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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중앙은행의 대화

시장과 중앙은행의 대화



돈의 가격인 금리는 인체의 혈압과 같다. 고혈압이나 저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듯이 실물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저금리 또는 고금리는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전반에 충격을 가하게 된다.

착각하기 쉬운 점은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는 물가안정은 물가상승만이 아니라 물가하락도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사회를 타락하게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중앙은행 총재는 때로는 1970년대 말 폴 볼커처럼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2000년대 벤 버냉키처럼 디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야 한다.

중앙은행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과거 산업사회와 달리 화폐유통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실물 부분과 금융 부분이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그 까닭은 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요소 가운데 기술의 비중이 늘어나며 자본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②세계적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완화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③실물경제 변화와 관계없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FPI) 자금이 빈번하게 유·출입되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원활하게 순환시키려면, 중앙은행 책임자는 지옥문을 지키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보다도 더 깊이 고뇌하여야 한다. 금융완화에서 금융긴축으로 또는 그 반대로 통화정책 기조를 선회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려우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며 대강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남다른 전문지식과 정신무장이 요구되는 중앙은행 책임자로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인사를 뽑는, 낙하산 인사는 절대 배제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은행의 또 다른 고민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금융정책의 척도가 되는 적정 통화량이나 적정 금리 수준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모든 통화 관련 지표들을 다 통할할 수 없고 ‘기준금리’ 변동을 통하여 원격 조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중앙은행은 채권시장·외환시장·주식시장과 함께 실물시장까지 두루 관찰하고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때는 중앙은행이 시장과 대화를 하는지 의문이 갈 때가 있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각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일본 0.01%. 미국 0.05%, 유로 0.25%로 거의 제로금리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물경 2.5%에 이르고 있다. 각국의 성장률·물가 같은 거시지표를 비교해볼 때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도 이토록 높은 기준금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못한다. 누군가는 ‘기준 없는 기준금리의 기준’은 그저 중앙은행 총재의 흉중에 있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마음속으로 국민경제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이나 특정 계층의 편을 드는 사람이 중앙은행 총책이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중앙은행의 책임은 더 무거워지고 시장과의 대화는 더욱 절실해졌다. 지금, 시장에서는 모두 새로운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과 꾸준히 대화하며 실물경제를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성공한 총재가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의 성공이 곧 한국 경제의 성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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