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LEARNING - 토플 의무화하면 영어 실력 나아질까
ENGLISH LEARNING - 토플 의무화하면 영어 실력 나아질까
영어 교육 전문가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 구상을 실현하려면 1회 25달러라는 비싼 수험료, 시험장 부족(1인당 컴퓨터 1대가 필요하다) 등 실무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토플의 목적과 난이도가 교육 현장의 실정과 동떨어졌다는데 있다.
현행 일본 대입 시험에는 없는 말하기 평가가 포함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실천적인 영어 능력 증진을 가속화한다는 의도는 좋다.
이른 시기부터 토플에 대비하면서 유학 준비도 수월해진다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토플은 본래 유학에 필요한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걸러내는 시험이지 고등학교에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다. 게다가 난해도가 높아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손을 쓸 엄두도 못낸다.
학습지도요령이 정한 어휘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합쳐 약 3000단어다. 그러나 토플에서는 역사부터 생물까지 폭넓은 어휘를 1만 단어 이상 익혀야 한다. 장문 독해 내용이나 듣기 문제의 속도도 대학입시 시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렵다.
“학생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는커녕 영어 기피증을 더 키울 뿐”이라고 와카야마대학 에리카와 하루오 교수는 우려했다. 수험생 대부분이 낮은 점수에 몰려 시험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사태도 예상된다. “어려운 시험을 의무화하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발상은 감기약을 10배로 투여하면 빨리 낫는다는 생각만큼이나 위험한 망상이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우수 학생만이 그런 극약을 견딜 수 있다.”
“일부 학생이라도 좋으니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달라”는 것이 글로벌 인재 양성을 정계에 강하게 밀어붙였던 기업계의 본심일 것이다. 자민당에 토플 도입을 요구한 사람은 일본 경제동우회(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해당하는 단체)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는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겸 사장이다. ‘극약’ 처방전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육계를 향한 정재계의 답답함이 표출된 결과다.
자민당 안을 바탕으로 정부의 교육재생실행회의가 제안한 개혁안에서는 각 대학의 사정에 맞춰 토플 이외의 시험도 허용하는 등 수위가 약간 낮아졌다. 그러나 어떤 시험을 채용하든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까지의 실패를 검증하고 4가지 기능을 모두 구사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을 다시 수립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많은 고등학생이 새로운 시험 대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논쟁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학교 교육을 향한 지나친 기대와 그에 맞지 않는 재원 부족도 있다. 영어 수업 시간이 적은 데다 일상에서 영어를 쓸 필요성이 없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공교육이 만인에게 제공 가능한 것은 장래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수업이다. “음악 수업만으로 전문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데 영어에 대해서 만큼은 학교 수업만으로 ‘전문가’를 키우라고 요구한다”고 에리카와는 말한다.
교육자금도 부족하다. GDP 대비 교육 공공재정 지출 비율에서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이래서는 학생을 소수 그룹으로 나눠 양방향 수업을 하거나 교사에게 충분한 연수를 제공할 재원이 없다. “’의견은 내지만 돈은 안 낸다’는 자세로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싶다면 정부와 납세자도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한다.”도쿄가쿠게이대의 가나타니 겐 전 교수는 말했다.
영어실력 향상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운 일본의 언어 환경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토플 도입을 잘 활용하면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제가 된다. 일본고등학생의 필요에 맞춰 4가지 기능을 측정하는 시험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치대와 일본영어검정협회는 국내외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영어 운용능력을 측정하는 학술영어능력판정시험(TEPA)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업계가 정말로 필요로 한다면 대졸 신입 채용이나 승진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을 의무화하는 편이 더 빠르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대기업 상당 수가 취업 희망자에게 토익 말하기, 쓰기 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의 영어 수요도 말처럼 절박하지는 않은 것인지 모른다. 토플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이 영어에 대해 갖는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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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선거에 앞서 인상 깊은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일본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가 지난 4월 “모든 대학 수험생에게 토플 시험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사회 각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토플은 주로 영어권 유학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시험으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측정한다. 일본이 만든 실용영어기능 검정시험이나 일본인과 한국인이 응시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익보다 글로벌한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고, “6년이나 공부했는데도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 듯하다.
우선 구상을 실현하려면 1회 25달러라는 비싼 수험료, 시험장 부족(1인당 컴퓨터 1대가 필요하다) 등 실무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토플의 목적과 난이도가 교육 현장의 실정과 동떨어졌다는데 있다.
현행 일본 대입 시험에는 없는 말하기 평가가 포함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실천적인 영어 능력 증진을 가속화한다는 의도는 좋다.
이른 시기부터 토플에 대비하면서 유학 준비도 수월해진다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토플은 본래 유학에 필요한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걸러내는 시험이지 고등학교에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다. 게다가 난해도가 높아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손을 쓸 엄두도 못낸다.
학습지도요령이 정한 어휘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합쳐 약 3000단어다. 그러나 토플에서는 역사부터 생물까지 폭넓은 어휘를 1만 단어 이상 익혀야 한다. 장문 독해 내용이나 듣기 문제의 속도도 대학입시 시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렵다.
“학생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는커녕 영어 기피증을 더 키울 뿐”이라고 와카야마대학 에리카와 하루오 교수는 우려했다. 수험생 대부분이 낮은 점수에 몰려 시험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사태도 예상된다. “어려운 시험을 의무화하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발상은 감기약을 10배로 투여하면 빨리 낫는다는 생각만큼이나 위험한 망상이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우수 학생만이 그런 극약을 견딜 수 있다.”
“일부 학생이라도 좋으니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달라”는 것이 글로벌 인재 양성을 정계에 강하게 밀어붙였던 기업계의 본심일 것이다. 자민당에 토플 도입을 요구한 사람은 일본 경제동우회(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해당하는 단체)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는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겸 사장이다. ‘극약’ 처방전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육계를 향한 정재계의 답답함이 표출된 결과다.
자민당 안을 바탕으로 정부의 교육재생실행회의가 제안한 개혁안에서는 각 대학의 사정에 맞춰 토플 이외의 시험도 허용하는 등 수위가 약간 낮아졌다. 그러나 어떤 시험을 채용하든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까지의 실패를 검증하고 4가지 기능을 모두 구사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을 다시 수립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많은 고등학생이 새로운 시험 대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논쟁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학교 교육을 향한 지나친 기대와 그에 맞지 않는 재원 부족도 있다. 영어 수업 시간이 적은 데다 일상에서 영어를 쓸 필요성이 없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공교육이 만인에게 제공 가능한 것은 장래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수업이다. “음악 수업만으로 전문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데 영어에 대해서 만큼은 학교 수업만으로 ‘전문가’를 키우라고 요구한다”고 에리카와는 말한다.
교육자금도 부족하다. GDP 대비 교육 공공재정 지출 비율에서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이래서는 학생을 소수 그룹으로 나눠 양방향 수업을 하거나 교사에게 충분한 연수를 제공할 재원이 없다. “’의견은 내지만 돈은 안 낸다’는 자세로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싶다면 정부와 납세자도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한다.”도쿄가쿠게이대의 가나타니 겐 전 교수는 말했다.
영어실력 향상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운 일본의 언어 환경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토플 도입을 잘 활용하면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제가 된다. 일본고등학생의 필요에 맞춰 4가지 기능을 측정하는 시험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치대와 일본영어검정협회는 국내외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영어 운용능력을 측정하는 학술영어능력판정시험(TEPA)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업계가 정말로 필요로 한다면 대졸 신입 채용이나 승진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을 의무화하는 편이 더 빠르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대기업 상당 수가 취업 희망자에게 토익 말하기, 쓰기 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의 영어 수요도 말처럼 절박하지는 않은 것인지 모른다. 토플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이 영어에 대해 갖는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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