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휴대폰 포기한 노키아 ‘특허괴물’ 되나
- Special Report - 휴대폰 포기한 노키아 ‘특허괴물’ 되나

잠시 숨을 고르던 스마트폰 특허전쟁도 재연될 조짐이다. 2011년부터 이어온 삼성전자-애플 특허소송의 후속 결과가 나오면서다. 관련 업계는 차세대 핵심 기술 특허를 앞다퉈 확보하면서 앞으로 있을 2차 특허전쟁에 대비한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기존 제조업체 인수합병(M&A)에 따른 시장의 구조개편도 특허전쟁의 구도를 흔든다.
11월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소송 재산정 공판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물어줘야 할 추가 손해배상액 규모를 2억9000만 달러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부담할 배상액은 지난해 8월 확정된 6억40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9억3000만 달러(9900억원)로 늘었다.
이번 평결은 지난해 미 배심원단이 삼성전자 손해 배상액으로 결정한 10억5000만 달러 중 일부 계산이 잘못됐다는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배상액을 재산정하기 위해 11월 12일부터 다시 재판을 열었다. 추가 배상금으로 삼성은 5270만 달러를 제시했고, 애플은 3억7978만 달러를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첫 평결보다는 배상액은 줄었지만, 미 배심원단은 삼성 제시액의 6배 가까운 금액을 산정해 애플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평결불복심리(JMOL)가 남았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USPTO)에서 핀치 투 줌 특허(915 특허)를 무효라고 판정했는데 이렇게 평결이 나와 유감”이라며 “앞으로 이의 신청과 항소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1월 20일 “재판에서 다뤄지는 일부 특허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미국 특허청의 권고조치통지(advisory action)가 나왔는데 이런 판단이 확정될 경우 이 재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재판 중단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1월 25일 이를 기각했다.
독일에서는 11월 22일 삼성이 내세운 특허가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이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진행 중인 표준특허 침해 소송을 중단했다.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애플을 상대로 낸 필수표준특허침해 소송은 총 5건이다. 이번에 재판이 중단된 소송은 삼성전자가 2011년에 제기한 2건 가운데 하나다. 다른 1건도 특허 유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올 1월에 소송이 중단됐다. 2011년에 제기된 소송 3건은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삼성이 부담할 손해배상액 1조원현재 삼성과 애플이 특허로 맞붙은 국가는 한국·미국·네덜란드·독일·영국·이탈리아·일본·프랑스·호주 9개국이다. 2011년 미국에서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분쟁 국가와 관련된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특허분쟁 초기에는 디자인·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주요 쟁점이었다면 지금은 통신·서비스 관련 특허로 분쟁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삼성은 애플의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 타임’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애플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추가 제소했다. 애플은 삼성이 갤럭시 S4를 출시하자마자 특허 침해 모델로 추가시켰다. 특히 갤럭시 넥서스가 음성명령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해 판매금지까지 이끌어냈다.
앞으로 출시될 두 회사의 제품에 대해서도 특허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홍채인식 기능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르면 내년 초 출시될 스마트폰 갤럭시 S5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애플은 지문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얼굴인식 잠금 해제 기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3차원(D) 영상인식 센서를 만드는 이스라엘 회사 프라임센스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프라임센스는 사람의 얼굴과 동작, 공간의 깊이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업체다. 애플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이폰 5S에서 선보인 지문 잠금장치의 후속으로 얼굴인식 기능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7월 지문인식 센서 업체인 어센테크를 인수해 이 업체의 기술을 아이폰에 도입했다. 어센테크는 애초 스마트폰용 지문인식센서를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통신 관련 특허 소송이 증가하면서 노키아의 진로도 주목된다. 한 특허 전문가는 “제조를 포기한 노키아가 특허괴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본부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노키아는 MS에게 관련 특허를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non-exclusive license)’을 줬지만 특허권 자체는 계속 소유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만들진 않지만 해당 특허권은 유지하는 셈이다. 생산은 하지 않고 특허 사용료로 이익을 내는 특허괴물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시장의 제조업체들은 특허분쟁을 꺼린다. 내가 가진 특허와 상대가 가진 특허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특허 소송을 냈다가 상대방이 맞붙어 소송을 걸면 부담만 생긴다. 삼성과 애플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그러나 노키아는 MS에 인수되면서 제조에서 손을 뗐다. 맞소송에 대한 부담이 적다. 노키아는 전성기 시절 등록한 4만여 건의 통신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노키아가 특허 공세에 나설 경우 보유한 특허의 질과 양을 따졌을 때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특허 사용권을 함께 가져온 것 자체가 앞으로 있을 특허전을 대비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거나 애플·MS가 구성한 컨소시엄 록스타가 노텔 특허권을 인수한 것도 특허전 준비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구글은 인수한 노텔 특허권으로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제조사를 제소한 바 있다.
특허 소송 관련 워싱턴 정가 로비전도 치열통신 특허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압박하기 위한 주무기로 사용해 온 분야다. 다른 업체와 달리 초기부터 제조·통신·부품을 망라해 개발해온 덕이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관련 특허를 확보하면서 삼성도 맘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허전쟁은 미국 워싱턴 정가를 둘러싼 로비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로비 금액은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애플 역시 로비를 강화하는 추세다. 애플이 로비금액으로 3분기 115만 달러를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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