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Travel | 모종혁의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⑧ 장강삼협의 싼샤주

Travel | 모종혁의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⑧ 장강삼협의 싼샤주

192㎞에 이르는 대협곡 지대 ... 향기롭고 단맛 강한 소곡주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에도 심각한 안개에 둘러싸인 싼샤댐.



중국인에게 양쯔강(長江)은 황허(黃河)와 더불어 중화문명을 낳은 ‘어머니의 강’으로 숭배되고 있다. 중국인은 총 길이 6397㎞의 양쯔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싼샤(三峽)를 꼽는다. 싼샤는 충칭시 펑제현에서 후베이성 이창시까지 192㎞에 이르는 대협곡 지대다. 서에서 동으로 이어지는 취탕샤―우샤―시링샤의 3대 협곡이다. 강 양쪽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절벽이 마주보고 줄지어 펼쳐진다.

싼샤는 200만년 전 지구의 지각 변동으로 생겨났다. 본래 그 일대는 평지였다. 떨어져 있던 아시아와 인도 대륙이 합쳐지면서 히말라야산맥이 솟아나고 티베트고원이 융기했다. 싼샤도 웅장한 협곡이 터져나가는 모양새로 변했다. 현지 주민들은 싼샤를 신이 내린 산물이라 믿고 있다. 신이 중국의 젖줄인 양쯔강을 하류까지 흘러내려 보내기 위해 돌 산맥을 칼로 내리쳐서 싼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절경에 취해 예부터 수많은 문인들이 싼샤를 찾았다. 이백·두보·백거이 등은 고금에 길이 남을 시와 문장을 남겼다. 싼샤는 위대한 시인 굴원을 낳았다. 굴원은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초사’의 시인이다. 망해가는 조국을 염려하던 굴원은 시를 읊으며 돌을 안고 양쯔강의 한 지류에 몸을 던졌다. 싼샤는 ‘삼국지’의 무대이다. 유비의 촉, 손권의 오, 조조의 위는 싼샤 일대를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오늘날 싼샤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싼샤댐에서 비롯됐다. 싼샤댐은 높이 185m, 길이 2335m에 달하는 세계 최대 댐이다. 총 저수량이 393억㎥로, 소양강댐의 15배에 달한다. 100m 이상의 낙차로 초당 10만2500t의 물을 떨어뜨려 32개의 수력발전기를 돌린다. 1기의 발전량만 70만㎾로 하루 2250만㎾, 연간 1000억㎾의 전기를 생산한다. 투입된 공사비는 320억 달러로, 만리장성 건설 이래 중국 최대 역사였다.

2. ‘천하제일절경’으로 중국 위안화에도 등장하는 취탕샤. 3. 목선을 젓는 선눙시의 뱃사공들. 이들은 상류를 거슬러 올라갈 때는 첸푸로 일한다.
댐이 완공되자 싼샤는 옛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60m에 불과했던 강 수위가 175m까지 올라가면서 강 폭은 최대 2㎞까지 넓어지고 수심은 깊어졌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 봉우리는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듯 낮아졌다. 무엇보다 싼샤가 거대한 저수지로 변하면서 주변 역사 유적은 대거 수난을 당했다. 높아진 강물로 1200여 곳에 달하는 유적지가 수몰됐다. 펑제현에 있는 백제성은 육지에서 섬으로 변했다.

백제성은 오나라 정벌에 실패한 유비가 죽어가며 제갈량에게 후사를 부탁한 ‘유비탁고’로 유명한 장소다. 1000여년 된 성벽은 철거되거나 물에 잠겼고 일부 건축물만 섬 위에 남아있다.

백제성 맞은편에 있는 쿠이먼은 절반 가까이 물에 잠겨 과거의 풍광을 잃어버렸다. 쿠이먼은 싼샤의 첫 번째 협곡인 취탕샤의 시작점으로, 깎아지는 듯한 절벽이 절경이었다. 취탕샤는 전장 8㎞에 불과하지만 좁고 웅장한 협곡으로 명성이 높았다.

우산현은 싼샤댐 건설로 잠긴 수몰 도시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산은 싼샤 구간 중 중간에 위치해 있다. 싼샤의 정수만 모아놓았다는 샤오싼샤와 웅장한 우샤 12봉을 간직해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주민보다 20~30배 넘는 관광객이 매년 우산을 찾기 때문이다. 다른 수몰 도시와 마찬가지로 우산도 도시 전체가 고지대로 옮겨졌다.

가파른 비탈을 뒤덮은 건물들은 돌로 쌓은 축대 위에 세워져 보기에도 위태롭다. 토사 유실이 빈번하고 날림으로 지어진 건물이 많아 주민들은 불안감을 지닌 채 살고 있다. 싼샤댐은 이처럼 양쯔강 상류 도시 22개와 1700여개의 마을을 물로 삼켰다. 공식적으로 파악된 이주민만도 140여만명에 달한다. 통계에서 제외된 사람까지 합치면 200만명에 가까운 수몰민이 정든 고향을 떠났다.

우산부터는 전장 46㎞의 협곡 우샤가 시작된다. 우샤에는 석회암이 많아 강물에 깎인 암벽이 허다하다. 특히 우샤 12봉은 기이한 산과 깎아지는 절벽으로 싼샤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중 신녀봉은 솟아오른 고산 준봉 가운데 홀로 조그맣게 우뚝 솟아있어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해발이 2000m에 달해 봉우리를 보려면 고개가 아플 지경이다.

우샤 중간에 위치한 바둥현부터는 후베이성 관할이다. 싼샤를 오가는 유람선은 바둥에 잠시 정선한다. 천혜의 절경 중 하나인 선눙시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은 선눙시의 가장 깊숙한 계곡에서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목선을 타고 유람한다. 20여척의 목선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데, 수몰지 주민들이 조금씩 출자해 마련한 것이다. 보통 한 척 당 4명의 뱃사공이 일한다.

옛날 이들은 하류로 내려갈 때는 물질 잘 하는 뱃사공으로, 상류로 되돌아 올 때는 배를 밧줄로 끌어올리는 ‘첸푸’로 일했다. 과거 싼샤는 물길이 얕고 물살이 거세어 배를 인력의 힘으로 끌고 올라가야만 했다. 뱃사공이 그 일을 감당했지만, 자신들만으로는 힘에 부쳐 첸푸라는 전문 직업인이 탄생했다. 첸푸는 미끄러지지 않게 고안된 짚신을 신고 특유의 노래를 합창하며 배를 끌어올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싼샤 일대에는 수 천명의 첸푸가 활동했지만, 싼샤댐 건설 후 배의 통행이 수월해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들 뱃사공이 즐겨 마시는 술이 있다. 바로 바둥에서 생산되는 싼샤주다. 싼샤주는 예부터 싼샤 원주민들이 집에서 빚어 마시던 청향(淸香)형 바이주(白酒)를 기원으로 한다. 이를 1962년 문을 연 국영 예싼관술공장이 상품화했다. 청향형은 깨끗하고 투명한 술 맛이 특징으로, 농향(濃香)형에 비해 뒷맛이 달다. 예싼관술공장은 1999년 회사 이름을 싼샤술공장으로 바꾸고, 2004년에는 싼샤주업이라는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싼샤주는 보리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소곡주다. 소곡주는 누룩을 적게 쓰는 대신 오랜 발효와 숙성을 거치기에 향기롭고 단맛이 깊다. 청향형 소곡주는 중국 서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제조방식으로, 싼샤주 외에 장진(江津)주 정도가 손꼽힌다. 싼샤주업이 소재한 예싼관진은 해발 1200m에 자리잡은 마을로,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명나라 때부터 크고 작은 양조장이 우후죽순 등장해 성업하면서 바둥 일대에서 술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최대 9.2조원 보조금 확정

2종로학원 “서울대 의예 294점·경영 285점…눈치작전 불가피”

3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

4‘5만 전자’ 탈출할까…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매입

5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

6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7미래에셋증권, ‘아직도 시리즈’ 숏츠 출시…“연금 투자 고정관념 타파”

8대출규제 영향에…10월 전국 집값 상승폭 축소

9“하루 한 팩으로 끝”...농심, 여성 맞춤형 멀티비타민 출시

실시간 뉴스

1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최대 9.2조원 보조금 확정

2종로학원 “서울대 의예 294점·경영 285점…눈치작전 불가피”

3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

4‘5만 전자’ 탈출할까…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매입

5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