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용 증여와 양육비
자녀용 증여와 양육비
“하나뿐인 아들 결혼하는데 서울에 20평대 아파트 한 채는 마련해 주자고 맘 먹었죠.” 박호진(가명·57)씨는 가난한 청년 시절을 지나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어렵고 힘든 청년시절을 보내 하나뿐인 아들에게는 윤택한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10여년 전 아들이 서울로 대학을 갈 때부터 박씨는 결심을 했다. 아들이 결혼할 때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해 주겠다는 것. 아들을 위한 통장을 따로 만들고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는 “사업이 어렵거나 목돈이 필요할 때도 그 통장만은 건들지 않았다”고 했다. 11년의 시간이 흘러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며 예비 며느리를 데려왔다. 다행히 통장에는 충분한 돈이 모였다. 결혼을 할때 가장 어려운 문제인 집이 해결되니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씨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남들이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서울 강북에 깨끗한 20평대 아파트 매매가를 알아보니 3억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근데 아들에게 이 돈을 물려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증여세 부담이 너무 컸다.” 취업한 지 3년이 된 아들이 모은 돈은 5000만원 정도다. 자녀에게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돈은 5000만원이다. 아들이 모은 돈과 비과세 증여할 수 있는 돈을 합치면 1억원이다. 이 돈을 빼도 2억원이나 되는 돈에 증여세가 발생한다.
1억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10%, 1억원을 초과하고 5억원 이하의 돈에는 20%의 증여세가 붙는다. 1억에 대한 증여세 1000만원, 나머지 1억에 대한 증여세 2000만원이 붙어서 총 3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하는 돈이지만 꽤 부담스러운 액수다.
편법과 위법 사이 줄타기증여세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아들이 대출을 받은 후 그 대출금을 부모가 갚아주는 방법이다. 아들의 월급으로 대출금을 갚고 부모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현금으로 아들에게 생활비를 준다. 하지만 이 경우도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2억원을 증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원인 아들이 대출금 상환으로 250만원 이상이 빠져나가고 나머지로 생활한다는 말이 사회통념상 허용이 될지는 미지수다. 언제든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또한 2억원의 대출 상환이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대출을 받으면 은행 이자가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매달 자녀에게 현금으로 생활비를 전달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증여와 대출을 섞는 방법도 있다. 가령 1억원은 자녀에게 주면서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1억원은 자녀가 대출을 받도록 한다. 이후 그 대출금을 부모가 갚아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대출금 상환기간이 짧아지고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 일부에 대해서 증여세를 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편법일 뿐이다. 언제든 관련 사실이 적발되면 ‘증여세 폭탄’을 맞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모의 명의로 집을 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되면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일단 부모의 명의로 집을 산 다음 자녀가 그 집에서 산다. 전세가 아니기 때문에 2년에 한번 돌아오는 전세 재계약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대출금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된다. 자녀가 집을 마련할 돈을 모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1촌 간에는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중에 부모 명의로 된 집을 자식 명의로 바꾸려면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은 같다. 그때는 부모 명의의 집을 팔고 자녀는 별도의 집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때 발생하는 거래 비용도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배우자, 즉 며느리와 협력해 증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새로 구매할 집을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다. 2억원의 증여를 2개로 나눠서 1억원으로 쪼개면 돈 단위가 작아진다. 단위가 작으면 증여세 부담도 줄어든다. 만약 며느리 쪽에서 집값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물론 이때도 문제는 있다. 사돈이 집값을 보탤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또 집값 부담에 대한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양가의 의견이 달라 결혼이 무산되거나 갈등이 생기기 쉽다. 어려운 문제다. “아닌 말로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은 시기에 무턱대고 집을 공동명의로 사주는 것도 걱정스런 일”이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 밖에도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은 편법과 위법 사이에 있다.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모두 세금폭탄을 맞을 일이다. 국내 증여법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국세청에서 ‘증여’라고 명시한 부분만 피하면 세금을 물지 않아도 괜찮았다. 요즘은 어떤 형태든 돈이 이동했다는 증거만 확보하면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세무사는 “증여는 개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돈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혼 가정 70%, 양육비 제때 지급 안 해누군가의 아들·딸이었던 자식이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다. 이젠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가 된다. 이혼을 할 때도 자식과 엮인 돈 문제가 발생한다. 이혼 후 양육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이혼한 11만4000쌍의 가정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은 6만 가정이 넘는다. 전체 이혼 가정의 52%다.
이혼을 할 때 법원은 자녀의 양육비와 관련한 판결이나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양육비가 제대로 전달되는 않는 경우가 많다. 이혼한 부부의 70% 이상이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때는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절차가 까다롭고 소송과 관련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다. 주고 싶어도 개인적 사정상 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때문에 양육비가 불규칙하게 들어오기도 한다. 매달 일정한 돈을 자식에게 쏟아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불규칙한 양육비 지급으로 인한 고통도 크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서로에 대한 미움이 쌓여서 이혼까지 가는데, 그런 과거의 배우자를 위해서 매달 꼬박 돈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법원이 양육비 지급 명령만 내리고 사후 관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5년 3월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모의 이혼 후에도 미성년 자녀가 정상적으로 양육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다. 양육비 채무자의 소재 파악과 재산 소득 조사를 통해 채권 추심 업무를 지원한다. 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자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긴급 지원하는 법안도 통과돼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혼 부모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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