는 건 창피하거나 불안·초조할 때 나타나는 제스처이다. 콧구멍이 커지고 입술을 깨무는 건 화를 참고 있다는 의미다.
볼이 올라가고 반대로 입꼬리가 내려가는 건 후회의 표현이다. 몸을 움츠리거나 등을 구부리는 등 가능한 한 작은 공간을 차지하려 하는 건 스스로 위축되거나 거짓말 할 때 나타나는 제스처다. 꾸지람을 들은 어린이가 구석으로 숨는 것과 같은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코를 문지르는 행동은 무언가를 숨기려 할 때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뒷덜미를 만지는 것은 자신감이 없거나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제스처다. 악수를 청했을 때 상대방의 손이 차다면 가능한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모든 피가 순간적으로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손이 차가워진 것이다.
7-38-55의 법칙, 말 비중 7% 불과이처럼 신체 언어는 음성 언어보다 훨씬 풍부하고 정직하다. 사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언어는 몸짓과 표정, 즉 신체 언어였다. 인간 진화의 긴 역사로 보면 음성 언어가 의사소통 수단이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무용가 출신의 인류학자 레이 버드휘스텔은 1950년대에 ‘동작학(Kinesics, 움직임에 관한 학문)’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흔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언어를 떠올리지만, 실제 대화에서 음성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5%에 불과하고 65% 이상이 비언어적 형태로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 문장의 평균 길이가 2.5초에 불과하지만 얼굴은 25만 가지의 표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는 이 비중을 더욱 끌어내렸다. 그는 1971년 출간한 『침묵의 메시지』라는 책에서 ‘메라비언의 법칙(7-38-55의 법칙)’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대면(對面) 커뮤니케이션은 어휘(음성 언어), 시각 이미지(신체 언어), 청각 이미지(음성)의 세 요소로 이뤄진다. 그런데 인간이 타인을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음성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오히려 외양과 차림새, 몸짓과 표정 등 시각적 요소가 55%, 목소리의 높낮이, 음색, 음조, 억양 등 청각적 요소가 38%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말이 아니라 외모와 태도, 음성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다.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그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메라비언의 법칙’은 타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처음 만난 상황에 주로 적용된다.
우리는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그러나 학자들은 오히려 겉모습이 말보다 더 큰 진실을 알려줄 때가 많다고 단언한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외모·자세·표정·동작·시선·음성·음조·억양 등으로 구성되며, 이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상대에게 시각과 청각 정보로 전달된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시청각 정보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은 한 순간이다. 비언어적 요소들이 순식간에 서로 어우러지고 종합돼 첫 인상을 각인시킨다. 첫 인상은 단 몇 초안에 결정되지만 강력하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음성 언어의 내용이 합치될 경우 메시지의 의미는 한층 강화되지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와 언어로 말하는 내용이 다를 경우 결과는 부정적으로 증폭된다. 말로는 상대를 신뢰한다면서 태도가 의문스럽다면 상대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이후 판단을 번복하지 않게 된다. 언어보다는 비언어 정보의 신뢰도가 더 높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와는 달리 통(通)문화적이다. 국적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자신이 정직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을 때 손바닥을 내보인다. 손바닥을 펴 보이는 동작은 빗장을 풀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기에 손바닥을 내보이는 사람에게 신뢰를 가진다. 반대로 거짓말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거나 팔짱을 끼며 손바닥을 감추게 된다.
어린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 숨길 때 손을 등 뒤로 감추곤 한다. 손바닥을 감추는 것은 일종의 자기 방어의 표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상대방이 손바닥을 숨기는 순간 본능적으로 그 사람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하느냐 아래로 향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위로 향한 손바닥이 순종을 나타낸다면 아래로 향한 손바닥은 권위를 상징한다. 악수할 때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내미는 사람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언어 정보의 신뢰도 더 높아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동작은 대개의 경우 ‘좋다’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에서는 여기에 ‘남자’라는 의미가 부가되고 한국에서는 ‘보스’의 뜻이 추가되기도 한다. 집게손가락을 입에 대는 동작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조용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집게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함께 세워 만든 ‘V 사인’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승리’나 ‘2’의 의미로 통한다.
그러나 상대방을 향해 손등을 내보이는 V 사인은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대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말아 둥글게 만든 사인은 모든 나라에서 ‘오케이’ ‘확실하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한국·일본·필리핀·멕시코 등지에서는 ‘돈’이라는 의미가 추가된다. 더러는 ‘제로’나 ‘불륜’ 등의 의미로 쓰이는 나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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