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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포드 살린 미다스 손 MS(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길까?

CEO - 포드 살린 미다스 손 MS(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길까?

1월 중순 거취 정할 듯 … 스티브 발머 현재 MS CEO와 절친
앨런 멀럴리(오른쪽)가 절친 스티브 발머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 경영계가 올 초부터 뜨겁다. ‘기업 재생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앨런 멀럴리(68) 포드 회장의 거취 때문이다. 그가 포드에 잔류할지, 미국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로 자리를 옮길 지가 관심이다. 그의 행적은 1월 14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하는 북미국제오터쇼 직전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스티브 발머 MS CEO가 “2014년 여름까지 MS를 떠날 것”이라고 은퇴 의사를 밝힌 이후 멀럴리는 가장 유력한 차기 MS CEO로 거론됐다. 발머의 절친이기도 한 그는 보잉사 부사장 출신으로 2006년 9월 포드 CEO로 전격 영입됐다. 당시 127억 달러 적자를 내던 포드를 불과 3년 만에 27억 달러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부활시켜 미국 경영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MS CEO 후보 거론에 대해 지금까지 ‘예스(Yes) 또는 노(No)’ 응답을 일절 하지 않아 MS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포드 이사회에서 ‘멀럴리는 2014년까지 포드에 남을 것’이라는 코멘트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후 멀럴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발머가 올 여름에 은퇴하고 멀럴리가 연말까지 포드에 남는다면 멀럴리는 MS CEO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과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 릭 왜고너 제너럴 모터스 회장(왼쪽부터)이 2008년 1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구제 금융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MS 이사회는 올해 상반기 멀럴리를 제외한 사티아 나델라 MS 수석 부사장, 토니 베이츠 전 스카이프 CEO, 스테판 엘롭 전 노키아 CEO 등을 놓고 저울질 해야 한다. 미국 IT업계에서는 줄곧 제조업에 종사한 멀럴리가 구글과 페이스북의 도전에 직면한 MS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127억 달러 적자에서 27억 달러 흑자로2000년대 초 미국에서 GM·포드가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했다.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차이다. 오너가 없고 명문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 득세한 GM은 뱀을 잡기 위해 먼저 회의를 한다.

이후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안전하게 뱀을 잡는 진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뱀을 잡는 보험에 가입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 소재(거꾸로 책임을 떠넘기는 조직이라는 비판도 나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처럼 더딘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포드는 창업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회사다.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형적인 톱다운 조직문화다. 대신 조직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경직된 스타일이다. 포드는 우선 실무자들이 뱀을 어떻게 잡을지 회의를 열고 간부에게 보고한다. 간부급끼리 또 회의를 하고 경영진에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린다. 이윽고 지시가 떨어지면 신속히 움직인다.

황순하 UL코리아 사장(전 기아자동차 매각 팀장)은 포드의 사풍에 대해 이런 경험담을 들려준다. “1998년 포드가 기아자동차 인수 협상을 할 때 당시 새로 회장에 취임한 빌 포드가 자금난을 우려해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인수 협상을 위해 서울에 파견된 직원 10여명이 사무실에 각종 집기를 그대로 남겨둔 채 다음날 전원 귀국했다. 미국 기업이 회장의 포기 선언 한 마디에 즉각 귀국하는 게 신기했다. 오너 기업 문화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포드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혁하고자 영입된 경영자가 바로 멀럴리다. 그는 직전까지 36년 간 보잉사 부사장(상용기 부문 사장)을 역임하면서 두 번이나 CEO를 노렸지만 고배를 마신 후 포드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포드의 지배구조는 한국 대기업의 오너 경영과 비슷하다. 주로 포드 일가는 경영이 순조로울 때 회장을 맡았고, 어려워지면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전문경영인을 승진시켜 위기를 돌파해왔다.

멀럴리 영입은 헨리 포드 창업자의 증손자로 2006년 당시 CEO였던 빌 포드 회장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MIT MBA 동문이다. 빌 포드는 자동차 개발·판매가 미국·호주·유럽 등 각 지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분리돼 비용만 높이는 그룹 조직을 바꿔야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잉을 구조조정한 경험이 있는 멀럴리를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멀럴리는 포드 취임 직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드의 문제는 정확한 비전이 없는데다 제품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포드·머큐리·링컨 브랜드만 남기는 ‘원(ONE) 포드’ 전략으로 간다.’ 메시지는 간결했다. 포드그룹이 어려워진 것은 미국에서 판매가 떨어지고 신흥시장에서 부진한 게 원인이었다.

구조조정 와중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더 큰 악재를 만났다.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가 모두 파산위기에 몰렸다. 멀럴리는 포드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대주주인 포드 일가의 협조를 구해 자산을 은행 담보로 내놓겠다는 허가를 받았다. 이어 포드의 비전을 설명해 은행에서 230억 달러(약 28조원)를 빌렸다.

다음으로 조직문화 개혁에 집중했다. 첫 작품이 회의 근절이다. ‘회의로 입사해서 회의로 퇴사한다’는 포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시간만 소모하고 능률을 저하시키는 ‘회의를 위한 회의’를 대폭 축소했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 본부장별 직보 체계를 만들었다. 부서별로 1~2년씩 근무하고 옮기는 로테이션 제도를 중지시켜 전문성을 키웠다. 소수 임원이 독점한 정보를 말단 직원까지 공유하도록 했다. 그 결과 포드 전 직원이 위기를 절감했다. 이어 포드 이외에 적자를 내던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다.

‘원 포드’ 전략에 따라 과거 10년 간 포드가 인수한 재규어·랜드로버·애스턴마틴·볼보·마쓰다를 차례로 매각했다.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은 금융권에 신뢰를 줬다. 다음은 친환경차 개발이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던 4.0L이상 대형 배기량 엔진을 모두 없앴다. 대신 출력을 높이는 터보엔진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12년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에 4.2L 엔진 대신 240마력이 나오는 2.0L 터보 엔진을 달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놀랐고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더 이상 포드에 대형 엔진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포드는 2015년까지 모든 승용차에는 3.0L 이하 터보 엔진을 단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전기차로 재빨리 방향을 전환했다. 누구보다도 보수적인 기업으로 유명한 포드가 체질을 확 바꾸자 부활의 조짐이 보였다.



‘회의로 입사해 회의로 퇴사’ 조직문화 개혁포드는 2009년 미 자동차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 생존했다. 2009년 3분기 9억9700만 달러(약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미국 빅3 가운데 처음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조직 구성원에 정확한 비전을 제시한 게 원동력이었다.

기자는 그를 디트로이트와 유럽·서울에서 세 번 만났다. 그는 미국 경영자 가운데 드문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보잉사 시절 비행기를 팔기 위해 서울을 여러 번 찾아 김치뿐 아니라 한국의 역동성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연관성에 대해 “비행기는 400만개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수 백명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야 한다. 안전성은 자동차보다 더 높아야 하고 연비도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자동차 디자인의 근간인 공기역학(에어로 다이내믹)을 사용한다. 3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쉬운 편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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