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민족마다 다른 새해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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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인 1월 31일부터 갑오년 새해가 시작됐다. 매년 음력설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10억명 이상의 아시아인들이 고향을 찾아 가족친지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거나 쇼핑나들이에 나서는 등 전통 명절을 즐긴다. 일주일간 계속되는 춘절(春節) 연휴기간 한국에 입국해 관광과 쇼핑을 즐기는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연말의 크리스마스 특수처럼 중국인과 화교들의 지갑을 겨냥한 연초 음력설 특수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7일 삼종기도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극동 아시아 국가의 국민이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한 명절을 맞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1월 30일 유엔 동영상을 통해 “말띠 해에 행복과 건강, 성공을 기원한다”며 음력설을 쇠는 전 세계인들에게 새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월 31일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말의 해를 축하하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한다”며 설 축하인사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 한국·중국 등 아시안계 시민들을 중심으로 설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하원의원은 1월 14일(현지시간) “매년 미 전역에서 870만명의 아시아계 학생들이 아시아 전통의 축제인 설(Lunar New Year)을 가족들과 함께 기념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의회에 음력 1월 1일을 전국의 공립학교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멩 의원은 중국계 2세로, 남편은 한국인이다. 또 1월 24일(현지시간) 중국계인 피터 구 뉴욕 시의원과 폴 밸론 시의원은 ‘뉴욕한인학부모협회’ 등 한인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 플러싱 퀸즈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주와 뉴욕시에 설의 공휴일 지정과 휴교일 시행을 촉구했다.
이 결의안은 아시안 인구가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은 설날에 학교를 쉬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멩 의원은 “미국에서 다른 나라의 전통 명절이 이미 공휴일로 지정된 사례가 많은 만큼 설도 똑같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미 전역에서 유대계 비율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유대교 전통 명절에 휴교한다. 하지만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일부 인사들은 “모든 민족의 명절에 다 휴교를 하면 공부할 시간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역법은 그레고리우스력이라 불리는 태양력이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시간(약 365일)을 1년으로 하고 이것을 월과 일로 나눈 달력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정기적인 홍수가 황도(黃道) 상의 태양 위치와 관련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태양력을 창안했다. 고대 로마의 황제인 시저는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가 태양력의 우수성을 깨닫고 이를 로마제국에 도입했다.
1년을 365.25일로 정하고 0.25일을 4년 간 모아서 4년마다 하루를 더하는 ‘윤년’제도를 만든 프톨레마이오스3세의 달력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6년부터 16세기까지 1500년 넘게 유럽 각지에서 사용됐다. 율리우스 달력은 1년을 365.25일로 정했지만 실제 지구가 태양을 도는 데는 365.2422일이 걸린다. 매해 11분 14초라는 차이는 16세기에 이르자 무려 10일이라는 오차가 생겼다.
1572년 교황에 즉위한 그레고리우스 13세는 기독교의 최대 축일인 부활절의 날짜를 바로잡기 위해 달력 개혁에 나섰다. 그는 1582년 10월 4일의 다음날을 10월 15일로 정해 10일의 오차를 없애고 100으로 끝나는 해에는 윤달을 두지 않되 400으로 끝나는 해에는 윤달을 두는 것으로 오차를 줄였다. 오늘날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의 탄생이다.
이에 비해 태음력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기본으로 날짜를 계산하는 역법이다. 메소포타미아와 중국 은(殷)나라 때 시작되었다. 초승달에서 다음 초승달까지 달의 운행만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을 순태음력이라고 한다. 달력이 처음 만들어진 고대에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순태음력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순태음력을 따르는 것은 이슬람력뿐이다.
그런데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약 29.5일이어서 한 달을 29일 또는 30일로 하고, 1년을 12달로 하면 1년이 354일로, 365일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과 11일 차이가 난다. 모자라는 11일을 모아 3년마다 한 달을 끼워서 태음력을 태양력과 일치하게 만든 달력을 태음태양력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 2000년경 주(周)왕조 때부터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는 제도를 실시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600년에 천문학자 메톤이 19년 주기를 발견해 이 제도를 시행했다.
기독교가 지배한 유럽을 제외한 한국·일본·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 발전한 태양태음력을 사용하다 서양 문물 도입과 함께 그레고리우스력을 19세기 후반부터 사용했다. 일본(1873년)·샴(태국 1889년)·한국(1896년)의 순으로 실시되고, 중국은 20세기 초인 1912년이 되어서야 실시했다. 이어 옛 소련(1918년)·그리스(1924년)와 루마니아(1924년)·터키(1927년) 등의 순으로 보급됐다.
음력 1월 1일은 보통 24절기의 입춘 전후이며 양력으로 치면 1월 말에서 2월 중순 무렵이다. 한국에서는 설날, 중국에서는 춘지에(春節)라 하고 베트남에서는 ‘테트’(節), 티베트에서는 로사르, 몽고에서는 ‘트간살’이라고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양력설보다 음력설을 중시해 연중 최고의 비수기인 이 시기에 설 특수로 경기를 진작시킨다. 일본 백화점과 초콜릿업계가 ‘발렌타인 데이’ 풍습을 발명(?)한 것은 일본이 음력설을 쇠지않는 것과 관계가 있다.
몽고와 티벳은 인도력에서 기원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해 ‘트간살’이 음력설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역법은 계절 변화에 기준을 두고 하루 12시, 1년 12개월, 1세기 12년으로 이뤄져 있다.
유대력도 19년 7윤달법을 채택한 태음태양력의 일종이다. 유대력의 새해 첫날은 태양력으로는 9월 말부터 10월초 사이에 추분을 지난 뒤 첫 달이 뜨는 날이 된다. 그런데 달이 오후에 뜰 경우는 다음 날로 지키고 또 그 날이 일요일·수요일·금요일이 되어도 하루를 늦춘다. 유대인들은 이날을 ‘해의 머리’를 뜻하는 ‘로쉬 하샤나’라고 부르며 천지창조 기념일로 여긴다.
이슬람력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서기 622년 7월 16일을 새해 첫 날로 삼고 있다. ‘거룩한 이주’라는 뜻의 ‘히지라’로 불리는 이날은 태양력으로는 10~11월에 해당된다. 순태음력에 속하는 이슬람력은 1년이 354일로 월령의 차를 조절하기 위해 하루를 늘리는 윤년이 30년에 11번 있다. 이슬람력으로 생일을 쇨 경우, 매년 10~15일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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